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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판 구태 따라가는 대학가 선거 풍속도
선거비용만 수억원, 금품살포와 부정선거로 얼룩진 총장 선거
후보자 자격문제 시비, 개표방해 시비 등으로 타락한 총학생회 선거
"상아탑 선거에 기성 정치권 못지 않은 구태 만연" 비판
최근 대학가의 총장선거와 총학생회 선거가 금품살포와 사전선거 운동 등으로 인한 부정선거 시비에 휩싸이는 등 기성 정치판 못지 않은 구태를 연출하고 있다. 교수들은 출신학교와 이해관계에 따라 편을 갈라 세 싸움을 벌이는가 하면 학생들이 부정선거 시비로 개표 자체를 하지 못하거나 낙선 후보가 선거무효 운동에 나서는 대학들도 등장했다.

내년 5월 총장 선거가 있는 부경대에는 벌써부터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몇몇 교수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15명 내외의 후보들이 출마의사를 밝히고 있는 가운데 일부 후보는 지난 여름방학을 전후해 참모진 구성을 끝내고 9월부터 세 확산을 위해 연일 술자리를 마련, 동료 교수들을 대접하고 있다는 후문. 특히 국립수산대와 부산공업대 출신으로 교수들이 나뉘어 치열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벌이고 있어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부경대 모 교수의 제보에 따르면 일부 후보는 이미 선거비용으로 4천만원 이상을 썼으며, 내년 5월 선거까지 수억원에 이르는 선거비 지출을 이미 계획해 놓았다는 것. 이 교수는 “총장 출마를 밝히고 있는 교수들이 연구실을 불쑥 찾아와 지지를 호소하고 식사나 술자리에 초대해 간 것이 벌써 3차례에 이른다”면서 “선거기간도 아닌데다가 국립수산대나 부산공업대 출신 교수들이 서로 편을 가르고 나서는 등 교수들 선거 때문에 분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년 6월 선거를 치르는 전남대도 이미 오래 전부터 사실상 선거전에 돌입했다. 모두 6명의 교수가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선거는 벌써부터 특정 두 고교 출신과 전남대·비전남대 출신 등으로 얽힌 각 진영이 치밀하게 세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 이 대학 인문대의 한 교수는 “총장선거가 끝난 직후부터 4년 동안 줄곧 선거 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면서 “일부 후보는 이기기 위해 근거 없는 이야기로 상대방을 흠집내고 ‘도와달라’며 노골적으로 보직을 약속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최근 신임 총장을 뽑은 조선대도 과열 혼탁 선거로 홍역을 치뤘다. 9명이 후보가 나선 조선대 총장 선거에서 일부 후보가 선거 기간 전에 동료 교수들의 연구실을 찾아 홍보에 나서고 전자우편 등을 통해 선거공약을 발송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또 ‘아무개 교수가 골프접대를 한다’, ‘아무개 교수가 매일 술과 식사를 제공한다’는 등의 상대방을 흠집내는 흑색선전도 난무했다.

이에 직원노조와 학생회 등이 참여한 ‘대학자치운영회’는 후보들이 불법 선거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아 공증을 받기까지 했다. 조선대 의대의 한 교수는 “서약서가 총장 선거의 이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면서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이 선거 때만 되면 난장판이 되는 것 같아 부끄럽다”고 말했다.

한편, 총학생회 선거도 순수성을 잃고 기성 정치판 못지 않은 구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전대는 지난 19일부터 이틀간 총학생회 선거를 마쳤지만 일부 후보가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개표를 반대해 선거를 치른지 4일이 지나도록 투표함을 개봉하지 못하고 있다. 개표를 반대하고 있는 후보들은 "일부 단과대에서 규정 시간 이후까지 학생들의 투표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다른 후보들은 "낙선이 확실시되자 개표를 방해하고 있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 18일 선거를 치른 한남대 역시 기호3번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당선됐지만 치열한 경합을 벌인 상대측 후보가 부정선거로 당선됐다며 선거무효 운동을 벌이고 나서 앞으로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학 총학생회 선거는 후보 등록 이전부터 사전선거운동, 후보자 자격 문제 시비가 끊이지 않았으며 선거운동 기간에는 일부 후보측의 금품살포 시비가 일었다.

충남대도 지난 21일 2차 투표까지 가는 전에 없는 치열한 선거전이 벌어지면서 선거운동 기간 내내 후보자간의 비난과 비방이 난무했으며, 목원대는 예산 과다지출과 신문 도난 등으로 수사기관에 고발된 현 총학생회 간부가 당선돼 논란의 소지를 남겨둔 상태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각 대학 홈페이지에는 이를 비판하는 내용이 잇따라 게재되고 있다. 각 학교 게시판에는 “학생들의 선거가 기성 정치판을 보는 듯 하다”, “이렇게 선거를 하려면 총학생회 선거 자체를 없애자” 등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배한동 경북대 교수는 “순수성과 높은 도덕성으로 무장해야 대학가의 총장 선거와 총학생회 선거가 기성 정치판 못지 않은 이전투구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교수와 학생들 모두 자기 성찰은 물론 선거와 관련된 제도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온형주 기자 (news@unn.net) | 입력 : 03-11-26 오후 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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