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홍보관에서 4년째 관리인을 하고있는 김부겸씨(60)가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지난 3년 전부터다. 서라벌예대를 졸업하고 잠시 KBS 탤런트로도 활동한 경력이 있는 그가 매일 학생들을 관찰하고 그들과 어울리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시상을 메모하기 시작한 것.
김 씨가 간간히 뭔가 쓰는 것을 눈여겨본 학생들이 학보에 추천해 재작년 처음 '고대신문'에 그의 시 '별이 되어'가 실렸다. 그 뒤부터 김 씨는 학내 유명인사가 되었고 본인도 의욕과 자신감이 넘쳐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두 편씩 쓴 시가 80여편. 김 씨는 그의 시를 알아주는 몇몇 후원자의 도움으로 지난 4일 '청춘에서 황혼으로(동천출판사)'라는 제목으로 시집을 냈다.
"시는 저의 마음의 노래입니다. 그래서 제 시에는 어려운 말이 없습니다. 일상언어로 쓰는 시가 제 느낌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거든요."
학교에서도 그의 별명은 '시인아저씨'이다. 그를 알아주는 학생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학생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낸다는 김 씨는 그들과 어울렸던 에피소드를 얘기하는 동안 내내 환한 웃음을 짓는다.
"쉬는 날엔 학생들이 같이 술한잔 하자며 전화를 자주 합니다. 그럼 저는 한달음에 달려가죠. 학생들과 같이 노래부르고 얘기하다보면 저도 젊은 사람이 된 것 같아 너무 즐겁습니다."
홍보관 창문을 통해 보이는 민주광장의 포플러 나무를 닮은 김 씨의 꿈은 소박하다. "다른 사람들이 저를 시인으로 불러줄 때 정말 뿌듯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제 시를 보고 기쁨과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벌써 다음 시집을 구상하고 있다는 '시인아저씨'는 오늘도 홍보관 낡은 책상에 앉아 떠오르는 시상을 열심히 적어 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