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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강의평가 '뭣하러 하나'
교육부 평가여부만 심사, 대학들 형식적 평가
설문내용 부실, 평가결과 비공개로 학생·교수 모두 불만
대학들 개선필요성 알지만 의무 아니기에 서로 '눈치만'
대학들이 실시하고 있는 강의평가제가 강의평가의 주체인 학생과 교수들 모두에게 외면 받은 채 형식적인 운영에 그치고 있다.

그 동안 학생들은 대학측에 강의평가 결과 공개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대학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또 평가항목의 부실과 학생들의 무성의한 답변내용을 교수업적 평가에 그대로 반영해 교수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등 제도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지난 94년부터 대학의 강의평가제 실시여부를 대학의 평가요소로 반영했다. 이에 각 대학들은 앞다투어 강의평가제를 도입했고, 현재 전국 1백20여개 대학이 강의 평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평가 시행초기부터 학생과 교수들은 대학측이 주관하는 강의평가가 수업의 질 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의문을 제기했고, 평가결과가 명확히 공개되지 않는 문제점들을 꾸준히 지적해 왔다. 하지만 대학측은 설문의 내용과 방법을 약간 변경했을 뿐 적극적인 개선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학생들은 강의 평가가 자신들에게 실익이 없고, 교수들은 강의 평가가 '수업의 질'을 향상시키기 보다 교수 신분을 위협하는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문제점을 비판하고 나섰다.

요즘 학생들은 강의평가를 하지 않으면 성적열람을 할 수 없다. 기존 설문지 방식을 통한 강의평가 방식이 학생들의 참여가 적자 학교측이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고육책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런 강제적인 강의평가에 불만이 많다. 서울대 윤은주양(사회복지 3)은 "매년 대충 던져진 질문 항목을 보면 평가에 응하는 게 시간낭비란 생각이 들 때가 많다"며 "강의평가의 활용여부나 반영여부를 모르니 학생들도 강의평가를 무성의하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수들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대 공대의 한 교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5분도 안 걸려 대충 작성하는 설문지 내용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강의평가 내용이나 방법상 미흡한 점이 많기 때문에 강의개선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학들은 강의평가제의 한계는 인정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진주대 교무과 모종석 담당관은 "우리 대학은 승진·호봉을 결정하는 교수별 업적평가 항목의 5%를 강의평가를 통해 반영하고 있다"며 "평가결과 공개 등 현행 강의평가제가 개선해야할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교육부의 개선지시도 없는 상황이라 다른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일부 대학들은 교육부가 강의평가제 도입여부를 놓고 대학재정지원에 반영하는 것은 강의평가제 실시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교육부의 이원적인 대학자율화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렇듯 국내 대학들의 강의평가제가 유명무실한 데 반해 미국의 강의평가제는 평가의 내용이 충실하고 평가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어 구성원 모두가 신뢰하는 훌륭한 평가 수단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뉴욕주립대는 강의평가의 객관식 평가의 척도가 1에서 7까지 세분화돼 있으며 선택사항으로 '관계없음'도 있어 학생들의 선택권을 최대한 넓혀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게 하고 있다.

또 일리노이대에서는 매년 학교신문 2면에 걸쳐 학생들이 많이 수강하는 과목을 중심으로 강의평가 결과를 공개하기도 한다. 학생과 교수 모두는 이런 것들이 단지 교수를 평가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수업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이밖에 하버드대의 강의평가는 대학의 학생회가 주체가 되며, 강의평점의 결과를 매년 책자로 발간하여 교수와 학생들에게 배포한다. 학교측도 학생 주체의 강의평가를 전폭적으로 신뢰해 강의 평가 결과를 교수 승진과 연봉 책정에 주요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한편 김현주 교육부 대학행정지원과 사무관은 "강의평가제는 의무조항이 아니므로 교육부가 평가내용과 공개여부에 관여할 수 없다"면서 "학교측에서 나서 교수·학생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평가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온형주 기자 (news@unn.net) | 입력 : 02-12-31 오후 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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