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둘도 없는 단짝 친구인 지현이와 소영이. 속 깊은 얘기는 물론 서로 대리 출석까지 해주는 끈끈한 우정을 자랑하는 사이다. 미팅이 있는 지현이를 대신해 두가지 버전 목소리를 연습하던 소영이는 어느날 강의실 입구에 떡하니 자리잡은 출석 체크기 앞에서 입이 닫혀버렸다.
개인의 휴대폰을 출석 체크기에 갖다 대어 학생의 출석을 확인하는 ‘모바일 출석확인시스템’ 때문. 더이상 대리 출석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대학가는 요즘 디지털 캠퍼스의 열기에 휩싸여 있다. 그동안 업무 전산화 차원에서 정보화를 추진해온 대학들이 정보화 영역을 계속 넓혀 지금은 무선인터넷이 가능한 모바일 캠퍼스와 온라인 학사행정 시스템, 전자도서관, 유비쿼터스 캠퍼스가 한창 유행이다. 컴퓨터와 인터넷, 휴대폰 없이는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요즘 대학가 캠퍼스의 IT 문화를 살펴보자. |
▲첨단 기술의 집합소인 캠퍼스
벚꽃이 만개한 봄, 서울 숙명여대 캠퍼스는 새내기들의 풋풋함과 낭만으로 가득해 여느 대학이나 다를 게 없다. 그러나 교정 곳곳에서는 다른 곳과는 조금은 낯선 장면들이 심심찮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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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대 글로벌 라운지. 세계 각국의 방송을 볼 수 있도록 설비가 갖춰져 있다. /한국대학신문 자료사진 |
벤치나 잔디밭에서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검색하고 과제를 작성하는 모습이 하나의 풍경으로 자리잡은지 이미 오래. 지난 1999년 캠퍼스 전체에 무선랜 접속 장치를 설치, 어디에서나 선 없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강의실에 들어가는 한 여학생은 휴대전화부터 꺼내 문 옆에 달린 기계에 갖다댄다. 자신의 강의 출석을 기록하는 것이다. 자연히 이 강의실에서는 강의 시간에 교수가 으레 출석 부르느라 5∼10분씩 보내고 뒤편 학생들 사이에 숨어 목소리를 바꿔가면서 "예" 하는 대리출석도 없어졌다.
도서관이나 주차장, 은행, 자판기 등은 이미 휴대전화로 이용이 가능하다. 책을 대출받을 때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도서 반납기일이 지났을 때 자동적으로 책을 반납하라는 메시지가 문자메시지로 뜬다.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마시고 싶을 때 호주머니에서 잔돈을 찾느라 여기저기 뒤지거나 친구에게 손을 벌릴 필요도 없다. 휴대전화로 결제할 수 있다. 물론 자동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찾을 때도 휴대전화를 갖다대면 된다.
교내뿐만이 아니다. 대학 주변의 식당이나 미용실, 문구점에서 돈을 낼 때도 휴대전화로 대신 돈을 낼 수 있다.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이용 신청을 하면 학교측이 신원확인 등을 통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사용허가를 내주며 이를 다운받아 곧바로 이용할 수 있다. 또 학교에서 알리는 공지사항은 휴대전화로 접속 가능한 학교 홈페이지에 자세히 실려 있다.
이현정양(22.언론정보학부 4)은 "인터넷에 조모임 카페를 만들고 과제를 해결하고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소식들을 주고받는다"면서 "휴대전화와 컴퓨터로 학교 생활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어 무척 편리하다"고 말했다.
▲대학가 달라진 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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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대학에서는 휴대전화로 출석체크에서 도서 대출까지 전부 할 수 있다. /한국대학신문 자료사진 |
수강신청부터 사이버 강의에 이르기까지 인터넷만 연결되면 집에서도 할 수 있다. 집에서 도서관 자료를 검색할 수 도 있고 논문자료도 열람할 수 있다. 성적표 확인과 등록금 납부도 인터넷으로 가능하다. 학교에 갈 필요없이 집에서 해결할 수 있는 대학생활의 범위가 급속히 커지고 있다.
아침 10시 수업인 ‘문화철학’은 온오프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사이버 강의다. 요즘 2시간 오프라인 강의에 1시간 사이버 강의를 붙인 3학점짜리 강의가 대유행이다. 10시가 되자 해당 사이트에 학생들이 속속 접속해 출석체크를 하고 강의를 듣는다. 과제물도 온라인으로 올리고 질문과 토론도 온라인상에서 이뤄진다.
강의시간에 교수님이 정성스럽게 나눠주던 복사물은 없어졌다. 수업과 관련된 자료는 누가 묻지 않아도 족
보까지 포함해서 인터넷에 다 올라가 있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각종 교내정보, 취업정보 등도 인터넷으로 확인한다. 대학생 문화의 상징이었던 대자보도 점차 자취가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군대에 갔다 복학한 지난해는 사이버 강의에 적응하기 정말 힘들었습니다. 수업 참여도가 금방 표시 나니까 게시판에 글도 많이 올려야 되죠. 참고자료도 찾아서 친구들과 공유해야 합니다. 교수님이 자료실에 올리는 자료의 양도 만만치 않고요. 사이버 강의 1시간은 오프라인 강의 4시간에 맞먹습니다.” 온형진군은 복학 후 사이버 강의에 적응하기까지의 과정을 이렇게 고백했다.
수업이 끝나고 난 뒤 친구들과 같이 학생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간다. 이때 없어서는 안될 것이 학생증을 겸한 다기능 복합 ID카드다. 교통카드·은행직불카드로도 유용한 이 카드에는 전자화폐 충전기능이 있어 식권을 따로 살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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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대학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인키(INKI). 인터넷은 물론 화상채팅과 게임까지 많은 것을 공짜로 즐길 수 있다. /한국대학신문 자료사진 |
카드리더에 카드를 대기만 하면 지불 완료다. 복사할 때, 간식을 먹을 때, 도서관에서 책 빌릴 때 등 학교에서 돈이 들거나 자신의 신원을 입력해야 하는 일에는 ID카드 하나면 언제나 오케이다. 깜박 잊고 안 가져오는 날에는 버스를 탈 때부터 학교 생활 곳곳에서 잔돈 챙기기가 원래부터 이렇게 힘들었던가 새삼 느껴야 한다.
밥을 다 먹고 난 뒤 온형진군은 ‘언론과 정보사회’ 시간 조모임 정팅(시간을 정해놓고 인터넷에서 만남)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컴퓨터에 접속해야 하기에 PC방을 찾았다. 90년대 중후반만 해도 학교 잔디밭에 모여 조모임을 하는 경우 많았으나 조모임마저도 온라인으로 옮겨간지 오래다. 인터넷에 조모임 카페를 만들고 정팅을 통해 과제물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자료도 공유한다.
집에 들어와서도 TV는 안켜도 컴퓨터와 인터넷은 끼고 살아야 한다. 리포트를 쓸 때도 책·인터넷·메신저 등 세 가지는 항상 오픈된 상태다. 인터넷으로 TV 프로 다시보고, 채팅하고, 공동구매를 하는 등 인터넷 서핑을 하다보면 12시를 훌쩍 넘기는 것은 기본. 무한한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 아무리 클릭품을 팔아도 그 끝과 깊이를 체험하기에는 밤이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