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대부분의 대학들이 수수료 부담을 이유로 등록금 납부에 ‘신용카드 불가’를 내세우면서 한꺼번에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학생, 학부모들의 고충에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전북도 소비생활센터가 신용카드 가맹점에 가입한 도내 18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단 2개 대학만이 재학생과 신입생 모두에게 카드납부를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지난 2001년 신용카드 회사들이 가맹점 확대의 일환으로 대학에 수수료를 면제해 주면서 카드납부제를 실시하고 있는 대학은 전국적으로 확대됐지만, 최근 신용카드 회사들이 경영난을 이유로 대학생 등록금 납부에 따른 수수료 면제 혜택을 철회하자 대학들은 학생들의 납부편의요구를 묵살하고 카드납부제를 철회해 버렸다.
서울소재 한 대학 관계자는 “수수료면제와 무이자할부 혜택이 없어지면 학교측도 수억원의 재정부담을 안게 되고, 학생들도 무이자할부를 받지 못해 실익이 없다는 판단으로 카드납부제를 없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신용카드=현금’이라는 인식이 정착된 마당에 몇 푼 안되는 수수료 부담 때문에 대학이 마냥 이를 거부한다는 것은 해마다 인상된 등록금을 힘들게 마련해야 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을 두 번 죽이는 것과 같다는 비판이 많다.
대학들은 대신 학생편의를 위해 등록금 분할납부, 학자금장기저리대출 등 다양한 대체수단을 준비해 놓았다고는 하지만 수혜자격을 제한해 놓아 실제로 이 혜택을 받는 학생들은 많지 않아 실효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분할납부는 횟수가 3~4회 정도로만 제한돼 36개월까지 할부가 가능한 카드납부에 비해 훨씬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등록금 카드납부가 안되면 돈이 없는 학생들은 캐피탈 대출 등 이율도 비싸고 이용하기도 힘든 금융권 대출 밖에는 해결방법이 없다.
대학은 기업이 아니다. 만약 대학들이 2% 가량의 수수료 부담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만으로 학생들이 수업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빼앗는다면 그것은 이미 대학이 학교이기를 포기한 것과 같다. 교육소비자인 학생들에게 다양한 결제수단을 제공하는 것도 분명한 대학의 의무 중 하나이다.
이윤추구를 위해서 학교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학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대학당국은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