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S대에서 '철학과 인간의 이해'를 강의하는 이모 교수는 5년째 같은 책을 읽게 하고 과제로 감상문을 제출하게 하는 식으로 강의를 이어오고 있다.
같은 대학에서 교양과목을 강의하는 송모 교수도 매번 자신의 저서를 교재삼아 과제로 독후감을 받는 형식의 수업을 되풀이하고 있다. 송 교수는 특히 이미 2002년에 절판돼 구하기도 쉽지 않은 자신의 저서를 교재로 하고 있어 학생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이 대학에 재학중인 이모양(인문·4)은 "교수님들이 직접 저술한 책으로 공부하는 것은 좋지만 부교재인데도 사라고 강요하는 것을 좋게 볼 수만은 없다" 며 "매년 똑같은 방식으로 수업하는 교수들의 강의를 들으면 족보를 구해 학점은 쉽게 따지만 등록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른 S대에서 '전통문화의 이해'를 강의하는 이모 교수는 3년째 '경복궁을 방문하고 기행문 써오기'과제를 되풀이하고 있다. 수업 중 한 주를 빼 내 학생들에게 경복궁 탐방 과제를 내고 자신은 골프나 회식모임을 즐긴다는 소문이 돈지 오래다.
H대에서 '남아시아 사회와 문화'를 담당하는 김모 교수는 중간·기말고사를 매년 같은 방식과 내용으로 출제하는 스타일. 시험준비를 하는 학생들은 "수업을 착실히 복습하기 보단 친한 선배들로부터 족보를 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며 족보 구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대해 박승호 서울여대 교수학습지원실 책임교수는 "교수들이 수업에 임할 때 핵심 강의 내용을 매번 바꾸기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부가설명을 새로운 내용으로 추가해 강의 내용을 업데이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부분적으로 교재를 활용할 때는 각 대학 도서관의 지정도서시스템을 활용해 학생 모두가 책을 구입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교수법 전문가로 유명한 조벽 미시건공대 교수(서울산업대 교환교수)는 "교수들이 매학기에 한 과목만 충실하게 교과내용을 개선한다면 2~3년 후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서로 큰 욕심을 부리기 보단 천천히 하나씩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