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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복귀 첫날…수강생 '북적'
"1976년인가 KDI에서 2000년도 한국에 대한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그 보고서 5년도 못 갔다. 지금 정치 상황과 당시 상황은 수세적 정부라는 공통점이 있다"

다시 강단으로 돌아온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경제학연습2' 과목의 첫 수업을 가진 1일 오후 서울대 멀티미디어동 202호.

정 전 총장은 정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비전2030' 정책과제에 대해 "그 때도 무엇인가 보여주려고 보고서를 낸 것"이라며 "보고서를 읽어 보지 않아서 뭐라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내 생각은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비전2030'이라고 해서 20대와 30대에 대한 프로젝트인 줄 알았다"며 학생들의 웃음을 유도한 뒤 "현재 정부 사업을 추진하려면 국채 발행 밖에 없다. 아직 정부 빚은 경제 규모에 비해 대단히 작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학생들에게 "대학을 졸업할 때가 되면 경제학이 무엇인지 맞건 틀리건 한마디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사회 이슈에 대해서도 엉터리라도 자기 입장을 얘기하고 이를 뒷받침할만한 논리를 전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전 총장은 "요즘 경제학과 학생들이 너무 허약해졌다. 나중에 무엇을 먹고 살지 걱정하는 것은 공부를 너무 안 했거나 자신이 없는 것이니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며 학창 시절의 일화를 소개했다.

학창 시절에 누가 자신에게 어느 대학을 다니냐고 물으면 경제학과를 다닌다고 답했고 재차 물으면 '상대' 경제학과를 다닌다고 했으며 그래도 학교를 물으면 "당연히 서울대지 다른 대학을 다닐 데가 있느냐"고 답했다는 것.

정운찬 전 총장이 야구를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한 만큼 야구와 관련된 질문도 이어졌다.

KBO 총재에 뜻이 있느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 대해 그는 "내가 하고 싶다고 해도 시켜주지 않을 것 같은데..."라며 "KBO 총재 자리는 정치적 역량이 있어야 하는데 나에겐 그런 능력이 없다. 야구에 대한 사랑만으로는 할 수 없는 자리"라고 답했다.

김은정(02학번.여)씨는 "작년 일본 후쿠오카에 교환학생으로 있을 때 당시 총장이던 선생님이 야구 경기를 보러 오신다는 얘기를 듣고 경기에 간 적이 있다"며 "나중에 수업이 끝나고 같이 야구를 보러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졸업 전에 실물을 보려고 수강 신청을 했다", "주례를 부탁하고 싶다" 는 등 '엉뚱한' 수강 신청 이유를 토로, 강의실이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정 전 총장은 공부를 하는데 있어 머리와 노력 중 어느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 "학문을 할 거라면 성실과 정직밖에 없다"고 답했다.

그는 "서울대를 1등으로 입학하고 졸업했다고 해서 반드시 다 잘되는 것은 아니고 서울대 교수 중 30% 이상이 아마 재수 경험이 있을 것"이라며 "황우석 전 교수나 황라열 전 총학생회장처럼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의에는 애초 수강 정원인 15명 외에 40여명의 학생이 추가로 몰려 수강인원을 늘려 줄 것을 요청했고 자리가 부족해 학생 20여명은 강의실 뒤에 서서 1시간 20여분 간 수업을 해야 했다.

연합뉴스 | 입력 : 06-09-01 오후 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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