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바늘에 실을 꿸 수는 없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각종 성폭력 행위를 정당화하는 남성들의 주장은 이외에도 많다. 실제로 성폭행이 화간으로 뒤바뀌는 예도 적지 않다.
과연 모든 남성들이 그와 같이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을까.
최근 「한국성폭력상담소」(소장 최영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남학생이 늘고 있는 것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이 기관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는 남학생은 대략 10여명. 이들은 주로 성폭력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화상담을 하고 있다.
자원봉사 경력 4년의 박병현군(26·연세대 사학과 졸).
그는 지난 94년 우연히 여자친구를 따라 상담소에 들렀다가 1개월간의 교육을 받은 후 실습을 거쳐 자원봉사자가 되었다.
“젊고 야한 여자들만 성폭행당하는 줄 알았는데 불과 3개월된
유아에서부터 80대 노파까지 피해 연령층이 다양하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앞으로도 여건이 허락하는 한 계속해서 자원봉사 활동을 벌여나갈 생각이다”
박군은 우리 사회에 ‘남성은 성충동을 억제할 수 없으므로 성폭력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만연돼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어떠한 이유로도 성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
김영준군(아주대 행정4)은 지난해 4월 학교 게시판에 붙은 모집광고를 +보고 자원봉사자에 지원했다.
그는 그동안의 활동이 여성문제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김군은 “남자가 성폭력상담소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이들이 많아 활동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에 만연된 남성중심의 사고방식이 하루속히 극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남학생 자원봉사자들은 주로 여성문제나 자원봉사 활동에 관심이 많아 참여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심리학이나 +상담학을 전공하는 남학생이 학문연마를 위해 참여한 경우도 간혹 있다.
이 기관의 한 관계자는 “남성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상담이나 대리상담의 경우는 남성상담원이 꼭 필요하다”며 “많은 남학생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