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수업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교직원들도 +점심시간 등을 이용, 삼삼오오 모여 앞날에 대한 걱정을 넋두리처럼 늘어놓았다.
단대신문 편집국장 권항주씨는 "단국대를 평생직장으로 여기고 몸담아 왔는데 부도를 맞아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조속히 이 사태가 해결되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지난 10일 오후 2시 서울캠퍼스 도서관 앞 광장.
이 대학 학생 3백여명이 모여 대학 초유의 부도사태를 유발한 장충식 재단이사장의 처벌과 이사진의 전원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학생들은 부도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가 아니라 장 이사장의 방만하고 독단적인 학교운영에 있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학생들은 또 교육부는 특별감사를 재정분야에 한정하지 말고 행정 전반에 대한 감사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대 학생회장 정찬무군(법학3)은 "재단측은 IMF 체제를 빌미로 +부도사태의 책임을 교묘히 회피하려 한다"며 "교육부 등 관계당국도 +부도사태를 빚은 장 이사장에게 면죄부를 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국대 부도사태의 근원은 가깝게는 지난 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단국대는 입시부정 의혹이 제기돼 교육부로부터 특별감사를 받았으며
그 결과 재단이 1천7백여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당시 장충식 총장은 해임되었다.
그러나 이같이 열악한 재정상태에서도 재단은 1천5백여원을 투자해 천안캠퍼스 부설병원을 신축하였으며 용인신캠퍼스 이전을 위해 막대한 부채를 끌어다 썼다. 지난 96년 말에는 장충식씨가 학교로 복귀, 이사장으로 취임하기에 이르렀다.
올해 3월 현재 단국대 법인의 부채는 2천3백21억여원.
이같은 부채 급증의 원인에 대해 학교측은 서울캠퍼스 부지가
고도제한지구로 지정되고 풍치지구 해제조치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매수자 +측이 중도금을 지연한데다 2백78억원 상당의 어음을 사기 당하는 등으로 자금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부채급증에 대한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단국대 재단법인의 지난해 대차대조표(당기 97.2.28, 전기 96.2.29)에 +따르면 재단은 지난 97년 2월 현재 2천3백52억여원의 부채를 안고 있었음에도 불구, 7백17억여원에 달하는 금액을 장기대여금 명목으로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단국대의 모 관계자는 "심각한 부채를 떠 안고 있는 상황에서그토록 많은 금액을 장기로 빌려줬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장 이사장이 정치권과 유착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학교 돈을 +유용했다는 등 의혹이 많은데 이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서울캠퍼스 부지 매각대금의 행방도 묘연한 실정이라 이같은 의혹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서울캠퍼스 부지의 시가는 총
2천8백70억원, 이 가운데 미수금 3백70억원과 지연된 중도금 8백여억원을 제하더라도 학교측은 1천7백억원 가량의 매각대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대학의 모 관계자는 이 대금을 신캠퍼스 부지 매입과 공사대금 +등에 썼다고 말하고 있으나 그 정확한 행방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재단은 2조원대에 이르는 보유재산을 매각하여 부도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자구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는 천안캠퍼스, 용인신캠퍼스 부지, 부설병원 등 매각이 불가능한 자산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또 매각이
가능한 부동산이 공시지가로 3천억원대에 이른다고 주장하나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기에는 시가 하락이 예상되고 그나마도 거래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장 이사장을 비롯한 재단 경영진의 후안무치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금화하기 어려운 토지를 발빠르게 매각하는 등 경기침체에 대비해야 했음에도 전혀 그렇지 못했다. 법인의 부채비율은 2백17%, 단기 유동성 자금(현금)은 전체 재정의 1.6%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단지 무능경영의 차원을 넘어 부동산 투기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례로 용인신캠퍼스 부지의 주변 땅 7만여평을 대학 및 재단 관계자들이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 투기 혐의를 받고 있다.
장 이사장은 지난 8일 전체 교직원회의 자리에서 "부도를 막기 위해 대학의 등록금을 빌려 썼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회계를 법인회계로 전용했던 것. 지난해 연말 교직원 급여 2개월분이 체불됐던
것이 이를 반증한다. 이는 명백한 사립학교법 위반행위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여느 때보다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교육부 특별감사의 결과가 주목된다.
한편 천안캠퍼스 총학생회(회장 정성주, 수학3)는 봉사장학금을
반납하여 IMF로 고통받는 학교를 살리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혀 서울캠퍼스 +학생들과 극단적인 대조를 보였다.
이와 같은 구교운동에 뜻을 함께하는 동문들도 몇몇 있으며 교직원들 +사이에서도 정근수당 반납 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울캠퍼스의 최모군은 "서울캠퍼스의 경우 학교측은 +일방적으로 지난해 2학기부터 봉사장학금과 학생회 활동에 필요한 학생회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부도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 없이 막연하게 구교운동을 벌이는 것은 학교발전에 진정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직원노조(위원장 김용백)도 학교 당국이 부도를 빌미로 직원에 대한처우를 떨어뜨리려 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