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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창간 10주년 기념 지상토론회」- 교육 공공성 확보냐 시장논리 도입이냐
21세기를 대비한 대학개혁의 방향

오늘날 대학들은 급변하는 대내외적인 환경과 더불어 많은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거센 바람과 마주하고 있다. 한국의 대학들은 밖으로는 세계 +유수한 대학들과 경쟁해야 하고 안으로는 학생수요 감소와 함께 +교육개혁이라는 과제에 대비해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다가 오는 21세기 문턱에서 우리 대학들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한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혁기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대학신문은 창간 10주년을 맞아 교육당국자와 교육전문가를 초청, 특별좌담회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 토론자

김우종 본지 주필, 강치원 교수(강원대), 김화진 교육부 대학제도과장, 김성재 교수(대통령 직속기구 새교육공동체위 원회 제3소위 위원장 한신대), 사회:조용관 본지 편집국장. <무순> △일시:1998년 10월7일 오전 10시∼오후 2시 △장소:본사 주필실

사회: 다가오는 21세기에는 대학의 본질인 연구와 교육 면에서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과 새로운 사고를 요구합니다. 강도 높은 개혁과 +구조조정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것입니다. 먼저 정부가 제시하는 대학개혁 정책의 기본방향을 말씀해 주십시오.

김과장: 21세기는 지식기반 정보화사회이자 다품종 소량생산시대입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개성과 창의성 함양이 관건입니다. 그 동안의 그릇된 관행처럼 암기 잘하는 학생만을 기르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입니다. 창의성 교육을 위해 각 대학이 할 일은 저마다의 환경과 +여건에 맞은 구조조정을 통해 특성화하는 것입니다. 일부대학은 연구중심대학으로, 나머지 대학은 산업사회의 인력을 양성하는 학부중심대학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합니다. 정부는 개혁과 구조조정의 결과를 평가하여 차등적으로 재정지원을 할 계획입니다.

사회: 정부의 대학정책 방향은 개혁과 구조조정의 평가에 따른

차등지원이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는 경쟁력 있는 분야를 특성화하는 시장 경제 논리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교육부문의 +시장경제 논리 도입이 과연 적절한지 생각해 봅시다.

김교수: 시장경제 논리는 시민사회를 이끌어 가는 데 매우 중요한

이념입니다. 이는 자율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교육정책에 도입한다해서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미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교육비를 수요자인 국민이 부담하게 하는 등 시장경제 논리를 따르고 있습니다. 교육과 복지에 +대해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유럽의 경우도 최근 시장논리에 따라 교육문제를 풀어 나가는 추세로 바뀌고 있습니다.

강교수: 교육에 시장논리를 도입한다는 것은 그만큼 국가의 공공영역이

축소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같은 신자유주의적 교육체제 아래서 설령 +창의성 교육으로 한다 해도 결국은 이기주의적인 창의성만을 기르는 +결과를 낳게 될 것입니다. '내 돈'을 내고 '나'를 위해 공부한 인재들이 +국가와 사회를 위해 일할 리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모름지기 교육이란 범국가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입니다. 일례로

독일의 경우 사교육 시장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보다 훨씬 양질의 교육을 수행하고 있지요. 이렇듯 교육을 시장논리로 풀어가지 않고 교육의 공공성을 철저히 보장하는 사회가 있다는 사실을 정책 +당국자들은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김교수: 고등교육이 인플레 현상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의 공공성만 +강조해서는 안됩니다. 국가가 할 일은 국민의 기초교육인 초중등 교육에 대해 확실한 책임을 지는 데에 있습니다. 고등교육은 시장논리에 맡겨 경쟁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주필: 결국 강한 대학만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논리인데 과연 어떤 대학이 강할까요? '일류대', '명문대'만이 경쟁력을 향유하는 지금의 +서열체제를 깨지 않고서는 진정한 대학경쟁이 이뤄질 수 없을 것입니다.

김과장: 사장논리는 수요자 중심의 논리입니다. 우리나라 대학의 국제경쟁력은 매우 낮습니다. 서울대조차 과학논문인용지수(SCI)순위가 1백26위에 머무르는 실정입니다. 이처럼 각 대학이 현실에만 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수요자인 학생들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경쟁논리를 대학사회에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교수: 대학의 신 증설, 대학정원자율화 등은 교육부가 허가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시장논리에 따라 경쟁력 없는 대학을 정리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교육부는 교육의 공공성 부제에 대한 명백한 반성을 +바탕으로 교육정책을 새롭게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또한 시장경제의 논리는 어차피 돈 있는 쪽이 이기도록 되어 있습니다. 결국 시장논리는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밖에는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김교수: 시장논리를 '돈의 논리'라 단정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시장논리는어디까지나 수요와 공급의 논리란 시각에서 봐야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국가가 대학을 장악하고 있는 나라도 없습니다. 교육부가

대학을 관장하는 기능을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 인권, 복지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 배려는 당연히 있어야 하지만 적어도 고등교육만큼은 시장논리에 따라야 합니다.

강교수: 국가가 대학을 장악하면서 지나치게 관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국가의 장악이 아니라 책임입니다. 국가가 대학을 책임지지는 않으면서 장악하려고만 하기 때문에 문제라는 것입니다.

김과장: 대학의 경직된 학사구조와 방만한 정원체제를 정비하기 위해서는 경쟁과 수요 ?공급의 원리를 도입해야 합니다. 단 정부는 대학에 대한 +행정규제를 대폭 완화해 나갈 것입니다. 대학 평가에 의한 차등적 재정지원 정책이 그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김교수: 차등적 재정지원 정책에는 반대합니다. 이는 대학가에 '빈익부 부익부' 현상만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교수 1인당 학생수 비율 등 정량적인 수치로만 대학을 평가하는 것은 형식 논리에 치우친 것입니다. 교육부는 적절하지 않은 대학평가로 경쟁만을

부추길 것이 아니라 정책목표에 따라 기초학문 육성에 전력하면서 대학의

평등을 지향해야 할 것입니다. 그 하나의 방안으로 국가가 연구프로젝트를설정, 각 대학이 경쟁하게 만들어 이를 따내는 대학에 재정지원을 하는 방안이 바람직합니다.

사회: 연구중심대학 도입이 결국은 대학서열화를 더욱 고착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학개혁이 곧 서울대 독점체제를 보다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마저 들리는 실정입니다.

강교수: 연구중심대학 도입은 국내 대학시장을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는 학력 인플레를 더욱 가중시킬 것입니다. 대학의 본래

기능은 연구와 교육입니다. 대학을 연구중심과 교육중심으로 나누는 것은 또 다른 대학서열화를 조장할 우려가 큽니다. 연구중심대학은 우수한 +대학이며 교육중심대학은 열등한 대학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공산이 크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대학의 가장 큰 문제는 수능점수에 따라 대학서열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서열이 사라지지 않는 한 대학간

경쟁을 통한 발전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내부 경쟁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서울대 독점구조만 깨진다면 다른 모든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김교수: 강교수가 제기한 서울대 문제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국립대가 +엘리트 집합소인 경우는 세계에서 일본 동경대와 서울대 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국립대는 대중교육기관 역할을 합니다. 서울대 학부를 +전면 폐지하고 대학원대학이나 공공연구기관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또한 지방 국립대는 도립대학으로 개편, 각 지역사회의 요구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고 봅니다.

강교수: 그렇습니다. 각 대학이 학문영역별, 지역별로 특성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국 공립대를 통폐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강원대의 경우 임업대학으로 특성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서울대는 법학대학, 의과대학, 경영대학등 응용학문 분야를 다른 대학에 이양하고 기초학문 +중심대학으로 육성하는 것이 국가적 차원에서 이익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서울대 설치령을 철폐하여 설치령으로 통합할 것을 제안합니다.

김과장: 서울대 독점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은 대학의 +다양화 특성화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이미 서울대는 여러 분야에서 많이 +뒤지고 있습니다. 최고 교육개혁 우수대학, 대입전형 우수대학 지원사업 +등에서 서울대가 탈락한 것이 이를 반증한 것이지요.

김주필: 연구중심대학은 사회초년병의 고령화 현상을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가뜩이나 경제사정이 어려운데 자칫 고학력 실직자를

양산할 우려도 있습니다. 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연구활동을 계속 수행하기란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연구중심대학이 국제경쟁력의 강화라는 본래 취지에 전면 대치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사회: 과연 어느 대학이 연구중심대학으로 선정될 것이냐가 최근 대학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교육부의 선정방침은 무엇입니까.

김과장: 10개 대학이 연구대학으로 선정된다느니 또는 서울대를 위시한 몇 개 대학만이 그럴 것이라는 등 선정 대상과 관련한 언론의 보도가 +많았지만 그 대부분은 호도된 것입니다. 교육부는 그동안 단 한번도 +연구대학 선정 범위를 밝힌 적이 없습니다. 단 특정대학이 아니라 +분야별로 우수한 대학을 선정,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정해서 있습니다.

사회: 진정한 대학개혁을 위해서는 정책만이 아니라 연구와 교육방법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연구와 교육이 따로 이루어져 강의식

일변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대학교육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강교수: 연구와 교육, 그리고 평가는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연구, 교육, 평가가 각기 따로 놀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평가가 교육의 전 과정을 좌지우지 하는 기현상마저 빚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의식 교육을 지양하고 토론식 교육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업시간에 학생과 교수가 함께 토론하는 과정에서 연구, 교육은 물론

평가까지 함께 수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로 시험을 치를 필요가 없어 커닝과 같은 부작용도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교수들도 매학기마다 똑같은 강좌를 되풀이하는 안이함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김과장: 대학생들이 공부하지 않는다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따라서 장차 +우리의 대학은 입학하기는 쉬우나 졸업하기는 어려운 체제가 되어야 합니다. 물론 이는 교육부가 강권할 것이 아니라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입니다. 단 교육부는 학사관리의 엄격성을 중요한 +평가지표로 설정할 뿐입니다.

사회: 오늘 열띤 토론과정을 보니 대학개혁의 중대함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대학개혁과 관련하여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보완, 정리해주시기 바랍니다.

김주필: 새 정부가 창의적인 인재의 선발과 양성을 위해 대학입시의 +무시험전형제를 도입한 것에 공감합니다. 그러나 평가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내신성적과 관련한 각종 부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데 교육부는 이를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 궁금합니다.

또한 무시험전형제 도입은 내신성적에 대비하기 위한 사교육 시장의 확대를 초래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됩니다.

김교수: 대학개혁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학습권, 학생자치권 등 +학생의 권리보장입니다. 국내 어느 대학의 대학헌장에도 학생의 권리조항을 삽입한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학생들의 의사가 진지하게 반영되어야만 진정한 대학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강교수: 독일, 프랑스의 경우 대학의 최고행정기구에 학생대표가 들어가게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 주체라고 할 수 있는 학생이 철저하게 배제된 상태에서 대학개혁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새교육공동체위원회에도 대학생 대표가 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신일용 기자 (news@unn.net) | 입력 : 98-10-15 오후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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