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 학생 등 대학구성원 모두가 경제한파와 구조조정의 급류에 휩쓸린
탓이다. 특히 대졸 미취업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달해 사은회, 종강파티 +등 예년의 연말풍경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98년 한해를 마감하는 대학가 풍경을 들여다본다.
@ 교수 '철밥그릇' 위태
올 한해를 마무리하는 교수들의 심정은 한마디로 '착잡함' 그자체이다. +이는 자신의 신변 때문이 아니라 제자들의 취업불황 때문. 서울 모 대학 학생처장 김 모교수는 "부총장을 비롯한 전교수가 동원돼 제자들의 취직자리를 구하러 백방으로 뛰지만 마땅한 자리가 전혀 없어 절망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 대학뿐 아니라 거의 모든 대학의 교수들이 체면 불구하고 온갖 연줄(?)을 다 동원, 일선 기업체를 직접 찾아다니며 안간힘을 쓰지만 취직 자리는커녕 인턴자리 하나 구하기도 마땅치 않다.
교수들은 저마다 자존심이 구겨질대로 구겨졌지만 이에 개의치 않는다. 그 보다는 제자들의 우울한 앞날이 걱정이다.
하지만 막상 교수 자신도 그다지 편안하지는 못한 상태. 구조조정의 찬바람은 교수사회에도 여지없이 불고 있다.
교수업적평가제, 연봉제 등이 속속 도입되면서 교수라는 직업은 이제 더
이상 '철 밥그릇'이 아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교수계약제'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지방대학의 한 교수는 "이 모든 상황을 예견하긴 했지만 맞닥뜨리고 보니 정말 암담하기만 할 뿐" 이라고 토로했다.
@ 취업정보실 '전시상황' 연출
서울 Y대학 학생처 취업정보실은 연말임에도 불구, 거의 '전시상황'을 방불케 한다.
예년의 경우 연말이면 취업시즌이 끝난 상태라 비교적 여유있는 나날이었다. 하지만 올해 연말은 노동부에서 대학으로 떠넘겨진 '대졸 인턴사원 활성화 대책'을 시행하기 위해 학과별로 인원을 배분하고
기업체의 반응을 확인하고 채용의뢰를 하는데 하루해도 짧은 실정이다. 올 겨울방학에는 단축근무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같은 사정은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
서울 K대학 학생처의 한 직원은 "대학의 가장 큰 행사인 입시에서조차 +학생처 직원은 제외시킬 정도"라며 "수천개 기업에 인턴사원 채용을 의뢰하고 학생들을 만나 상담하다보면 연말을 느낄 겨를도 없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대학에 경영마인드 도입이 강조되면서 평온하고 안정적인 자리로 인식되던 교직원 사회도 급변하고 있다.
서울 모대학은 최근 총장 이하 전교직원이 참여한 가운데 친절교육을 받았다.
"학생을 고객으로 상대한다는 것에는 동감하지만 막말로 교직원이
영업사원도 아니지 않습니까. 가뜩이나 어려운 시국에 성가신 일만 생기는 것 같아 답답합니다"
이처럼 불만을 토로하던 이 대학의 한 직원은 두둑한 보너스와 방학중 오전근무가 보장됐던 시절이 그립기만 하다고 덧붙였다.
@ 아르바이트 '선택 아닌 필수'
98년을 보내는 학생들의 세밑은 '라니냐'보다 몇 배 더 강력한 국제통화기금(IMF)한파가 불고 있다. 학과의 종강파티, 향우회, 동아리 카니발을 알리는 포스터는 대학가 게시판에 띄엄띄엄 붙어있다. 예년 +같으면 대자보 하나 제대로 붙일 자리가 없던 교내 게시판이 어학연수와 각종 학원수강을 안내하는 광고전단으로 메워지고 있는 것.
기말시험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너군데의 모임에 불려다니던 대학생들은
이제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또한 아르바이트의 개념이 달라졌다. 예년의 아르바이트가 용돈벌기 차원이었다면 근간의 아르바이트는 거의 생존전략에 가깝다.
한양대 안산캠퍼스 등 수도권 인근 지역의 학생들은 반월공단이나 소도시
공장지대를 전전하며 일자리를 구하는 등 때아닌 '현장투신' 바람도 불고 있다.
이도저도 마땅치 않으면 부득이 고향행을 택한다.
서울 모대학에 유학중인 지방학생인 최 모군(23)은 "기말시험이 끝나면 곧바로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 라며 "서울에서 버티고 있을
'최저생계비'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최군 외에도 많은 +지방학생들이 올 겨울방학에는 고향행을 택할 것이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