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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연구`실험실 기술유출 '사각지대'
보안의식 부재```법령마련 및 교육 절실
대학연구·실험실을 통한 해외 기술유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기초와 원천, 응용기술의 구분이 점차 모호해지고, 산·학·연 공동 연구가 활성화 되고 있으며, 국내 대학연구진들도 과거와는 달리 세계적 연구 성과를 잇달아 이뤄내고 있는 반면,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범국가 차원의 대책이 전무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들조차 연구개발 보안을 위한 정부의 연구관리규정은 ‘형식적’ 이라고 시인한다. 현재 의원입법 형태로 추진 중인 관련 법률은 부처간 이견 등으로 답보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연구진의 기술보안 의식 역시 시대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학연구실험실 기술유출 실태와 보안환경, 향후 대책 방안 등에 대해 알아보았다.

-편집자 주-

지난 7월말, 대학사 초유의 사건이 일어났다. 전직 J대학교 L모 교수와 그의 제자 등 6명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된 것이다. 한마디로 기술유출혐의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 것이다.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광주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부장 검사 용응규)에 따르면, L모 교수는 광주지역 P사 대표로 겸직 중 공금횡령으로 해직되자 호주에 경쟁업체인 L사를 설립한 다음, P사의 첨단기밀을 유출하고 이를 응용한 제품을 개발하는 한편, 한국에 있는 J모 연구원등 제자들에게 E-메일로 기술유출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지검은 L교수가 교환교수로 호주를 방문했을 당시 현지 L연구소의 연구소장으로 재직했으며, L사와는 연봉으로 미화 10만 불, 주식 1억2천만 주, 주택 등을 제공받기로 계약했다고 밝혔다. 현재 현지 체류 중인 L모 교수는 지명 수배중이며, 제자 5명중 1명은 구속, 4명은 불구속 기소 상태다.

이 사건은 대학 역시 기업과 마찬가지로 첨단기술 유출이 일어날 수 있는 곳임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대학 연구실험실은 아직도 상당부분 기초분야를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대학은 속성상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 속에서 학문과 기술의 향상을 도모하는 곳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향후 이러한 사건이 재발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이 사건을 수사한 한 관계자는 “대학까지는 아직 수사여력이 미치지 못해 정확히 말할 수는 없으나, 수사팀에서는 대학의 기술력과 보안상태를 감안할 때 밝혀진 것 외에 기술유출이 상당히 심각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주장은 급변하고 있는 대학상황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정부는 최근 국가경쟁력제고와 지역균형발전의 핵심으로 대학을 지목하고 있다. 산업자원부와 국가지역균형발전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각 지역별 특성화분야 지정과 기업도시, 혁신도시 선정에는 대학이 필수적으로 포함되고 있다.

또 그 지역의 기업과 공공기관연구소 대학이 함께하는 산·학·연 클러스터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기도 하다. 정부는 이를 위해 막대한 재원을 쏟아 붇고 있다. RRC, TIC, ERC 등의 각종 센터를 대학에 세우고 있는 한편, 산·학·연이 함께 고가 기기를 공동으로 쓸 수 있는 공동실험실도 대학 내에 세우고 있다.

BT, NT, IT 분야 국가 연구개발예산의 상당부분도 과기부와 정통부 산자부 등을 통해 특정연구개발과제, 21세기 프론티어 사업, 차세대동력사업 등의 이름으로 대학연구실험실에 지원하고 있다. 교육부의 누리사업, 산학협력중심사업, BK 21사업, 대학실험실지원사업 등도 대학간, 산업체와 공공연구소간 협력으로 연구를 진행토록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기술자체 특성으로 인한 기술구분 말고도 ‘대학=기초연구’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 대학연구자 역시 기초와 원천, 응용기술 가리지 않고 자신의 역량의 의해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학이 더욱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이를 유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황우석 교수 연구팀은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연구팀의 한 박사과정 학생은 네이처지 표지를 장식한 뛰어난 연구업적을 거둔 뒤 국정원으로 부터 연구보안 컨설팅을 받은 결과, 곳곳이 연구업적 유출 구멍으로 판명됐다고 전했다.

그동안의 정부부처 과제 신청 시 동봉되는 연구관리지침의 경우 대부분의 연구원은 읽지도 않았으며, 보안에 대한 생각도 거의 하지 못하고 연구에만 열중했다고 실토했다.

황우석 교수가 대통령이 위원장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자신의 연구실험실 보안시스템을 가동 중인 국정원을 칭찬한 것도, 최근 언론사 기자들과의 창구를 안규리 교수(서울대 의대)로 단일화 한 것도 보안의 중요성 깨달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현재 대학연구·실험실보안 관리 수준은 어떠한가. 대학의 경우 전체보안 관련 업무는 관리처 또는 관제과에서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들 부서는 보안업무라기보다는 시설유지 보수 임대 등을 담당하고 있으며, 도난방지 등의 부수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대학 인터넷 망 관리는 정보통신처 등에서 맡고 있지만, 개별 연구·실험실 등의 웹사이트 보안 조치는 대부분 담당 교수 책임아래 조교가 수행하고 있었다.

강원대,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항공대, 한양대 등 취재한 대부분 대학 연구실험실은 일부 독립 건물을 사용하는 센터를 제외하고는, 기자가 신분을 밝히지 않고도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허술했다.

하드웨어적인 보안시스템은 차치하고도, 대학연구원들의 연구생활은 그 자체가 보안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한국과학기술원의 한 박사과정 학생은 “대학원생들의 연구가 밤을 새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연구실 업무를 CD에 담아 집에서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 경우 대부분의 대학원생들이 잠정 기술 유출자 취급을 받을 수도 있는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 학생은 또 대학연구실험실의 보안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특허를 제외한 논문수준의 정보의 경우 다른 연구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질적 성장을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안해야할 것과 함께 나눠야 할 것에 대한 기준이 명확치 않은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보안에 대한 대학연구진들의 인식부족과 대학이 가지고 있는 고질적 구조적 문제-대학원생에 대한 처우 등-는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산자부 한 과장은 “보안은 연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감시받는 느낌을 들게 한다. 대학은 본디 자유스러운 곳 아닌가. 더욱이 기술유출은 엄밀히 말해 윤리적 문제가 아니다. 행정적 문제다. 대학원생들의 경우 대학교수 밑에서 정부로부터 적은 월급 받으며 일하는데, 지적재산권은 대학이나 교수들에게 간다. 결국 연구원들은 도덕적인 죄책감 없이 들고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형태의 법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학연구보안을 관리하는 정부의 대책은 아직까지 매우 미미한 실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기술유출과 관련된 업무는 국가정보원의 산업보안 관련부서를 비롯 과학기술부내 비상기획담당관실, 과학기술혁신본부 기술혁신제도과, 산업자원부 산업기술정책과 등이 총괄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정보원은 기술유출방지를 위한 탐문수사 등을 맡고 있으며, 산자부의 경우 산업기술유출분야에 대한 총괄업무를 하고 있었다. 유출사건과 관련된 수사는 검찰 내 특별수사부에서 진행하고 있었고, 과기부 비상기획담당관실에서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보안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대학의 경우 교육부에서 맡고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딱히 담당하는 부서는 없었다. 정부부처마다 각기 대학연구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지원되는 연구과제별로 각 정부 부처 담당 과에서 과제 지원과 함께 보안업무를 맡고 있었다.

그러나 해당 관리지침의 경우 실제 내용에 들어가면 그나마 형식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산자부의 한 과장은 “정부에서는 기업의 기술유출도 막기 어려운 실정이어서 대학까지는 아예 신경도 쓰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정부 각 부처에서 연구실에 보내는 관리지침은 솔직히 형식적이라며, 이를 위해 제도적 완비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국정원에서 과거와 달리 산업기술유출에 관심을 갖고 스파이 색출과 관련 정보를 해당부처 및 수사기관에 전달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 정부는 지난해부터 관련 법률을 추진해왔으나 부처간 이견으로 답보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광재 의원을 중심으로 산업기술유출 방지법이 의원입법 추진돼 왔으나, 정치적 이유와 일부 연구자들 반대로 올 정기국회 통과가 난망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대학 연구실험실 문제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까. 우선은 대학교수를 비롯 대학원생들에 대한 비밀 보안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비영리단체로 젊은 과학기술자들의 모임인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정우성 위원은 “대학은 지적 교류가 가장 활발해야 할 곳으로 기업과 똑같은 잣대로 보안 틀이 이뤄져서는 안된다. 우선적으로 기술보안을 위한 소양교육이 시행돼야 하며, 연구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주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부역시 대학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대학연구실험실의 기술유출 방지를 위해 법령 설치와 첨단 기술분야를 중심으로 한 기술유출 방지 재원투자가 있어야 한다는 주문도 제기되고 있다.

오재응 한양대 교수(기계공학과)는 “선진 외국대학의 경우 실험실 보안이 잘돼 있어 내부 자료를 유출시키기 어렵다”며 “대학연구·실험실 전체를 보안할 필요는 없으나, 하이테크 기술을 연구하는 연구·실험실을 중심으로 보안 기본 지침서를 마련하고 ,제규정을 시급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연구실험실 보안은 산업계 기술유출에 비하면 아직 ‘문제’ 축에도 끼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근의 대학 변화상은 대학이 원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기술유출의 또 다른 지원지가 될 개연성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다.

더욱이 기업의 연구자들은 대학 연구실험실로부터 출발한다는 측면에서 대학원생들의 보안의식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와 대학사회 모두 이 문제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미리 대책을 마련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송찬영 기자 (news@unn.net) | 입력 : 05-10-10 오후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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