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재정확충 현장 일선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는(했던) 전문가 3분을 모시고 기획시리즈를 정리하는 지면 좌담 시간을 진행하고자 한다. 참고로 이번 좌담회는 서면질의와 참가자들 상호간의 답변 교환을 거쳐 최종 성안됐으며,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본지 박용수 위원이 사회를 보는 형태로 진행됐다. - 편집자 주-
- 참석자 : 박용수 본지 운영위원(전 강원대 총장), 이석주 동신대 기획처장(전국 기획처(실)장 협의회장), 전병곤 한양대 출판과장
- 박용수 위원(이하 직함 생략) : 대학의 질은 궁극적으로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번 시리즈는 이러한 점에서 평가 받을 만 하다. 먼저 독자입장에서 좌담회에 대한 평가를 해주셨으면 한다.
- 이석주 처장 : 이번 시리즈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매우 적절했다고 본다. 대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나, 세계적 대학의 성공사례를 소개했으면 좀더 좋은 기사가 될 수 있었다.
- 전병곤 과장 : 대학의 브랜드, 학교기업, 기부문화, 기여입학제, 잠자는 재원, 재정운영의 투명성을 차례로 다루었는데 시기적으로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대학의 정책 수립자나 부서에 많은 도움이 됐을 것이다. 해외 사례가 곁들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 박용수 : 대학을 경영해본 사람으로서 이러한 재정 정책을 수립하고 이끌어가는 ‘총장 리더십’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점이 매우 아쉬웠다.
- 전병곤 : 재정에 있어 특정 몇 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어려움이 많다. 작년 겨울 어느 공식모임에서 모 대학의 선생님이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에게 제발 국립대학 학생정원 좀 줄여서 지방대학 좀 살려달라는 건의를 했다.
또 전국 총장님들 모임에서는 지방대학 총장님들께서 수도권대학의 정원을 줄여달라고 했다. 이는 지방에서 학생선발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의 공통된 심정이 아닐까 한다. 등록금 수입이라도 보전하자는 생각일 것이다.
전체 사립대학 예산의 수입구조는 등록금, 법인 전입금, 기부금, 연구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등록금을 대학이 원하는 대로 올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법인전입금 규모를 마음대로 늘릴 수도 없다.
기부금에 눈을 돌려봐도 쉽지는 않다. 대부분 지정기부금 형태이기 때문에 기부 목적에 맞게 사용하여야 한다. 재정 지출에 있어 가장 큰 부분은 인건비이다. 그렇다고 다른 대학 수준의 인건비 지출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대학의 시설이 갈수록 늘어 가는데 따라 운영경비도 늘어간다.
- 이석주 : 재정수입을 등록금에 거의 의존하고 있는 후발 사립대학들은 학생 수 격감으로 인해 재정이 매우 불안정하다. 법인전입금이 열악한 사립 사학은 더욱 어렵다.
한시적으로 정부가 일정한 재정 지원을 해준 후에 엄격한 지표를 요구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기부금 모집도 활발히 해야할 텐데 여의치 않다. 물론 합리적이고 투명한 운영으로 재정건전화를 도모하면서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을 유도하면서 미래에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본다.
- 박용수 : 재정확충을 위한 방법에는 크게 2가지가 있다. 하나는 기부 등 외부로부터 얻는 것, 또 하나는 대학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학교기업 등이 후자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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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기부 등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우리나라는 문화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이다. 학생들의 경우도 졸업을 하면 모교발전이 남의 일로 치부하기 일쑤다. 이른바 사회에서 재력을 가진 분들의 투자가 지금까지 없진 않았지만, 그것은 문화사업 범위에서 실시됐다.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스스로의 노력으로 재정문제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할 것이 우리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이다. 대학은 전문성과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 전병곤 : 대학마다 각기 다르다고 생각된다. 브랜드화, 학교기업, 산학협력, 기부금 모금, 임대사업, 교육프로그램 등 다양하니까. 그리고 수입규모나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다를 것이다.
우선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분석을 통해 우리에게 가장 적절하고 시행 가능한 아이템은 무엇인지, 우선순위는 무엇인지를 대학별로 연구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된다고 본다.
경영도 전략경영에서 시나리오 전략경영으로 변화하지 않은가.그러나 지금까지 많은 대학들은 다른 대학이 무엇을 하면 베끼기를 많이 해 왔다. 저는 이를 일컬어 무임승차라고 이야기 하는데..전략이 없는 접근이다. 그래서 얼마나 성공하겠는가.
- 이석주 : 저는 대학을 키우는 사회적 관심이 더욱 대학에 집중되어야 한다고 본다. 대학은 한 나라의 양심이자 국부의 원천이기에 대학에 기부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대학은 물론 사회적인 봉사이며 풍요로 연결되는 가장 좋은 방안이라는 인식이 확대되면 좋겠다. 선진국형 대학들은 거의 모두가 사회의 기부금에 의해 발전되고 성장의 동력이 마련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한국 대학들도 최근에는 창업지원, 학교기업, 각종 교육연구개발을 통해 학교재정확충 방안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한국 대학에서도 초창기 사업이기에 성공하기를 빌지만 결과는 미지수이다. 궁극적으로 경쟁력 있는 실용적인 연구를 통한 벤처기업을 성공적으로 육성해서 대학 재정에 기여하는 방안이 최선이리라 믿는다.
동문들로부터 모교발전기금 모금 등도 시도하고 있지만 기부금 모금은 역사가 있는 대학에서는 성과가 있지만 후발 대학들은 선진기술을 실용화한 창업, 특허출원, 임대사업, 전통식품이나 농수산물을 통한 기능성 제품개발로 이윤창출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박용수 : 재정확충 못지않게 대학에서 소요되는 비용을 줄이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본다. 막대한 연구비를 들여 나온 특허가 아직까지 캐비닛 속에 들어있는 경우가 있다. 대학의 자원은 한정돼 있다. 이런 것을 공동으로 사용하면 얼마나 효율적이겠는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립대학의 경우 정부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국립대는 등록금책정까지 정부가 다해준다. 이렇게 해서 경쟁력이 생길 수 없다. 사립대학의 경우는 대학재정운영의 투명성이 관건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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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주 : 대학구성원들로부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받아 어떤 목표를 설정하여 검증하고 이것이 성공하면 상응하는 지원을 해주는 '정책 실명제' 같은 것도 고려해봄직 하다.
이를 위해 세계의 선진 대학이 시행하는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는 검증된 것으로 비용 등 투자의 관점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결과를 어느 정도 낙관할 수 있기에 권장할만한 효율적인 방안이라 생각한다.
- 전병곤 : 대학에서 현재상태를 유지하면서 비용을 절감하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혁신적 사고를 갖고 접근하지 않는다면 큰 효과를 기대하지 못할 것이다. 제가 이야기하는 혁신이란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하므로 생존을 위해서는 그리고 국제경쟁력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검토를 해야 한다.
예를 들면 과연 우리대학의 여건은 몇 명의 학생정원을 유지하는 것이 효율적인가. 그리고 재정구조상 인문사회와 자연 그리고 예체능의 구조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등 출발점의 재설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꼭 지적한다면 현재의 가장 큰 비효율은 중복투자와 ‘우리’라는 공동의 개념이 아니라 ‘나’라는 개인의 이익 개념 이 대학재정의 비효율성을 가져온다고 본다. 공동실험실 설치, 의사결정과정의 단순화, 조직운영의 시스템화 등이 비효율적 요소이고, 계획과 실행은 있으나 결과에 대한 검토와 책임이 없는 운영방법, 대학경영개념이 아닌 대학운영개념 등이 제거되면 고효율로 가지 않겠나.
- 박용수 : 대학재정확충은 우리나라 대학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에서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 전병곤 : 한양대학교 홈페이지에 일부 소개되었던 중국의‘교판공사’사례를 우연히 중국을 상대로 사업을 하는 사업본부장으로부터 들었는데, 중국의 경우 대학이 공항과 도심을 잇는 고속도로를 건설해 통행료 수입을 대학의 재정수입으로 쓴다고 한다.
미국의 스텐포드대학과 구글의 사례도 그렇고... 이들 모두 벤쳐 기업을 지원하고 수익금의 일정부분을 대학재정으로 확충하는 방법인데 이미 우리나라도 시작은 한 셈이다.
- 이석주 : 궁극적으로 대학의 국제적 브랜드 가치를 높이면 각종 수익사업이 상품판매, 컨설팅, 교육프로그램 수출 등과 함께 여러 측면에서 가능할 것이다. 작게는 캠퍼스 구내매점에서 외부인들의 캠퍼스 방문 때 그 대학의 로고가 있는 각종 학용품 등 문구류, 모자나 의류, 그리고 그 대학이 독창적으로 개발한 제품 등을 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얘기지만 하버드 등에는 재정을 관리하는 펀드매니저가 많아 모금된 기금을 최대로 금융시장에서 관리하여 재정의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지 않은가.
- 박용수 : 마지막으로 대학재정과 관련 정부 정책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여기 계시는 분들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이 대폭확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재원이 경쟁력 있는 대학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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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병곤 : 저는 최근의 정부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과거와 달리 정책자체가‘선택과 집중’ 그리고 계획에 대한 지원보다 결과에 대한 지원방법으로 전환했다.
중장기적 업무이관이나 재정지원 계획도 미리 발표하고, 지원부서도 통합 하려고 노력한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프로젝트별 지원이외의 정규적 지원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대학생의 70%이상을 사학이 담당하고 있지만, 아직도 국공립과 사립의 지원에 대한 잣대는 늘 그대로다.
따라서 교육인적자원부만의 고민이 아닌 정부차원에서 국제화와 지식정보사회에서 인적자원의 중요성을 생각하고,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의 현주소를 분명히 파악해 지원방법과 지원규모를 고민해야 하리라고 본다.
- 이석주 : 최근 정부 정책이 분명히 ‘선택과 집중’이라는 화두에 초점이 모아진 것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이해한다. 하지만 각종 지원 선정과정이 유연하면서도 객관적으로 승복할 수 있는 공개 행정이 이뤄지면 좋겠다. 사실 대학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재정확충 방안이 많지 않아 고민스럽다.
수익사업도 한계가 있고 중국의 ‘교판공사’같은 문화는 아직 우리의 정서로 수용이 쉽지 않다. 그래도 최선의 방안은 대학에서 실용적이고 경쟁력있는 기술이나 특허로 대학 재정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러면 사회적 신뢰가 구축될 것이고 이런 분위기는 사회적 기부자가 많이 나올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전병곤 : 이제는 울면 어떻게 해주지 않을까 하고 주위에 대한 기대나 눈치를 살필 때가 아니고 각각의 대학들은 대학별로 재정확보를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고, 문화를 만들고, 구조를 만들어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최선의 방법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 실행가능한 차선책이라도 말이다.
박용수 : 나는 재직중 CEO 총장을 자처했다. 재정확충을 위해 고민했던 날들이 수도 없다. 지금 생각해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다. 기부를 받는 것 또한 중요하지만, 스스로 성과를 이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성과를 이뤄내야 기부자가 기부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오늘 귀한 말씀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