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의 대학정책들을 살펴볼 때 이러한 상황 전개는 다소 충격적이다. 교육논리가 아니라 경제논리에 의해 그것도 공개적으로 각종 정책들이 입안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진작 예고됐고, 지난해부터 구체화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의 과학기술혁신과 지역균형발전 전략에 따라 대학 기업 연구소 지자체를 한데 묶는 산학연 클러스터가 추진됐으며,
대학들은 2004년부터 산학협력중심대학 사업(교육부와 산자부), 지방연구중심대학 사업(과기부), 지방대 혁신역량강화 사업(교육부, 일명 누리사업) 등 각종 사업으로 자연스럽게 이 체제 안으로 편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업들은 그동안 1/N로 나눠주던 대학재정지원 방식을 성과 중심으로 차별 지원하고, 개별 대학 단위가 아닌 대학간, 사업단 간 컨소시엄 형태로 진행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 교육인적자원부가 강력 추진하는 대학 통폐합, 정원조정 등의 대학 구조조정과도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정부는 대학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밑그림을 일단 완성했다고 판단한 듯 하다. 올해부터 정책추진 핵심부처인 교육인적자원부를 교육과 인적자원으로 나눠 인적자원의 경우 산업관련 부처 공무원과 민간인들로 포진케 해 대학정책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는 한편, 공학교육인증과 대학의 교과과정개편 등 대학내부의 좀더 세밀한 영역 변화에 집중할 것을 수시로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은 정부 정책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우선 정부 정책에 대해 무작정 이끌려가기 보다는 이러한 사실을 해당 교수 등 내부 구성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대학이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의견수렴과 이의 표출을 통해 함께 참여 추진하는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사실 현재의 정부 정책은 기초보다는 응용, 인문사회보다는 이·공계 쪽에 치우칠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대세(?)에 파묻혀 있다.
다음으로 주문하고 싶은 것은 현실적으로 대학역시 시장경제, 대학간 경쟁체제에 들어서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철학, 각 사업별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이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운영돼야 하는 것은 시대 요청이다.
또 하나는 경쟁력이 없는 대학은 망한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구호가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교수 직원 학생사회 등 대학 내부 구성원들의 집단 이기주의로 개혁적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20세기말 입학정원역전 상황은 예고됐지만, 구호만으로 대처하다 막상 위기를 맞은 오늘날에는 허둥지둥 대고 있는 것이 우리 모습 아닌가.
이러한 마음으로 현재 추진 중인 대학내부 구조조정, 대학간 구조조정에 나설때 대학의 경쟁력은 높아질 것이며,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문하고 싶은 것은 기업 등 다른 사회와의 활발한 인적 물적 교류를 통해 다른 곳의 변화를 빨리 감지하고 적응하는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그래야만 다른 사회로부터 대학이 가장 변화가 더디다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보다 선진화된 내적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대학은 이 나라 최고의 지성사회다.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키워드를 쥐고 있는 곳도 대학이다. 정부의 의도에 이끌려 가는 곳이기 보다 무한한 창의와 자율을 바탕으로 시대의 변화를 주도하는 곳이 돼야 한다.
그래야 대학변화의 주도권을 정부로부터 되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