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유감스러운 것은 이 나라에 인물이 그렇게 없느냐는 것이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강변했듯, 신임 이기준 교육부총리는 대학의 산업화 국제화 추진을 위한 적임자 일지도 모른다. 논란에 파묻혔지만, 그가 유능한 과학자이며 국내 이공계 발전을 위해 공헌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세상이 다 알 듯 그는 과거 판공비 유용, 자식의 병역문제와 외국국적 취득 등 도덕성 문제로 서울대 총장 임기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인물이다. 도덕성을 갖춘 무능한 사람보다는 도덕성에는 문제가 있지만 유능한 사람을 쓰겠다는 논리인가. 그렇다면 도덕성과 유능함을 동시에 갖춘 인물이 이 나라에는 정말 없단 말인가. 교육부총리는 아이들에게 사람됨을 가르치는 이 나라 교육계 최고의 어른 아닌가.
우리는 과거 몇 차례 국무총리 인준 과정에서 국무총리 서리가 서리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낙마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이 중도하차한 이유는 외국국적 거짓말 부동산투기의혹 등 도덕성 때문이었다.
교육주체와 시민단체의 임명철회요구에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대학개혁 적임자라는 임명권자의 강변은 분노를 넘어 안타깝기까지 하다. 대학이 다른 사회 분야에 다소 뒤쳐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변화해야할 요소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학의 경쟁력 저하 원인이 대학인들 노력부족에만 있는가.
특히 이 나라 최고의 지성사회인 대학이 개혁대상으로 지목되고, 과거 독재정권에서나 쓰던 방법으로 대학을 변화시키려는 의도에는 아연 실색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임명권자가 임명이유로 밝히는 이기준 교육부총리의 장점은 그의 서울대 총장 중도 하차의 주된 원인 아니었는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화와 타협의 민주적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어떠한 개혁도 성공할 수 없다. 대학 구성원 지지를 받지 못한 채 교육부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다 총장직에서 물러난 이 교육부총리의 과거는 잘못된 옛일이 아닌 내일을 위한 반면교사가 돼야 한다.
교육부총리 임명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이 나라를 위해서나 대통령을 위해, 교육부총리 자신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교육주체와 시민단체, 야당이 일제히 요구하는 교육부총리 임명 철회요구는 매우 타당하므로 임명권자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철회해야 한다.
이 부총리 역시 지금까지 해왔듯 다른 자리에서도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 바란다.
더 이상 고희를 앞둔 노 과학자가 4천 5백만 국민 앞에 벌거숭이가 돼 지탄받는 것도, 먹고살기도 빠듯한 국민들이 새해 벽 초부터 엉뚱한(?)일에 핏대를 올리는 것도 나라를 위해 매우 불행한 일이다.
다시 한번 대통령과 이 교육부총리의 용단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