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책들은 단순히 선보이는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젊은층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서점 인물분야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당당히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체 게바라 평전'(실천문학사)이 출간되면서 이러한 현상은 시작됐다.
2천 부 팔리면 잘되는 편이라는 인문사회과학 서적 출판의 현실에서 체 계바라 평전은 약 6만 부 이
상 팔렸다.
이어서 트로츠키 평전인 '트로츠키의 반파시즘 투쟁'(풀무질) 트로츠키의 자서전 '나의 생애'(범우사) '호치민 평전'(자인) '자유로운 영혼 로자 룩셈부릌크'(예담) '로자 룩셈부르크의 생애와 사상'(책갈피) '로자 룩셈부르크'(북막스) '레닌'(시학사) 등이 잇달아 서점가에 얼굴을 내밀었다.
평전의 열기는 '데모크리토스와 에피쿠로스 자연철학의 차이'(고병권,그린비), '실현 가능한 사회주의의 미래'(백의) '반노동의 유토피아'(박종철출판사) '새정치경제학'(김형기, 한울) '맑스주의의 향연'(마샬버먼, 문명식, 이후) 등 본격적인 사회주의 관련 이론서 출간으로 이어지고 있다.
출판이 한 시대를 반영한다고 할 때, 이러한 출판 경향은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지난 90년대 초 소련을 위시한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 뒤 국내에서 마르크스주의가 급격히 모습을 감추던 상황을 감안한다면 이런 상황은 매우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정보화시대 글로벌화시대 가히 신자유주의 만세시대라 할 수 있는 21세기 초, 한물갔다던 마르크스주의는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한 사상인 것인가?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은 학계 젊은 소장파 교수들로부터 솔솔 나오고 있다. 경상대 장상환 교수(경제학)는 최근 출판저널 10월호에 기고한 '사상적 혼돈의 시대에 부활하는 마르크주의'를 통해 마르크스주의의 핵심인 역사적유물론, 자본주의 분석이론, 사회주의 혁명이론 중 역사적 유물론과 자본주의 분석이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이후 80년대에 전세계로 확산된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 실천으로 경제불안정 빈익빈 부익부, 선진 제국주의 국가와 신식민지 후진국간의 격차 확대 등 자본주의적 모순이 더욱 심화됐다."며 이는 곧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이해가 여전히 타당함을 입증해주는 현실적 사례라고 말했다.
지난 89년 '자본론(전5권)'(비봉출판사)을 번역 출판한 서울대 김수행 교수(경제학)는 과거 90년대 초 마르크스주의 관심퇴조를 '학문적 전통이 매우 짧고 외풍이 몰아치는 대로 소리를 내는 우리 학계의 빈양철통 같은 모습'에서 찾았다.
그는 "사회주의권의 몰락이 바로 자본주의의 승리이고 자본주의가 인류 유일한 최선의 체제라는 것을 증명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것이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마르크스 경제학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공황론인데, 우리 경제가 계속고도성장을 유지한 탓에 관심을 끌지 못했다며,
"이제 공황론에 관한 관심이 크게 일면서 마르크스주의는 현실적 기반 위에서 부활하고 있다."며 장교수의 의견에 가세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다소 조심스런 접근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마르크스의 '자본론'체계에 주석을 단 기존의 정치경제학 교과서와는 달리 경제현상을 '생산관계-제도-주체'라는 세 원인이 상호작용한 결과로 인식하는 이론에 기초,
현대 자본주의의 주요 모순과 위기 분석을 시도한 '새정치경제학' 저자 경북대 김형기 교수(경제통상학부)는 근대경제학이 신자유주의의 무차별적 자본증식을 뒷받침하는 논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학문으로서 정치경제학을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앞선 교수들에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마르크스 원리주의자들은 변화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이론적 편견과 집착을 버려야 한다.
마르크스 경제학의 통찰력과 강점에 기초하면서 조절이론 제도학파 경제학 케인즈 경제학 등을 비판적으로 흡수해 자신의 체계를 재구성하려는 개방적이고 유연한 자세가 중요하다"며 앞선 이들과는 다소 다른 견해를 나타냈다.
최근의 사회주의 관련서적 출간 붐에 대해 학계에서는 일단 현 자본주의 경제체제 모순의 발로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따라서 마르크스 관련 서적들은 사회과학서적의 전성기였던 80년대와는 또 다른 양상으로 출판계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