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계기는 최근 일어난 고려대 경북대 전북대 등의 사태. 고려대는 교수협의회 직선총장과 법인에 의해 재임된 총장 등 1대학 2총장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국립대인 경북대 전북대는 현 총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기 총장선출과정에서 총장후보 연설회가 직원들에 의해 무산되는 등 총장선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경북대와 전북대는 교수사회 고유영역으로 간주돼 왔던 총장선출에 학생 직원 등의 참여 허용 여부로, 고려대는 선발 대학으로서 앞으로 한국 대학사회의 총장직선제 존폐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현상들은 총장직선제가 민주적 운영 등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결함 역시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최근 대두되는 이 제도의 논의 쟁점은 4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전통과 관행을 중시하는 대학사회와 법률적 괴리다. 지성인 집단으로 이뤄진 대학사회는 성문법보다는 일종의 관습법을 존중하고, 그 전통을 자랑으로 여긴다. 그러나 현행 법률은 사립학교법에서 보듯 총장선임을 포함한 모든 교원의 임면권을 법인의 고유권한으로 규정하고 있다.
총장직선제가 대학의 민주적 전통이라고 생각하는 교수들과 법인의 법적 고유권한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둘째, 총장직선제가 대학사회를 혼란과 불신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교수사회의 파벌조성, 대학사회의 선거판화, 선출된 총장 측근의 나눠 먹기식 보직 배분 등의 폐해는 교수사회 역시 인정하는 부분이다. 사립대가 아닌 국립대에서 총장선거 과정을 들어 직선제 폐지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셋째, 시대변화에 따른 새로운 총장상 요구다. 직선제가 도입될 당시 총장상과 지금시대가 요구하는 총장상은 다르다는 주장이다.
직선총장 초기 상황이 총장의 민주적 선출과 운영이 핵심요소였다면, 21세기 형 총장은 이를 바탕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경영자 총장’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외부인사의 총장 진출을 막고 대학 내 교수사회만의 총장선출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넷째, 대학사회가 민주화됨에 따라 교수사회 이외 직원,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 동문, 조교 등 여타 대학의 다른 구성원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들은 넓은 의미의 총장직선제는 찬성하되 현재 시행하고 있는 교수사회만의 총장직선제는 반대하는 것이다.
총장직선제는 현재 국공립대 경우 한국교원대를 제외한 모든 대학에서 시행한다. 사립대 경우 이를 시행하는 대학은 영남대 홍익대 등 10여개 대학에 불과하다. 상당수 사립대는 총장선출권을 과거처럼 법인 행사로 복귀하거나 직선제의 단점을 보완한 간선제를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광운대는 총장 초빙공고 뒤 대학내외 인사를 대상으로 총장 후보 등록을 받은 뒤, 총장선출위원회를 거쳐 선출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상지대는 지난 93년부터 교수 직원 학생 동문 대표자들이 참여해 총장추대위원회를 구성, 후보자를 선정하는 간선제 방식을 도입했다.
서강대는 최근 교수협의회 투표와 직원투표에서 선출된 후보를 법인이사회에 상정한 뒤 법인이 최종적으로 선임하는 방식으로 총장을 선출했다.
서울대도 2010년 실시를 예정으로 간선제 도입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연세대는 교수평의회를 중심으로 현재 직선제와 교황선출제도, 간선제의 장점 등을 결합한 새로운 총장선출제도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교수들 직선에 의한 총장직선제는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총장 권위가 대학 구성원의 존경에서부터 나온다는 점에서, 일부사학의 경우 아직도 대학행정을 전횡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총장직선제의 존폐를 각 대학의 형편도 고려치 않은 채 여론몰이 식으로 결정짓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최초 직선 총장이자, 교육부장관을 역임하고, 현재는 공모에 의한 간접선거로 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광운대 박영식 총장은 “총장은 대학 경영자이기도 하지만, 학문적 권위를 동반하고 있다”고 말하고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는 간선제 역시 교수 파벌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 같다. 제도보다는 이를 운영하는 대학사회 구성원의 지성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sanun@un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