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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안전사각지대
안전장구 착용않아 '대형사고'재현 우려
매 달 한 건 이상 화재 발생...형식적인 안전교육
서울 소재 A대학. 국내 대학 중 비교적 안전관리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이 대학의 공과대 실험실은 벤처산업 지원에 밀려 새로 지은 건물에 입주하지 못하고 스프링클러도 없는 예전의 낡은 실험실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건물안전의 안전 기준은 준공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1층에는 사용하고 남은 시약 등 폐기물을 취급하는 위험물 취급소가 있고, 2층 3층은 학과 사무실과 연결된 실험 실습실이 자리하고 있다. 타 대학 공과대 복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실험실습기자재들은 말끔히 치워져 있는 상태이다.

‘출입제한구역’이란 표지가 붙어있는 2층 실험실 출입문을 슬며시 밀어 제치니 대형 실험기기 너머로 한 학생이 혼자서 실험에 열중이다. 실험복이나 마스크 등 안전장구는 전혀 착용하지 않은 상태다.

오른쪽으로는 시약을 보관하는 캐비닛이 눈에 띈다. 좁은 실험실에는 각종 실험실습 기자재가 산재해 있고, 기자재 위에는 각종 도구가 어지럽게 널려 있다. 이따금씩 그 위에 조그마한 약품과 비이커가 놓여있다.

간혹 학생들이 지나다니지만, 사람이 누구이든 괘념치 않겠다는 것인지 “어떻게 왔느냐”고 묻지도 않는다. 다시 나와 3층으로 올라가니 복도 끝 칸막이 넘어로 각종 약품 병들이 나뉭군다. 무슨 약품인지는 몰라도 쓰다가 남은 듯 병의 1/3쯤이 차있다. 20리터 물병에는 이름을 모르는 액체가 가득 차있는데, 철제 캐비닛 부서진 의자 등과 뒤엉켜 있다.

지나가는 학생 김모군(화공과 3년)에게 물어보니 “벤젠, 알콜과 각종 시약인 것 같다. 원칙적으로 중앙에서 수거하게 돼 있지만,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쓰고 남은 것은 잠시 놓아두기도 한다. 이 장소는 입학 당시부터 있었고, 지금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에 안띄게 칸막이를 해놓았다”고 말한다.

대학안전사고 매년 사망자 생겨

대학이 안전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한국화재보험협회가 매년 발표하는 ‘안전점검결과분석’에 따르면, 2000년 18건 1999년 20건으로 대학에서는 매달 한 건 이상의 크고 작은 화재사고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고의 대부분은 가스등 폭발물이나 황산 질산 청산가리 등 위험물을 취급하고, 전력을 많이 쓰는 이공계대학의 실험실습 과정에서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심각한 것은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 1999년 9월 서울대 원자핵 공학과 폭발사고 이후에도 대학 안전문제가 개선되고 있지 않아 꾸준히(?) 크고 작은 사고가 각 대학에서 발생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고의 원인은 전기가 가장 많다. 2000년의 경우 총 18건의 사고 중 누전, 연소기구의 과열로 인한 사고가 11건을 차지했다. 1999년은 총 20건 중 13건이 전기로 인한 사고 였다. 낡은 건물에서 과다한 전기기구 사용, 사용 뒤 콘센트를 뽑지 않음으로써 각종 전기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외에 용접불티, 가스 등 실험도중 사소한 실수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사고로 인해 건당 작게는 수십만 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재산피해와 사망 부상 등 인명피해가 생기고 있다. 2000년 한해 동안 부상 1명 사망 1명이 생겼으며, 1999년에는 부상 3명 사망3명이었다.

안전불감증 심각

그럼에도불구하고 위험물을 취급해야 하는 실험실습실 주체인 교수 학생들은 안전 불감증에 빠져 있다. 우선 실험실습시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 보안경 마스크 등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실험을 해야하는 데 그렇지 못하다. 또 독극물은 실험실 후두에서 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한국과학기술원 안전과 양인철 씨는 “대학은 사고 위험성이 일반 제조업보다 높은데도 교수 학생들은 불감증에 빠져있다. 지금까지 아무런 탈 없이 사용했는데 무슨 문제냐는 식으로 대꾸한다”며 어처구니없어 한다.

서울대 폭발사고 이후 전국의 각 대학마다 대학본부 차원에서 각 학과에 안전교육 실시 공문을 보내지만, 대부분은 형식적으로 이뤄진다. 직접 부딪힐 대학원생들과 조교들의 참여가 매우 저조하기 때문이다. 원광대 한 관계자는 “대학원생과 조교들에게 소방교육에 참가하라고 고지해도 참석률이 저조해 직원 위주로 소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험도중 또는 끝나고 나서의 보안도 허술하기 짝이없다. 황산 황산가리 등 독극물을 취급하는 곳임에도 사용하고 남은 독극물 잔량을 파악하진 않는 것은 물론 상인 등 외부인이 몰래 들어와 가져가더라도 내부에서는 전혀 모를 정도이다. 최근 자살이나 식품에 넣는 등 사회적 범죄가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전문 전담인력과 소방기구 부족도 심각하다. 아직도 대부분 대학은 시설관리과에서 건물이나 시설의 화재 예방 업무만 치중하고 있다. 연세대는 관리과 산하에 안전계 두고 소방설비 자격증을 가진 기사 2명과 기능직 2명이 대학 전체 안전을 담당하고 있지만, 전체 대학을 맡기는 역부족이다.

중앙대의 경우 각 동마다 방화관리자가 있기는 하지만 현재는 시설관리과장이 전담하고 있다. 대학전체 건물의 방화관리자가 한 명뿐인 것이다. 따라서 실험실이 담당 교수별로 운영되고 중앙통제도 힘들다. 중앙대 윤종선 시설관리과장은 “전문인력 부족은 대부분의 대학이 공통으로 겪는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위험요소가 많은 건물에 대해 책임자를 세분해 관리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고, 안전현황과 관련해 담당교수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국내 최고의 공과대 교육을 자랑하는 서울의 B대학의 경우 전체 8백여 실험실(화공약품이 들어가 있는 실험실은 약4-5백 개정도)중 소방기 설치는 1/5 정도밖에 설치돼 있지 않다.

중앙에서 일괄통제 필요

매년 일어나는 안전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안전관리의 중앙통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과기원 연세대 포항공대 등처럼 센서를 통해 중앙에서 사고유무를 알 수 있는 시스템은 물론 조직상에서도 안전전담 부서를 두고 적정수의 전문인력으로 하여금 시설안전을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또 각종 실험실에 방치되다시피 한 가스, 시약 등의 위험물질을 따로 보관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얼마 전 실험실습실 운영관련 호주로 직원연수를 다녀온 연세대 화공과 실험실 류기석 씨는 "대부분의 대학이 시약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심지어 학과 사무실 캐비닛에는 50년전 썼던 시약들도 있다. 외국의 경우 시약 위험정도를 구분해 보관할 수 있는 캐비닛, 가스의 경우도 안전 가스실이 돼 있다“고 말하고 ”적어도 가스의 경우 보관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안전사고는 대학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지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대학의 재정 열악으로 인한 시설미비는 물론 후진적인 관리체계, 여기에 매년 몇 번의 책임성 공문만을 보내는 정부의 무관심과 구성원들의 안전불감증이 더하면서 우리의 대학이 안전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송찬영 기자 (news@unn.net) | 입력 : 02-04-08 오전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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