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 구승회 동국대 윤리문화학과 교수
정희철 성균관대 동아리연합회 사무국장
강서희 숙명여대 총학생회 부총학생회장
김성환 ‘연세춘추’ 편집국장
김은영 본지 기자(사회)
계절의 여왕 5월, 대학가에 젊음의 향연이 잇달아 펼쳐진다. 이름하여 대동제. 대학 축제의 또 다른 이름이다. 지난 87년 고려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대동제(大同祭)는 글자 그대로 대학구성원을 하나로 묶는 자리다. 또 신입생들에게는 대학인으로서 성인됨을 만끽하는 계기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대동제는 소비와 향락이라는 비판을 대학내외로부터 듣고 있다. 대동제를 가리켜 ‘대학문화에 대학은 있는데, 문화가 없다’는 지적도 들린다.
지난 2일 서울 인사동 모 주점에 학생들과 교수가 만났다. 대동제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날 좌담회는 2시간 동안 진행됐고, 격의 없는 토론을 위해 약간의 음주가 가미됐다. 편집자
김은영 기자(사회)= 사회적 시류에 영향을 받아 올해 대동제는 반미행사가 많은 것 같다. 지역대학의 경우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행사도 눈에 띈다. 하지만 단골로 등장하는 것은 소비향락적이고 상품화돼있다는 비판이다. 먼저 구 교수께서 지금까지의 대동제를 평가해 달라.
구승회 교수= 5월은 축제의 계절이다. 대동제란 용어는 87년 고려대에서 처음 사용했다. 그 이전의 대학 축제와는 성격이 다르다. 대학인을 하나로 묶는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현재 사회문화의 흐름은 디지털이다. 디지털사회에서 개인은 점점 개인화 파편화를 요구받는다. 다시 말해, 현재의 문화 흐름과 대동제 목적은 어긋난다.
사회= 대동제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정희철 군(성균관대)= 대학문화도 개인화 파편화하고 있다는 교수님 지적에 공감한다. 사실 지금은 축제와 대동제 구분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백 대 1백 단체 미팅, 웨딩 쇼, 가수페스티벌 등은 ‘하나 되는 어울림’이라는 대동제 취지와 성격이 전혀 다르다.
학생들은 이런 행사에 참여함으로써 단순 소비자화 되고 있다. 성균관대 동아리 연합회는 이번 대동제기간 동안 김기정 열사 추모와 인권운동사랑방, 동성애자 문화재, 시설노동자와 함께하는 연대의 밤 등을 기획하고 있다.
강서희 양(숙명여대)= 대동제는 대학의 새로운 문화를 창달하는 최고의 통로다. 숙명여대 총학생회는 여성주의 학생회를 표방하고 있다. 행사시 학교지원을 받지 못하는 관계로 기업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참 모순 되는 일이어서 고민이다. 여학교여서 화장품 회사가 큰 관심을 갖는다. 그런데 화장품은 남성중심주의 산물이다. 주점을 운영하는 경우 사람을 불러 모으는 과정에서 ‘성 상품화’ 행태가 나타나기도 한다.
구 교수= 87년 서구사회는 좌파이념의 한계가 극에 달했던 시기다. 반면 한국에서는 민주화 요구가 최고조에 달했다. 민주화를 이끈 재야운동세력은 사회주의적 모티브가 적어도 20~30년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사회주의권 몰락과 함께 92년 끝나버렸다.
현재 대학 축제가 대동제가 아닌 소비향락으로 빠지는 근본 원인은 여기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만약 이데올로기의 사회통합이 제대로 작동하는 시대라면 대동제가 계속 확산했을 것이다.
김성환 군(연세대)= 연세대 대동제는 좀 특수하다. 연고전의 전초전이다. 응원전을 펼치는데, 유명가수도 부르고 운동부 주장소개도 한다. 또 동아리 발표회 등도 한다. 콘서트도 한다.
구 교수= 대학의 축제에 교수도 함께 하고 싶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나는 40대 중반의 나이다. 얼마 전 교수음악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 음악회는 넥타이 매고 점잖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테이블 음악회’라 해서 청바지를 입고 모여앉아 교육 정책의 문제, 단위 대학으로의 동국대 문제, 학부제 광역화 문제 등을 의논한 적이 있다.
대동제도 마찬가지로 학생 교수 직원 등 대학구성원 모두가 참여했으면 한다. 휴강을 해서 학교의 모든 주체가 커뮤니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정희철= 교수 강사 분들이 함께 어우러진 대동제를 기획했었다. 작년에 시도해봤는데, 교수 직원 학생 그리고 대동제를 준비하는 자치단체 일꾼간의 코드가 맞지 않는다.
교수님들은 너무 품위를 의식하는 것 같다. 학생들은 유명한 문화를 접하고 싶어 한다. 지금의 대학문화에는 80년대 저항문화가 소멸했다. 엄밀히 말해 대학문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문화는 끊임없는 실험과 분석의 과정이다. 단일화된 코드가 존재하지는 않지만 부분적 교집합은 있다. 이를 매개로 구성원을 연결해야 한다.
김성환= 80년대 대동제는 사회적 상황과 맞물려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통해 학내 구성원을 통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학생들 간 통합 의미가 희박해졌다. 대동제 틀은 남았지만 내용은 없다. 아마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도기라고 보는 것이 옳다.
우리 대학의 한 교수께서 5월 축제를 가리켜는 ‘북적대기만 하고 메인이 없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사실 우리학교에서 펼치는 응원전도 너무 상업화 돼 있다. 유명 가수 한사람을 부르려면, 신인가수 2명이 함께 출연하는 계약을 해야 한다. 한 장 표 값이 5천원이고, 줄서서 입장해 이를 구경한다. 개탄스럽다. 하지만 뚜렷한 방향잡기가 너무 힘들다.
정희철= 대동제와 함께 학생운동의 위기를 논의하기도 한다. 교육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지금 우리의 대학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으로 인해 학생들이 인적자원으로 상품화 되고 있다. 또 1백 명만이 들어갈 수 있는 문에 10만 명을 몰아 놓고 개개인이 하는 바에 따라 그 문을 뚫고 들어갈 수 있다고 선전을 한다. 이와 맞서기 위해서는 집단적 문화를 창출해야 한다. 대동제가 가지는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강서희= 김성환 군이 지적한 대동제 ‘메인’의 문제는 학교로 돌아가 한번쯤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김성환= 대동제는 학교 구성원간 통합을 모색하는 계기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대학 공간은 연구공간이기도 하다. 교수님들은 연구에 방해된다고 한다. ‘너희의 축제 앰프 소리가 교수를 대학으로부터 떠나게 한다’고 한다.
사회자= 해외대학의 경우는 어떤가.
구 교수= 유럽의 축제는 대학축제와 마을 축제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독일은 대학 울타리가 없다. 대학이 있는 건물에 가정집과 학교가 함께 있는 경우가 많다. 축제는 대학과 지역민 간의 대화 연결고리다. 축제를 통해 지역민들은 정치경제적 풍자를 접한다. 사소한 마을 이야기들을 통해 대학사회가 지역사회와 서로 이해하는 시기다. 자본주의적 갈등 해소 장소이기도 하다.
사회자= 우리의 대학들은 지역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가.
김성환= 우리학교는 지역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 신촌은 유흥업이 많은 지역이다. 축제가 벌어지는 낮에는 대부분 잔다. 연희동 사람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신촌은 또 유동인구가 많다. 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행사를 하고 있다.
정희철= 지역과 연계해 축제를 벌이고 있다. 혜화 역 주변에서 가요제를 열기도 하고, 마당극 탈춤 가장 행렬을 하기도 했다. 자유 발언대도 운영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지역민을 상대로 풍물학교 등을 운영할 예정이다.
강서희= 대학당국은 효창공원과 이태원을 묶어 숙명여대를 관광특구화 하려고 한다. 겨울에는 눈꽃 축제를 벌인다고 한다.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영정사진 찍기 등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사회자= 대동제 뒤처리 문제도 한번 논의해보자. 대동제 기간동안 각종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특히 대동제가 끝난 뒤 쓰레기가 많이 나오고 기물이 파손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강서희= 여대도 행사가 끝나고 지저분한 것은 매한가지다. 속상한 것은 다음날 청소하는 분들이 새벽부터 나와 물청소를 하는 것이다. 이번 대동제를 준비하면서 특히 뒤처리 수습에 대해 과학생회와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각종 사고와 관련 단속 내규를 준비하고 있다.
김성환= 쓰레기 문제는 우리학교도 심각하다. 금요일 축제가 끝나고 토요일 학교에 가면 다 치워져 있다. 용역업체 직원 분들이 새벽에 나와 다 치운 것이다. 학교 독수리 상에 낙서가 있거나 잔디가 뜯겨지고, 벤치의 경우는 불 소시개로 쓰이기도 한다. 총학생회에서는 뒤처리를 잘하는 주점을 ‘그린주점’으로 선정하고, 일회용품 안쓰기 운동을 벌이는 등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구 교수= 축제는 금기문제를 해소한다. 상처가 있지만 치유될 수 있다. 너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우리 축제가 너무 획일적이라는 것이다. 문화의 획일성, 대학마다 다른 성격의 축제를 하는 것은 어떨까. 왜 똑같은 시기에 비슷한 내용을 해야 하는가. 고유한 대학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획일성에서 탈피해야 한다.
사회자= 끝으로 대동제의 올바른 방향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말해 달라.
정희철 = 대학문화란 무엇인가. 학생들이 가질 수 있는 무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학문화의 꽃은 얽매이지 않는 상상력이다. 사회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는 실험을 모색하는 대동제였으면 한다.
강서희= 대동제는 대학문화를 새롭게 생성하는 장이다. 또 대학인들이 공통체를 느낄 수 있는 자리다. 끊임없이 구성원과 소통하고 만들어 나가야 한다.
김성환= 대학문화에서 대학은 무엇이고 문화는 무엇인지 고민한 적이 있다. 대학이 공간이라고 한다면, 문화만 남는데, 이 문화는 현재 대중문화에 흡수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대학인이 같이 할 수 있는 우리의 문화를 찾아야 한다.
구 교수= 한국대학은 변혁의 기로에 서있다. 아니 한국사회가 큰 변혁기를 맞고 있다. 강의실에서 문자 메세지를 보내는 시대다. 대학이 시장에 편입돼 규격화된 인력을 생산하는 공장이 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학생들에게 희망과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파괴적 창의력을 발휘해야 한다. 대학의 축제는 대학 내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를 하나로 모으는 장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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