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의 미래와 선택’이라는 대 주제 아래 진행된 이번 학술대회는 수월성과 평등성, 자율과 통제, 세계화와 한국화, 성장과 복지 등 교육계의 4개 화두를 진진하게 고민하는 장이었다.
참석자들은 이들 소주제들이 서로 대립하기 보다는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보완하는 관계라는 것에 대체로 인식을 같이했다. 각 주제별 주요내용을 발췌한다.
* 주제 1 - 교육의 평등성과 수월성
문용린 서울대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21세기 최고의 화두는 교육이며, 교육개혁을 추구하는 가치 측면에서 평등성과 수월성을 언급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문 교수는 교육에서 평등성과 수월성은 상호 대립적인 개념이 아니라 조화 또는 동반하는 가치로 평가해야 한다며, 지금까지의 대립적 시각을 거부했다.
그는 “해방이후부터 우리 교육에 적용돼 온 교육의 평등성과 수월성 개념을 어느 정도 실현되고 있는지 검증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 마련이 교육 발전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우리 교육은 평등성과 수월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의 ‘기초학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토론에 나선 김정호 자유기업원 부원장은 현 교육에 대해 “소비자는 새로운 교육을 요구하는데, 공급자는 그것을 만족시켜줄 수 없다”고 규정짓고 그 원인으로 △ 교사의 진급이나 급여, 학교의 재정상황이 소비자의 만족 여부와는 관계없이 결정 △ 학교 재정 부족 △교육정책 당국 규제를 꼽았다.
김 부원장은 자유시장에 의한 교육서비스 공급이 가능해지려면 교육 서비스 공급의 국가 독점체제 폐지, 다시 말해 사립학교 설립 및 운영의 완전자율화와 국공립학교의 학군제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원장은 현재와 같은 공립학교 체제를 유지하더라도 소비자 위주의 교육에 적합하도록 교육재정제도는 혁신될 필요가 있다며, 프리드먼이 제안한 바우처(voucher) 도입을 주장했다. 김 부원장은 이와 함께 사학법인의 일반적 회사형태로 전환, 등록금 자율화, 과외서비스의 공급규제 해제 등을 역설했다.
주제 2- 교육의 자율과 통제
발제를 맡은 최희선 인천 교육대학원 교수는 자율과 통제 방식이 각기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것에 초점을 맞췄다. 즉 자율성은 비교적 수단적인 차원이며, 교육을 통해 기르고자 하는 인간 속성으로서의 자율적인 능력과 태도는 목적인 차원이라는 것이다.
반면 교육행정에서 통제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 근거로 국민의 교육권 보장과 공정한 교육기회 분배, 교육자원의 효율적 활동, 조직의 안정성 유지, 교육체제의 통합성 유지 등을 들었다.
최 교수는 “한국의 교육과 교육행정에 대해 자율화를 끊임없이 주장해온 것은 역설적으로 통제에 타성화 된 풍토를 이루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며 대학운영의 자율화와 관련 “당국에서는 대학 운영의 자율성 증진을 위해 크게 노력해 왔으나 아직까지 대학행정이 타율적이고 관료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 대학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앙집권적인 규제와 지시를 대폭 완화하고 제도의 운영이나 지침의 적용에 있어 재량권을 확대해야한다 고 주장했다.
토론에 나선 노종희 한양대 교수는 “자율과 통제는 반드시 이분법적이지 않다”며 학교경영과정에서 볼 때 계획과 실천 단계에 대한 통제라면 어느 정도 규제를 받게 되지만 교육성과에 대한 통제라면 경영과정 상에서 상당 부분 자율을 확보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 교수는 ‘통제’는 매우 다의적이고 광범한 용어이기 때문에 이를 조망할 수 있는 폭 넓은 렌즈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제3 - 한국교육의 세계화와 한국화
주제발표를 맡은 유장희 이화여대 교수는 한국교육의 세계화와 한국화를 내용과 방식 측면에서 구별했다. 유 교수는 한국교육의 세계화는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고 창의력과 정보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보편적 가치를 갖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교육의 한국화는 ‘한국화 교육’과 구별해 한국교육의 국제적인 공헌을 고찰하고 동양적인 가치체계와 한국형 경제발전 모델 속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세계화와 한국화를 논함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세계 환경의 전반적인 변화를 이해하고 이에 대응해 주요국의 교육내용과 방식이 발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또 우리 교육의 세계화를 달성하기 위해 새 시대의 경쟁과 협력의 논리를 학교교육의 내용에 담아야 한다며 지식·정보화의 확산 추세 속에서 교과내용을 개발해야하며 과학기초교육을 심화시키고 인간중심의 다원화 교육과 인타의식(仁他意識)을 고취하는 교육이 선행돼야한다고 역설했다.
토론에 나선 김영철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세계화 전략에서 교육의 수월성을 제고해 교육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우리 교육의 세계화를 위해 시장개방과 경쟁력 제고, 지구촌 공동체로서의 세계 시민 의식 함양, 새로운 국제규범 및 질서의 형성 등 교육 내용의 세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제 3 - 교육의 성장과 복지
정기오 교육부 인적자원정책 국장은 주제 발표에서 1960년대 이후 현재까지 교육정책이 경제성장과 산업화 과정에 주력한 것이 사실이지만 평등한 교육기회를 확충하는 측면에서 교육복지 정책의 출발점을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들어 세계화와 복지국가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공교육 기능을 재확인하고 적극적인 사회생활을 위한 인간개발 정책으로서 인적자원정책, 생산적 복지 정책 등 추진하고 있음을 밝혔다.
정 국장은 “한국교육은 지속적인 성장 정책과 함께 교육의 형평성을 강조하는 교육복지 정책이 정착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토론에 나선 최일섭 서울대 교수는 “10년 전 학교사회사업의 실시가 제안됐으나 이를 학교제도 내에 도입하고 있지 못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최 교수는 학교 사회사업을 도입하는 데에 가장 장애가 되는 것은 교육부의 제한적 예산에 있으므로 학교사회사업의 필요성과 효과성에 대한 재정경제원의 이해를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사람의 토론자인 천세영 충남대 교수는 현재의 교육 변화를 ‘글자 소멸에 이은 의사소통방식의 혁명이 가져올 인간성의 개념 변화’라는 보다 확대된 차원에서 바라봤다.
천 교수는 국가공교육제도마저도 아직은 그 뿌리까지 뽑아버릴 정도의 자신은 없을 것이라며 “국가가 공교육제도의 바른 점들을 키워내지 못하거나 키워내지 않는 책임으로부터 회피하거나 확실치도 않는 미래로 전가시켜버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