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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회 연세대 교수] "선진국 패러다임으로 대학경쟁력 논하지 말라"
김인회 연세대 교수 VS 이인원 한국대학신문 회장

“경쟁력은 남들이 못하는 것을 우리가 할 때 생기는 겁니다. ‘국제저널에 논문이 몇 편 실렸고, 그래서 몇 위다 하는 것’은 뭔가 잘못된 거죠. ‘선진국이 1백을 했다, 그런데 우리는 90을 한다. 예전의 80일 때와 견주어 보면 얼마나 좋은가’라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선진국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어요.”

본지 이인원 회장이 김인회 연세대 교수와 한국교육의 문제점, 대학의 경쟁력 제고, 21세기 글로벌시대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방향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 우리나라 교육을 보는 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김 교수께서는 평생 교육을 위해 헌신해왔는데···.

“60세가 되기 전까지 저도 대단히 부정적이고 비판적으로 우리 교육을 봤습니다. 나이가 들고 한국교육을 알기 위해 한국 문화를 공부하다 보니, 우리사회의 대학이나 사회현실을 보는 눈이 지나치게 흑백으로 나눠져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들더군요.

서구영향이 아닌가 싶어요.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이 낮과 밤이 함께 있어야 하듯 좋은 것과 나쁜 것은 항상 상보적인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 ‘존경하는 스승도 사랑받는 제자도 없다’ 는 얘기를 흔히 합니다. 교육, 교육환경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 아닙니까.

“스승과 제자관계도 마찬가지에요. 우리 관념 속에 있는 스승 상을 현실 스승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대학은 그동안 교수 또는 스승이라는 인격이 형성 된 경험이 없어요. 해방이후에 비로소 대학이 생겼기 때문이죠. 교수가 어떤 직업인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교수란 직업이 생겼으니까··

·.

우리 학교 다녔을 때 교수님들, 내가 직접 교수돼 보니 무척 공부를 안했어요. 정년 때까지 논문 2~3편, 책 1권 쓰면 아주 부자에요. 그렇다면 그게 나쁜가, 그건 아니지요. 몰랐기 때문이에요. 당시 고등학교 교사하는 것을 평생 꿈으로 여겼던 분들이 대거 대학 강단에 섰잖아요.

그 중에 몇 분을 우리는 탁월한 스승 상으로 품고 있는데, 지금의 현실에 갖다놓으면 실망할 지도 몰라요. 70년 대 중반이 지나서야 교수가 되겠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정말 교수가 됐어요. 이 때부터 세계에 나가 교수행세해도 부끄럽지 않게 됐지요.”

- 사이버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글방 시대와 비교할 때 정말 엄청난 변화가 있었지요. 앞으로 교육환경이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십니까.

“교사, 교수, 교육정책가 등 모든 교육계 사람들의 발상체계 전환이 필요합니다. 사실 지금의 교육환경은 엄두가 나지 않아 그렇지, 이미 큰 변화를 보이고 있어요. 기존 교육체제가 해체되고 있지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그것(학교)밖에 없어서 그렇지···.

이런 변화를 학교 안에 있는 사람들은 감지하고 있을 거예요. 단지 모른척 할 뿐이지. 진실을 인정하면 모든 기득권을 내놔야 하기 때문이죠.”

- 예전과 달리 지금의 대학교육은 대중교육입니다. 이에 따라 대학의 시대적 과제도 바뀌어야 한다고 보는데요.

“당분간은 전통적 상아탑 역할, 엘리트 양성 기능을 폐기하기 어려울 겁니다. 폐기하는 것도 옳지 못하죠. 사실 더 첨예화하고, 경쟁력도 높아지면서 대중화 쪽으로 갈 것으로 봅니다.

우스개 소리하나 할까요. 4.19때 대학생들이 데모하면서 외치던 구호 중 하나가 ‘우리는 엘리트다’ 였어요. 당시 시민들은 박수로 호응했어요. 지금은 말도 안 되겠죠.

그러나 바둑에서 고단자 1명이 초심자 수백 명을 당해내는 것처럼, 닭 천 마리 속에서 봉 한 마리가 나온 다는 말처럼 대학도 결국 대중교육을 하면서 엘리트를 배출할 것이라고 봐요. 대학교육이 대중화되는 것은 그런 면에서 매우 필요합니다.”

- 지금의 대학을 상아탑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그런데 학생들 중에는 그런 생각을 가진 이들이 있어요. 학생들의 가치관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요즘 대학생들은 분열증 직전 상황이에요. 이 시대가 문명사적 전환기이고, 상업주의 대중문화 탓이기도 하겠지만. 이들의 정신세계는 양극성을 가지고 있어요. 하나는 남들과 다르게 튀고 싶은 욕구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남들과 다른 것에서 오는 일종의 ‘공포감’을 가지고 있다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발달하는 것이 ‘동아리’입니다. 그런데 군집생활은 하등동물의 본능이에요. 명문대학 학생들이라면 맹수가 돼야 하는데, 왜 원숭이 떼처럼 무리를 이루려고 하는지···. 자기의 갈등을 남에게 투사할 때 ‘왕따’가 생겨나죠. 우리의 경우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이념’이라는 종교가 있었을 땐 학생들의 눈이 반짝이고 광기도 있었는데···. 지금은 아주 위험한 상황이에요.”

- 급격한 전환기이기 때문이겠죠.

“적응하지 못해서 그래요.”

- 국가경쟁력을 얘기할 때 대학경쟁력을 거론 안할 수 없습니다. 우리 신문사 올해의 모토이기도 한데, 대학이 어떻게 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보십니까.

“경쟁력은 남들이 못하는 것을 우리가 할 때 생기는 겁니다. ‘국제저널에 논문이 몇 편 실렸고, 그래서 몇 위다 하는 것’은 뭔가 잘못된 거죠. ‘선진국이 1백을 했다, 그런데 우리는 90을 한다. 예전의 80일 때와 견주어 보면 얼마나 좋은가’라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선진국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어요. 선진국의 패러다임을 빌려 그쪽 잣대로 경쟁력을 얘기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다국적 기업의 경쟁력 얘기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대학은 달라야죠. 현재 대학의 경쟁력을 얘기할 때 정신문화적 경쟁력은 애기도 하지 않아요. 이건 벌써 정신문화적으로 종속되고 있다는 건데, 대학인구가 많아지고 투자가 높아질수록 문화식민지 종속의 길로 자꾸 갈까 두렵습니다.”

- 우리 대학교육 시스템 특징 중 하나가 사립대학과 국립대학의 병존입니다. 그런데 실제 공존하는데 여러 문제점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해소할 수 있을까요.

“국립과 사립 체계는 일제시대부터 시작됐습니다만, 60년대 군사정권 이후 바뀌지 않는 대학 정책이라면 대학을 정치적 대항세력으로 반기지 않는 것입니다. 대학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입시제도, 정원, 재정지원이 있는 거죠. 우리는 흔히 설립자 별로 국립과 사립을 나눕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 밑에서 엄밀히 얘기하면, 사립대는 존재치 않아요.”

-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태우 정권부터 지금의 김우식 총장에게까지 기여입학제에 관해 계속 얘기했습니다. 내년도 신입생 선발부터는 우리대학의 명예와 양심을 걸고 우리 방법으로 신입생을 뽑겠다고 폭탄 선언하라고 말이죠. 선발권은 사립대학 고유권한인데 군사정권 때 빼앗긴 것이라고. 그러면 날리법석일테고···.

그런데 어느 총장도 그것을 못해요. 기여입학제와 관련 ‘사회정의’ 등을 얘기하는데, 그건 말도 안돼요. 대학이 얼굴보고 뽑던 돈 받고 뽑던 그건 사립대학의 자유입니다. 국립이 아닌 사립대학인데. 사랍대학이 그럴 정도로 자율권을 가져야 하는데, 사회적 발상이 그런 것은 군사문화 속에서 세뇌가 됐기 때문입니다. 기여 입학제가 문제가 되는 것은 한국사회의 톡특한 현상이죠. 민주주의 사회라고 하지만 교육에 관한한 사회주의적 요소가 꽉찼어요.

- 교수노조와 총장직선제가 대학사회의 화두입니다. 이들 현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본의 경우 일류대학 교수건 어느 대학 교수건 교수 스타일이 자리 잡혔어요. 영국도 마찬가지죠. 한여름에도 긴 와이셔츠 입고, 걸음걸이도 얌전해요. 내시처럼, 목소리도 한톤 낮아요. 교수문화가 정착 된 거라. 그런데 우리나라는 시정잡배부터 기생오라비처럼 행동하는 사람까지 다양해요. 다양성, 개성이 존재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 것은 학생들이 분열증에 걸린 것처럼 교수들도 분열증에 걸린 세대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 생각해요. 교수가 자기의 목소리에 권위나 자신이 없을 때 집단을 이루죠. 교수는 자기 분야에서 만큼은 재판관과 같다고 생각해요. 판사가 판사 노조 안 만들잖아요. 마치 수술실에서 집도의가 옆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는 것처럼. 그것이 집도의의 권위에요. 대학의 교수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수노조 만드는 것은 스스로 노동자다, 기계 부품이어도 좋다고 인정한 거예요.

하지만 그런 집단도 존재할 필요는 있어요. 한 집안에도 여러 용도의 물건이 있는 것처럼. 그런데 그것이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봐요. 직선제도 마찬가지에요. 대학을 잘 운영하기 위해 직선제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가장 적절한 사람을 총장으로 뽑는 방법이라고 하죠. 명분이 그렇다는 겁니다. 속으로는 자기들 끼로 하고 싶으면서.

21세기 대학을 가장 잘 운영하는 사람을 뽑으려면 글로벌하게 뽑아야 해요. 총장선출위원회를 구성하는데 직선을 하는 것은 좋아요. 그런데 왜 자기네 대학 교수들끼리합니까. 전 세계에 문을 열고 가장 우수한 총장을 스카웃해야지. 지금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고 정치판에서 하는 것이랑 다를 것이 없다고 봐요.”

- 대학이란 명칭을 단 곳이 5백 개에 가깝습니다. 이들 간에 별 차이도 없고. 지방대 경우는 학생수가 모자라 큰일입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정말 국가가 경쟁력을 생각한다면 대학의 자생적 적응력과 생명력을 길러야 합니다. 교육에 있어 자생력을 기르지 않는 한 교육시장개방 후 석권당합니다. 그 과정에서 구조조정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그러나 국가가 참견하면 안돼요. 대학도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도태될 것은 도태되고, 병합할 것은 병합해야 합니다. 단 정부가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하는 대학들을 봐줘야 합니다. 지금 정부는 시시콜콜 참견 다합니다. 이는 대학을 장악하고 있는 관료집단과 관련이 있어요. ”

-우리나라 교육하면 대학입시가 그 중심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들 합니다. 대학입시, 문제있는 것 아닙니까.

“전문가들은 다 알아요. 배가 가라안고 있다는 것을. 저기 헤엄쳐 가야한다는 것을 다 압니다. 줄 세워 화장실 들어가는 것 가지고 돈 받는 재미에 빠져 아직도 그것 하고 있는 것이죠. 마지막 순간까지 단물을 빨아먹으려고 그러는데. 지금 우리는 사이버 시대,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어요.

2010년이 되기 전 우리나라 제도교육은 총체적 붕괴를 맞을 겁니다. 학교에 다니면서 학교의 집단주의에 매몰되지 않으면 왕따 되고, 매몰되면 아이 인격 파괴되잖아요. 그것에 견딜 수 있는 저항력이 약해졌어요. 옛날에는 전쟁 등 가난한 시대를 살아왔기에 어려운 상황을 견디는 저항력이 있어요.

그러나 부유한 시대에 성장한 부모들은 아이가 하나 밖에 없고 못 견뎌요. 자기도 스트레스 받고. 또 학교 안다녀도 사람답게 살길이 보이거든요. 지금은 방법이 외국 가는 것이지만. 사이버 대학이 생기잖아요. 홈스쿨링도 생기고. 자퇴 학생들이 늘고 있어요. 문제아만 자퇴하다가 정상아들도 자퇴합니다. 그것이 하나의 문화가 되면 겉잡을 수 없어요. 그러면 학교는 붕괴됩니다.

교사집단도 저항력이 없긴 마찬가지에요. 그래서 집단화하는 겁니다. 교수들처럼 교사도 전문성을 가지기는 마찬가지에요. 자신이 없으니까 집단을 이뤄 목소리를 내는 겁니다. 아이들이 등교 거부하듯 교사들이 등교거부할 겁니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어요. 처음에는 명분을 내세워 파업이다 하지만 속으로는 학교가기 싫은 겁니다. 이러면 제도교육이 해체되는 겁니다.”

- 학생 뽑는 것만큼은 자율화 돼야하는 것 아닙니까.

“없어져야죠. 전두환정권 시절인 80년대 중반, 당시 교육개혁심의위원회에서는 ‘90년대는 완전 자율화 하겠다’고 했습니다. 기득권 집단의 이익 때문에 안된 거죠. 이익집단은 대학입시로 덕보는 집단 가령, 대학경영자, 학원가, 출판사, 명문대생 등이 있죠. 대학입시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고 하지만 부모들 역시 이익집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돈만 가져다주면 그 책임에서 해방되지 않습니까. 대학입시로 모두가 기득권화 돼 있는 것이죠.”

- 얼마전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지역할당제를 주장했습니다.

“국립 서울대학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득권세력의 상당수는 서울대 입니다. 자기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계속 서울대로 우수 두뇌를 끌어들이려 할 겁니다. 어떤 입시정책이든 그러한 기득권수호와 관련 있다고 봅니다. 그런 눈으로 보면 속셈이 보이죠.”

- 우리 대학이 제대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말썽 많은 입시제도나 교수집단화, 경쟁력 등 문제로 지적되는 모든 것에는 교육적 역동성이 있어요. 좋은 쪽으로 가느냐, 나쁜 쪽으로 가느냐의 문제는 상대적입니다. 우리가 21세기 다문화 시대에서 국가적 민족적 위상을 높이고 세를 키우려고 한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나는 정신문화의 경쟁력을 키우는 겁니다. 물질문명 경쟁에서 우리는 1류가 될 수 없어요. 2류 까지는 될 수 있겠지만. 1류가 될 수 있는 것에 노력하자는 겁니다. 도덕문화에서 남보다 우월할 수 있으면, 약소국도 강대국에게 손가락질 할 수 있습니다. 대학도 그 쪽에 관심을 갖아야 합니다.

또 하나는 우리 고유의 다원론적 민족성을 되살리는 겁니다.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단일 민족이라는 환상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단군의 자손, 배달민족 등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문화와 섞이면서 우성으로 자라온 민족입니다.

이제 유연하지 않으면 살 수없습니다. 그래야 친구도 많이 사귈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너무 일원론적 질서에 익숙해있습니다. 이길 수 없는 적을 자꾸 만듭니다. 싸워서 이길 수 없는 적과는 친구가 되는 것이 현명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다원주의적 교육을 해야 합니다. 전국의 교육을 하나로 통일한다, 이건 대단히 잘못된 것입니다.”

송찬영 기자 (news@unn.net) | 입력 : 02-09-14 오전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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