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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총장 25시]박영식 광운대 총장
틈새없는 행정 위해 긴장된 나랄
학자로서 끊임없는 지식 탐구 노력
낮엔 '이해조정자' 밤엔 '영업사원'
21세기 대한민국 대학사회를 이끌어 가는 총장들은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그들의 하루 일과는 어떠하며, 주된 고민은 무엇인가. 또 여가 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며,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이 시대 대표적 대학총장인 박영식(68) 광운대 총장을 통해 그 동안 높고 어렵게만 보이던 대한민국 대학총장의 하루 일과를 들여다 본다. <편집자>

박영식 광운대 총장의 하루는 아침 5시를 알리는 자명종 소리와 함께 시작한다. 박 총장은 빌라 현관 문틈으로 들어온 3개 조간신문을 간단하게 훑어 본 뒤 녹차 한잔을 오른손에 든 채 서재로 자리를 옮긴다.

학자로서의 삶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박 총장의 연구와 집필 시간이다. 보통 8시까지 계속된다. 대개 신문사 등의 청탁원고를 비롯 각종 행사의 격려사 원고를 집필하거나 책을 읽는다.

요즘 삼매경에 빠진 책은 ‘유목민 이야기’(김종대 지음)와 나르시스의 꿈(김상봉 지음)이다. 잡지 ‘철학과 현실’, ‘에머지’ 등도 평소 즐겨 읽는 책이다. 박 총장은 “독서로 지적 공급을 해야 하루 내내 활력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밥, 국, 김치(백김치) 세 가지로 아침식사를 마친 박 총장은 8시 30분 경 구기동 자택을 출발한다. 광운대로 향하는 차 안에서는 하루 중요 계획을 차례로 정리하고 주요 발언내용을 미리 작은 쪽지에 적어보는 시간이다. 박 총장은 깔끔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 탓에 간단한 말이라도 미리 준비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오전 9시20분 경 본관 2층 총장실에 도착한 그는 10분 후 부터 아침 결재를 한다. 전자메일, 우편물 결재도 이 시간에 한다. 이어 10시가 되면 사무용 책상과 12인용 회의 탁자, 6인용 소파가 자리한 20평 남짓한 총장실은 교무처장 입학홍보처장 등 7개 부처장들의 ‘티타임’ 장소가 된다. 부담 없이 처·실장과 학교 얘기,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눈다.

보통 11시까지 이어지는 티타임은 매주 화요일의 경우 ‘처·실장회의’, 격주 목요일에는 7명의 처장, 6명의 단과대학장, 6명의 대학원장, 중앙도서관장, 정보과학교육원장 등 총 22명이 참여하는 ‘교무위원회’ 라는 공식 회의가 된다.

공식 회의는 이 경우 보통 12시까지이며 점심시간까지 이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박 총장은 이외에 한 달에 한두번 6개 학장들과 관련 처장들이 함께 하는 학장협의회를 갖는다. 점심식사도 총장 업무의 연장이다. 공식회의가 끝날 경우 점심식사는 자연스럽게 보직교수들과 같이한다. 이들과의 식사는 학교 인근의 돌솥밥, 설렁탕, 손두부 집 등이다.

공식회의가 없을 경우 박 총장은 일주일에 두번 정도 혼자 학교식당을 찾는다. 평교수,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만나 학교얘기를 듣기 위해서다. “총장이 자주 식당을 찾아가니 식단 질도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도 한다.

일반적으로 오후 집무시간은 점심시간 이후 2시부터 6시까지다. 이 시간에는 주로 각 부처별 결재와 예고 없이 찾아오는 교수 학생 노조위원장 등 교내 구성원들을 만난다. 점심시간 박 총장이 대학구성원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으려 했다면, 이 시간은 용건과 건의사항이 있는 구성원이 박 총장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다.

결재는 일반적으로 3시~4시 사이에 이루어진다. 박 총장의 결재방식 중 특이한 것은 교무처를 제외한 나머지 부서들의 경우 되도록 실무책임자인 과장들이 직접 결재를 받게 한다는 점이다. 실무자로부터 학교가 돌아가는 생생한 얘기를 듣기 위함이다. 이렇게 올라오는 결재건수는 하루 평균 20~30건에 달한다.

미결이 없는 점도 박 총장의 업무 특징이다. 보완이 필요한 것은 총장 책상에 쌓아두지 않고 즉시 반려시킨다. 또 결재는 사안을 단순화시켜 빠르게 결정한다. 오래전부터 “핵심을 파악하고, 욕심 없이 사안을 바라보면 해법이 있다”는 것이 박 총장의 생각이다. 총장 개인에게 사업을 유리하도록 하면, 시간도 많이 들고 사안도 복잡해진다는 것이다.

한 보직교수는 박 총장의 업무스타일을 “객관적 합리적이며, 해당부서에 권한을 위임하고 뒤 배경을 만들어주는 스타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철두철미하게 직접 챙긴다”고 설명한다.

박 총장의 실용적이고 합리적 대학 운용 스타일은 해외출장에서도 들어난다. 박 총장은 대학교육의 세계사적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세계대학총장회의나 정부관련 해외출장을 제외하고는 가급적 자제한다.

보통 일주일씩 행정공백이 생기고, 비용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외국대학과의 자매결연 등은 메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박 총장의 생각이다.

회의와 만남 그리고 결재로 긴장됐던 교내의 하루 일과는 6시를 즈음해 마무리된다. 그러나 퇴근 뒤 곧바로 집으로 가는 것은 일주일 중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학술원 회원, 한국연구원이사장,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위원장, 인촌상 운영위원 위원, 서우철학상 운영이사 등 각종 위원회 직함을 갖고 있는 탓에 저녁 약속이 잦다. 하지만 대개 저녁식사 뒤 곧 귀가한다.

저녁약속이 없을 경우 곧바로 귀가해 가사 일을 돕는다. 두 내외만 사는 집이고, 부인에게 어느 날 “나이 들어 반찬하기도 어렵다”는 말을 들은 뒤부터 설거지를 하거나 손수 무국을 끓이곤 한다.

“설거지를 하면 머리가 많아진다” “다시마가 들어간 무우 국을 많이 먹으면, 노년의 대변이 좋아 진다” 고 박 총장은 가사 일을 예찬한다.

박 총장은 밤에는 특별한 일을 하지 않는다. 영어도 잊지 않을 겸 CNN 뉴스, NHK 영어 방송, 아리랑 뉴스를 보며 머리를 식힌다.

박 총장 스스로 즐겼다고 말하던, 그러면서도 약간의 아쉬움이 있던 ‘긴장된 하루’, ‘여유 없는 일과’는 10시 30분경 잠자리에 들면서 마무리 된다.

ssanun@unn.net

[관련기사 : [총장들의 건강관리] 술·담배 멀리하고 규칙적 생활 중시]

[관련기사 : 박영식 총장 라이프 스타일]

송찬영 기자 (news@unn.net) | 입력 : 02-10-14 오후 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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