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마르틴과 한나’(카트린 클레망 지음, 정혜용 옮김, 문학동네 펴냄)는 실존철학의 거장 마르틴 하이데거와 그의 제자 한나 아렌트의 비밀스런 사랑 얘기다. 통속적으로 얘기하면, 한 유부남과 처녀, 교수와 여제자간의 불륜 이야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의 불륜은 그들이 위대한 철학자들이었다는 점에서 가려진다. 마르틴 하이데거는 나치에 협력한 전력으로 폄하되고 있지만 ‘존재와 시간’의 금세기 최고의 철학자다. 한나 아렌트는 전 시카고 대학교수로 ‘전체주의의 기원’ 저자다.
이야기 전개방식은 영화 박하사탕을 보는듯하다. 소설은 한나가 죽기 넉 달 전, 마르틴이 죽기 일년 전인 1975년의 어느 하루, 한나가 마르틴을 보기위해 독일 슈바르츠 발트에 파묻혀 지내는 마르틴을 찾아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점점 과거로, 과거로 이어진다. 특이한 것은 이 소설의 주인공이 제목처럼 ‘마르틴과 한나’가 아닌 마르틴의 아내 엘프리데 페트리와 한나 아렌트라는 점이다. 한 남자를 두고, 조강지처와 정부가 맹렬히 논박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것이다.
|
‘심청’(전2권, 문학동네 펴냄)은 작가 황석영이 지난 2001년 ‘손님’을 발표한 이래 2년 만에 선보인 작품이다. 고전 심청전의 스토리와 등장인물을 그대로 자신의 소설 속에 등장시켜, 황석영판 ‘심청’으로 바꿔 놓았다.
이 소설 속 주인공 심청은 19세기를 처절하고 안타깝게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한 한 여자다. 봉사인 아버지 눈을 뜨게 하기 위해 15살 청이는 중국선상들에게 팔려간다. 풍랑을 잠재우는 제물이 돼 굿을 치른 뒤 중국의 한 부잣집에 다시 되팔려 ‘렌화(연꽃)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그 뒤 진장으로 지룽으로, 싱가포르로, 다시 지금의 오키나와인 류큐로, 나가시키를 전전한다. 그리고 여든의 노파가 돼 자신의 고향인 제물포로 돌아와 죽음을 맞는다.
작가 황석영은 이 소설의 주제를 ‘미소’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는 예전에 불상의 웃음이 한없이 풍요롭고 다사롭기만 한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은 지극한 고통을 겪은 뒤에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희미하지만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미소였다.”고 말한다.
이 소설의 대미는 이렇다. ‘연화보살은 눈을 감고는 한 번 빙긋이 웃었다. 오물조물한 입이 조금 움직였을 뿐, 실컷 울고 난 사람의 웃음처럼 그건 아주 희미했다.’(307쪽)
|
우리에게 ‘개미’라는 소설로 널리 알려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나무’(이세욱 옮김, 열린책들 펴냄)는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이 책은 저자가 ‘개미’를 발표한 뒤 이야기를 빠르게 지어내는 능력을 소유하고 싶어 매일 저녁 한 시간을 할애해 쓴 소설들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내겐 너무 좋은 세상, 바캉스, 투명피부, 냄새, 황혼의 반란, 가능성의 나무, 수의 신비 등을 통해 저자는 인간 중심주의에 반기를 든다.
‘내겐 너무 좋은 세상’에서는 잠을 깨우는 자명종, 식사때 필요한 포크 등에도 생명을 불어넣어 친구로 만든다. 마치 호두까기 인형처럼 말이다. 베르베르의 상상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인간을 중심으로 다른 사물을 대상화 하지 않는, 다시 말해 다른 사물의 관점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은 독자들로 하여금 ‘기찬’ 손뼉을 치게 만든다.
|
‘연탄길’(이철환 지음, 전3권, 삼진기획 펴냄)은 그냥 평범한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모 방송국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의 추천도서로도 알려져 있는 이 책은 실존인물들의 사실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의 삶이 얼마나 따뜻하고 살만한 것인가를 깨닫게 해준다.
너절한 행색의 아버지와 딸. 그날은 아버지의 생일날이었다. 국밥을 사드리려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모아온 지폐와 동전을 내놓은 자식. 그리고 서로의 입에 음식을 넣어주는 따뜻함. 부족한 밥값에 당황하는 부녀에게 ‘국밥에 넣을 재료가 빠졌다’며 오히려 돈을 거슬러 주는 식당주인 넉넉함.(아빠의 생일에서)
이 책은 이런 우리 이웃들의 삶을 통해, 행복이 물질적인 풍요에 있는 것이 아님을 넌지시 일러준다.
|
‘대학에서 배워야 할 것, 배우지 말아야 할 것’(와시다 코야타 지음, 김혜숙 옮김, 눈과 마음 펴냄)은 대학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대학생활을 잘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일본 삿포로 대학 교수이기도 한 저자는 대학시절을 ‘자신이 꿈꾸는 장래를 모색하고 발견하려 노력하고 막연하나마 형태를 잡는 최초의 실험장소’로 정의한다.
그리고 대학생들의 현실적 고민인 좋은 교수 구별방법, 유학의 효과와 위험, 배우고 싶지 않은 것을 배우는 효용 등 젊은 시절의 소중한 4년을 알차게 보내는 방법을 일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