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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에 대해 긍정적 인식변화, 대학생 1백명 중 5명 경험
개방된 성문화와 서구의 영향, 일반인 보다 많아

최근 들어 전통적 가족가치와 가부장적 권위주의 체계 붕괴와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 그리고 결혼관의 변화와 이혼율의 증가로 가족형태의 다양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대학생들 사이에서 ‘동거’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편집자 주>

요즘 대학생들의 성의식 중 가장 큰 변화는 ‘동거’에 대한 긍정적 인식전환이다.

일부 대학가에서는 ‘룸메이트 구함, 남녀불문’이라는 벽보가 붙는 등 ‘동거’가 이제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일이 되고 있다.

<> 국내외 단기 ‘유학 동거’ 등장

사회인들이 사회적 여건과 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동거 대상을 찾는 것과 달리 대학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현재 얼마 만큼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느냐가 동거의 관심사다.

지난해 고려대 재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의식 설문조사 결과, ‘1백명 중 5명 꼴’로 동거경험을 갖고 있으며 ‘동거를 찬성’(28.5%) 하거나 ‘상황에 따라 가능하다’(45.6%)는 긍정적인 답변이 74.1%를 나타냈다. 반면 '만약 자녀가 동거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의에 대해서는 ‘말리겠다’(34.2%)거나 ‘말리지만 본인의 뜻이 완강하면 어쩔 수 없다’(37.6%)고 답해 동거에 대해 개방적인 인식을 갖고 있으나 ‘동거’가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해 적용되기는 아직 이르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는 ‘과거에 비해 개방된 성문화’라는 내부요인’과 ‘서구의 영향’이라는 외부적인 요인이 동시에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고려대 안호용(사회학과) 교수는 “부모님의 간섭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이 대학생의 동거가 가능하게 했다”며 “그동안 억압받아 왔던 생활이 그 억압에서 풀리면서 동거까지 가능하게 하는 것이 대학생들의 동거가 일반인 보다 많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대학가의 동거는 연애하면서 드는 비용절약이나 대학생들의 절반 정도가 타지 생활을 하는 유학생임을 감안할 때 외로움해소 측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실험적 동거’해체시 깊은 상처 남아

동거 기간은 약 3개월 정도가 가장 일반적이다. 대학생의 동거는 결혼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학생의 동거는 일반인들의 동거와 달리, 결혼이 목적이 아닌 현재 자신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생활하고 싶어서 시작된다. 이로 인해 대학생들의 동거는 언제 깨질지 모르는 불완전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생들의 동거 역시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관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부모님이 허락했다’혹은 ‘결혼할 사이다’라는 말들은 일시적으로 동거하는 학생들을 지켜줄 수 있지만 동거가 깨졌을 경우는 결혼관계를 해체하는 것만큼이나 깊은 상처를 경험하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

동거가 ‘어느 한쪽이 더 주거나 받거나 하는 것이 아닌 상호 평등한 신세대들의 개인적 사랑으로 바람직하다’는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대학생에게 성숙한 책임의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견해가 우세하다.

동거경험이 당사자에게 ‘과거’로 남아 마치 범죄와도 같이 치부되던 시대는 지났지만 대학가의 동거문화가 사회 전반적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동거생활을 할 때도 여러 가지 책임이 존재한다는 것을 우선적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럽의 경우 결혼 대안으로 인식

동거를 보는 시각은 미국식과 유럽식으로 나눠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동거는 결혼으로 이어지기 전의 새로운 친밀성 단계로 인식되는 경우가 일반적인 반면 유럽의 경우는 결혼에 대한 보다 확실한 대안적 삶의 양식으로 인식되고 있는 추세다. 동거로 인해 결혼제도의 의미를 둘러싸고 일정한 변화가 일고 있다.

동거문화가 하나의 생활양식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동거문화를 정립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함께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해 줄 일정한 법적장치의 마련이 필요하다.

우리의 동거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는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는 동거의 경우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사실혼 부부는 법률상 부부와 동등하게 다루는 규정이 있어 근로기준법, 공무원연금법 등의 보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사실혼과 일반적인 동거와는 동일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근 동거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음은 주목할 만하다. 동거 파트너 매개 구실을 하는 인터넷 동거사이트가 20여개가 성업중이며 인터넷 카페를 통한 동거인들의 모임 또한 2백여개가 개설중으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백승준 기자 (news@unn.net) | 입력 : 02-05-04 오전 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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