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렇게 여름이 끝나고 개강은 했지만 긴 방학과 무더위로 다 풀려버린 우리들의 태엽은 다시 조여질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이렇게 풀려진 태엽이 다시 팽팽하게 감겨지지 않으면 학문이 제대로 될 까닭이 없다. 그러다가 겨우 정상으로 되돌아갈 때쯤 되면 곧 추석명절의 연휴가 시작되고, 성묘에서 돌아오면 온갖 가을의 축제가 기다린다.
결국은 가장 공부하기 좋은 계절에 가장 많이 놀고 먹는 것이 우리나라 대학이 아닌가?
요즘은 젊은이들이 교수들이나 사회지도층의 훈화 따위에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으며 그만큼 기성세대도 지도력을 스스로 상실한 시대가 되었지만 교수든 학생이든 나와 우리를 위해서 대학인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누구나 조용히 귀를 기울여 보고 주변을 살펴본다면 지금 우리에게 어떤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지를 짐작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다.
우선 나라 밖을 내다보자. 세계 최대의 강국이며 한반도의 운명을 한 손아귀에 움켜쥐어 온 미국은 온 세계를 무서운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문제 역시 그들이 평화헌법을 내던지고 다시 군사적 침략국가로 변신하기 위한 선전 선동작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이라크나 팔레스타인 등 줄을 잘못섰던 작은 나라들이 당해온 것을 보면 한반도 분단국가의 운명도 언제 어찌될 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은 전세계 경제가 무너져 내리고 있는데 이럴 때 약소국이 겪고 있는 것은 경제적 동반하락 정도가 아닐 수 있다. 왜냐면 군사강국들은 그럴 때마다 전쟁도발로 돌파구를 찾고 약자를 짓밟아 온 것이 인류의 역사니까.
그런데 국내 풍경도 마찬가지다. 국가 신용도가 아시아권에서도 하위에 머물러 있는 것은 정치판을 비롯해서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나라 운명을 위태롭게 하는 자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나나 우리 모두를 위해서 다같이 위기의식을 갖고 태엽을 최대로 감고 뛰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첨단 과학기술 분야만이 아니라 인문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우리는 세계적 수준을 목표로 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국가 민족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방향을 모색하고 지도적 영향력을 미칠 집단으로 성숙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왜 봄 가을 두 번씩 강의까지 빼먹어 가면서 축제들을 벌여야 하나? 각 동아리마다 꼭 행사를 벌이고 준비기간 중에 강의실에 나타나지 않는 학생들은 무엇이며 왜 학생회 간부들은 결석해도 교수들이 봐줘야 하는가?
축제 때마다 유명 가수나 개그맨까지 엄청난 출연료를 줘 가며 모시는 것이 대학이 할 일인가?
지금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천고마비의 계절이 적들이 살찐 말 타고 쳐들어오는 계절이 될 수도 있음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기 위해서 정말 주경야독하던 옛 가난한 선비들처럼 공부하는 대학을 만들어 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