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제대 이후 국제자원봉사에 뜻을 두고있던 나는 외교통상부 산하 비영리 교류·협력단체인 평화해외봉사단(PIVRO-Peace International Voluntary Recruitment Organization)에 가입, 지난 8월 이주일간 해외자원봉사를 위해 태국 Geenway캠프에 다녀왔다.
대학생, 시민단체회원, 교사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전국에서 모여든 19명의 봉사단원들은 2주내내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서 일을 했다. 비록 살아온 환경과 가치관은 다르겠지만 '국제자원봉사를 통한 삶의 진정한 의미 찾기'라는 공통마인드가 모두를 하나로 묶어 주고 있었다.
우리가 일을 했던 곳은 태국의 논타부리시에 위치한 'SUAN KAEW FOUNDATION'. 1986년에 설립된 이 단체는 16에이커의 부지에 농장·정원·상점·명상센터·식당을 갖추고 있는 대단위 공동체 센터로, 정신적·육체적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사회에서 버림받은 소외된 사람들이 마지막 희망을 안고 들어오는 치료·재활 센터였다.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던 8월2일은 마약복용자들과 정신지체 아동들이 입소하는 날이었다. 우리도 모르게 가지게 되는 선입견이 처음에는 이들에게 쉽게 다가서지 못하게 만들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들과 우리는 하나가 되어갔다. 그들을 위해 일하고 그들을 이해하려는 과정속에서, '그들 장애의 근본 원인은 바로 사회의 무관심과 냉대에 있지 않는가'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보통 사람들보다 더 순박하고 더 인간적인 냄새를 풍기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물질적 도움이 아닌 바로 따뜻한 말 한마디, 친근한 미소였다.
보름동안 우리는 규칙적인 시간표에 따라 생활했는데, 보통 9시부터 5시까지 일을 하고 저녁에는 토론과 자유시간, 태국 문화 배우기 등으로 보냈다. 낮시간에 내가 맡은 일은 거름을 푸고 나르는 일이었다. 첫날 휴식시간에 SUAN KAEW FOUNDATION일대를 돌아보면서 다리 하나가 없는 장애인이 힘겹게 거름을 푸는 장면을 보고 그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는데, 원래 농촌 출신인지라 거름 푸는 일이라면 자신도 있는 터였다. 나머지 단원들은 청소와 목재상 다듬는 일을 도왔고 처음의 우려와는 달리 다들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해나갔다.
우리 한국 자원봉사팀의 모습이 보기 좋았는지 Phra Payom(SUAN KAEW FOUNDATION을 이끌어가는 총 운영자, 태국의 저명한 스님)스님께서는 기꺼이 시간을 내 일과후에 훌륭한 강연을 들려 주시곤 했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다녀갔지만 그러한 경우는 결코 흔하지 않단다.
"몸이 게을러지면 마음이 더러워지고, 마음이 더러워지면 결국 생의 진정한 의미를 상실하게 됩니다. 오늘 여러분이 흘린 땀은 여러분 자신들의 몸과 마음을 깨끗이 정화시켜 주었습니다. 남을 위해 흘린 땀만이 순수한 정화력을 갖지요. 열심히 또 열심히 정진하십시오."
하루 일과가 끝나면 태국 주민들에게 한국을 홍보하는 시간도 가졌는데 주로 한국의 전통민요와 민속놀이를 가르쳤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태국인들이 의외로 한국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과 두 나라의 국민성이 굉장히 비슷하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못했다. 특히 아리랑은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8월 12일이 되자 덴마크, 독일, 프랑스, 일본 등 8개국에서 3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왔다. 비록 3일 동안이었지만 우리는 같이 일하고 토론하면서 서로 많은 점들을 배웠다. 그들과의 교류 속에서 나는 우리 나라도 하루빨리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유럽과 미국의 경우 자원봉사가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어, 봉사경험이 없는 사람은 공직 진출도 어렵다는 것이다.
태국에서의 2주동안 나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얻었다. 자원봉사를 통해 진정한 사랑을 배웠으며 남을 위해 일하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이 되는지도 알게 되었다. 비록 외형상으로는 내가 그들에게 도움을 주었지만 오히려 더 큰 도움을 받은 것은 나였다. 어떠한 삶이 진정 의미있는 것인가를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태국에서의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이후 나는 더 이상 '한국인'이 아니었다. '세계인'으로 거듭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