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 치는 아이놈은 상기 아니 일었느냐
예부터 농부들은 노고지리가 울 때쯤이면 벌써 재 너머 사래 긴 밭에 나가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는 여전히 부지런하기는 해도 국제적 산업경기장에서 보면 여전히 출발점에서 꾸물대는 바보들이다. 적어도 3년은 뒤진다. 10년 가까이 꾸물대는 사람들도 많다. 아저씨가 다 되어서야 첫 취업을 하는 사람들.다름이 아니다.
한국 대학생들은 병역 때문에 대개 3년 쉰다. 고추 달고 있는 대학생들은 거의 그렇다. 그러니까 일본이나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 대졸자들보다 한국의 대졸생 취업은 대개 3년 지각이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 토끼가 낮잠을 잤어도 3년은 자지 않았는데 만일 3년이면 그 사이에 거북이가 천 번 이상 코스를 왕복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우리가 늦는 이유는 이런 병역 때문만도 아니다.
우리나라는 대입준비생 중 재수생이 반이다. 그 중에서 삼수생쯤은 흔한 일이다. 입시에 낙방하고 울던 학생들도 입시학원에 가 보면 재수는 기본이요 4년, 5년 선배들까지 수두룩해서 오히려 뽐낼 지경이 된다.
이렇게 꾸물대다 대학 마치고 군대 밥까지 다 먹고 나오면 몇 살이 될까?
어떤 강의실에는 아저씨들이 많다. 여학생들은 그들을 오빠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아저씨들이다.
이들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한국의 대졸 취업연령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5년쯤은 늙은 나이가 아닐까?
그런데 이런 재수생들 중에는 이미 학적을 둔 휴학생들도 많다. 금년에는 더 많아졌다고 한다. 수능고사가 쉬워진다니 일류대에 재도전 해 보겠다고.
어쨌든 수능성적만으로 만들어진 대학 서열의 학벌주의가 또 이 나라에서는 늙은 대졸생 양산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우리가 지각하는 이유가 또 있다.
우리 대학 교육은 산업현장과 너무 떨어져 있다. 그래서 기업체들은 경력사원만 선호하게 되고 그래서 취업이 늦어져 더 늙어진다. 처음부터 입사했어도 수련 기간이 길어지므로 역시 우리는 국제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또 한 가지가 있다.
선진국에서는 고졸이나 2년제 단기대 졸업 후의 취업률이 높다. 이와 달리 우리는 거의 모두 대졸 후의 취업을 바란다. 그러므로 산업경쟁에서 우리는 원천적으로 스타트가 늦다.
이렇게 첫 취업의 스타트가 다른 나라보다 수년씩 늦는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허겁지겁 부지런히 달리기는 하지만 애초부터 출발이 늦기 때문에 경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자원도 없는 작은 영토에 그마저 분단국이 이렇게 꾸물대며 뒤늦게 일터로 나간다면 어떻게 21세기의 국제사회에서 무사할 수 있을까?
지각생은 무조건 열심히 뛰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애초부터 공평한 게임 조건이라도 갖춰야 한다. 그러려면 근본적인 구조적 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과연 지금의 병역기간은 절대 불변이라야 하는가? 그밖에 재수생 문제, 대학교육과 산업현장과의 거리문제 등 모든 분야에서 근본적으로 구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