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국립대의 경우 통합일정, 지원금액 등 대학통합을 위한 정부의 세부적인 방침이 정해지면서 대학별로 서로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구조개혁에 대한 전체적인 틀에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면 통합대학의 지원금액에 대해서는 대학규모에 따라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남권>
"내년 신학기 통합 가시화 될 것"
류호경 밀양대 기획교류처장은 “교육부가 재정지원 방안과 함께 통합 일정을 제시했기 때문에 이에 맞춰 보다 심도 있게 통합을 논의할 것”이라며 “내년 신학기 쯤이면 통합 계획이 가시화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류 처장에 따르면 부산대와 밀양대는 당초 지난 11월에 부산대와 통합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2006학년도 3월부터 통합대학 신입생을 뽑을 계획이었으나 부산대 구성원의 반대 에 부딪혀 MOU체결도 못하는 등 일정이 늦춰졌다.
하지만 이번 발표를 계기로 통합 추진 일정을 재정비, 내년 5월까지 교육부로부터 통합승인을 받아 예정대로 2006년 통합대학 체제로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부에서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통합지원금에 대해서도 류 처장은 “통합지원이 한차례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몇 년간 계속된다면 그런대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적극적 구조개혁 위해 채찍도 제시해야"
구성원의 반대로 통합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 대학 기획처장은 “국립대의 경우 통폐합 등 구조개혁을 실현하지 않았을 경우 어떤 불이익을 받게 되는지도 명시됐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 관계자는 “아직도 많은 대학 구성원들이 통합에 대한 필요성을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대학구조개혁이라는 명분을 위해 교육부는 불이익에 대한 내용도 정책적으로 좀 더 명확한 지침을 마련, 동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성원들이 대학 통합을 ‘위기적 상황’으로 받아들이느냐 ‘선택적 상황’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통합 추진 경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정부가 국립대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구조개혁을 유도할 의도였다면 ‘당근’ 뿐 아니라 ‘채찍’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통합 지원금 규모에 대해 이 관계자는 “통합에 따른 제경비 규모라면 적지만 추진경비 지원 성격이라면 적지 않은 돈”이라며 “문제는 ‘어떻게 지원하느냐’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종국 경상대 기획연구처장은 “통합예산을 뽑아보니 첫해와 이듬해에 3백50억원~4백억원 가량 소요될 전망”이라며 “대학당 2백억원 내외의 지원금은 규모가 작은 대학끼리는 별 문제 없겠지만 대규모 종합대학끼리의 통합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창원대와의 통합 일정에 대해서는 “당초 계획대로라면 기본합의서가 도출됐어야 하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스케줄에 대해 말하기보다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최대한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각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통합 파트너인 창원대가 기획협력처장 등 보직개편을 단행 중이어서 후임 보직자들의 업무파악 기간 등을 감안하면 경상대-창원대의 통합 추진은 당분간 별다른 진척을 보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구·경북지역 5개 국립대 통합 다시 부상
장지상 경북대 기획처장은 “정부 지원은 구조개혁 내용에 따른 ‘상’으로 주는 게 아니고 필요한 부분에 대한 지원이기 때문에 많다 적다 이야기할 수는 없다”면서도 “원칙적으로 대학 구조개혁은 대학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추진하되 불가피한 재정소요분은 국가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처장은 특히 “통합은 강제할 수도 없는 것이지만 ‘당근’을 보고 가서도 안된다”고 못박았다.
경북대는 최근 대구·경북지역 5개 국립대학과 광범위한 통합을 추진하는 문제를 공론화하고 있으며 상주대와는 공동연구단까지 꾸린 상태. 30일에는 양 대학 관계자들이 만나 통합 관련 2차 논의를 벌인다.
장 처장은 “상주대와 통합 원칙과 방향, 추진 방안을 논의하고 추진기구는 어떻게 꾸릴지 의견을 타진할 것”이라며 “대구·경북지역 다른 국립대들과도 준비되는 대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편 중장기 과제로 대구대와 영남대 등 ‘주인없는’ 사립대와의 통합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남권>
광주·전남 연합대학 구축 움직임, 통합으로 선회
지난 28일 발표된 대학구조개혁방안 세부안에 따르면 교육부는 통합과 구조조정이 성사되는 대학을 대상으로 재정지원을 할 것이며 연합대학에 관한 재정지원은 하지 않기로 결론지어졌다. 이에 따라 목포대, 순천대, 여수대, 목포해양대 등과 연합대학 구축사업을 진행키로 한 전남대는 학과별 통합 또는 2~3개 대학을 묶어 통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지난 22일 이들 5개 대학들은 이번에 발표된 대학구조개혁방안 최종안을 대략적으로 예상한 가운데 기획처장 회의를 열어 대학간 통합을 진행할 것인지 개별대학이 각각 독자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인지 등에 대해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현재 각 대학들은 설문조사를 진행중이며 이를 토대로 내달 말쯤 최종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홍성오 전남대 기획협력처장은 “5개 대학의 연합대학 구축사업 계획은 정원감축과 교수충원, 특성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만 교육부가 요구한 것 대로는 아니었다”며 “지역에 경쟁력 있는 대학을 만들자는 입장으로 내용과 발상의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전남대는 이와는 별도로 대학의 자체적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오는 2006학년부터 학과별 사회적인 수요를 감안해 학생 정원을 감축할 계획이다.
전북대, 익산대학 등과 통합 논의가 있었던 군산대의 경우 실제 진행상황에서는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월 학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통·폐합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이 전북대 혹은 익산대학 중 한 대학과 통합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학교측은 통합의 가닥을 어느 쪽으로 잡아야 할지 고심중이다.
군산대, 전북대, 익산대학이 보유한 교수 수는 각각 3백여 명, 8백여 명, 68명으로 통합될 경우 총 1천2백 여명의 교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전북대와 익산대학 간에 유사학과가 거의 없어 이에 따른 갈등의 여지가 없고, 특히 5만여 평의 대규모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익산대학이 통합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할 뜻을 밝힌 바 있어 군산대는 3개 대학의 통합으로 막대한 시너지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북대가 익산대학과의 통합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데다 통합에 대해 좋지 않은 시각을 보이는 일부 교수들이 있어 통합을 모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국립대학을 전주로 빼앗기는 것이 아니냐는 지역 유지들의 우려와 익산대학과의 유사학과가 많은 점 등도 통·폐합 방향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군산대는 우선 미달학과와 사회적 수요가 적은 학과 분야를 중점적으로 인원을 감축하고, 교수대비 학생수를 1인당 21명으로 낮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전임교원을 충원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군산대는 현재 39명에서 49명 정도의 전임교원을 선발하는 과정에 있다.
군산대는 이번 교육부 방침으로 대학들이 통합에 적극적인 행보가 이어져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면서 발전기금, 기성회 등 대학운영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사립대 동일법인 대학간 통합 물밑작업 활발
동일법인 내에 조선간호대학, 조선이공대학 등이 소속돼 있는 조선대는 이들과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서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지난 10월 조선간호대학을 조선대 간호학과로 통합하는 사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후 이들 대학들로부터 적잖은 이의제기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구조조정을 위해 법인이 직접 팔을 걷어부쳤다. 김종재 이사를 위원장으로 조선대, 조선간호대학, 조선이공대학 소속 교직원 각 3명이 중심이 돼 법인 산하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대학 전체에 대한 혁신을 준비중이다. 전 분야에 걸쳐 학과간 통폐합, 전문대학과 대학 사이의 통폐합 등을 법인 차원에서 준비·관리한다.
학교차원에서의 구조조정 움직임도 진행됐다. 조선대는 수요가 적은 학과의 정원을 감축, 성장형 학과로 정원을 배당할 방침이다. 또 교수충원을 위해 신설학과나 성장형 학과에 신임교원을 확충할 계획으로 이미 다음 학기부터 출강할 약 37명의 전임교수를 선발했다.
하지만 조선대는 시설비, 재정투자 등으로 학교 운영비가 빠듯한 대학에 대규모 정원감축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학생수 감축으로 인해 야기되는 재정적인 압박이나 위축에 비해 정부가 제시한 재정적 지원 규모는 턱없이 적다는 것이 학교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조선대는 “‘대학에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부의 정책방향에는 동의한다”면서 “학교차원에서도 철저히 분석된 수치를 바탕으로 구조조정을 진행, 구성원들을 설득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동신대는 “전체 대학 4곳 중 1꼴로 대학 문을 닫겠다는 것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국내 대학들의 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의미에서의 구조조정안 대원칙에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동신대는 유사중복학과, 정원 미달학과 등을 학생정원 30명을 기준으로 통·폐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폐지된 학과는 실사구시적 실용학문 위주로 유사전공을 개설하게 된다.
동일법인내 동강대학과의 통합에 대해서는 서로 학교 경영방침이 달라 통·폐합은 사실상 불가능하는 입장. 광주대, 호남대 등과 지난 11월과 12월, 대학 통·폐합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동신대는 이들 대학과 내년 봄학기 등록률을 검토한 후 향후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김은영·김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