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대(총장 정운찬)에 따르면 이 대학은 올 7월부터 25억원을 들여 경영대에서 중앙도서관 남측계단까지 1.2㎞ 구간에 1만3천㎡ 분량의 흙블록ㆍ점토블록 등 투수성 친환경 바닥재를 깔고 나무를 심는 '걷고 싶은 거리' 1단계 공사를 실시중이다.
흙블록은 유기물 화학체를 양생해 만드는 것으로, 흙 고유의 질감을 가지면서도 잘 깨지지 않고 추위에도 잘 견디며 비가 내리더라도 물이 잘 빠지는 친환경 소재다.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여 있던 관악캠퍼스 중심부에 보도블록이 깔린 보행자 도로가 생기는 것은 1970년대 초 개발독재 시대에 캠퍼스가 건설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서울대 시설관리국 관계자는 전했다.
관악캠퍼스 건설 당시 주변부 일부에 깔렸던 시멘트블록은 1980년대 들어 학생 시위가 격화되면서 인적이 드문 순환도로변을 빼면 대부분 철거됐다.
시위대가 보도블록을 깨서 '짱돌'로 만들어 시위진압 전투경찰 대원들에게 던질 우려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연세대 백양로, 고려대 다람쥐길 및 정경대 후문 길 등 다른 대학 캠퍼스에서도 왕래가 잦은 길들은 아직 시멘트ㆍ아스팔트ㆍ콘크리트 등으로 포장돼 있다.
1980년 초ㆍ중반에는 중앙도서관 앞 계단(통칭 '아크로폴리스')에서 학생집회와 교내 시위가 잇따라 열리자 학교측이 시위학생들을 저지할 속셈으로 아크로폴리스 주변 화단에 가시가 긴 장미나무를 심은 적도 있었다.
당시 학생들 사이에서는 장미나무를 뽑느냐 마느냐를 놓고 '장미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학교측은 결국 학생들의 반발에 밀려 장미나무를 철거했다.
1990년대 들어 학생시위는 현격히 줄어들었으나 우중충한 캠퍼스의 모습은 여전했다. 여기저기 연구시설 등 새 건물이 들어서고 차량 수가 급증했으나 환경에 대한 고려는 거의 이뤄지지 않아 흉물스러운 느낌마저 풍겼다.
서울대가 방향을 전환한 것은 2003년 10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공간'으로서 '에코 캠퍼스(Eco-Campus)'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부터.
정운찬 총장은 당시 개교기념일을 맞아 "환경은 이제 단순한 쾌적성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대두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대는 김진균 교수(건축학) , 황기원 교수(환경조경학) 등 7명으로 '서울대 걷고 싶은 거리 조성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사업을 추진해 왔다.
서울대는 '걷고 싶은 거리'를 따라 교목인 느티나무와 왕벚나무, 청단풍 등을 심는 한편 인문대 옆 연못 '자하연'과 공대폭포, 공대 '붉은 광장' 등 교내 곳곳을 '명소'로 꾸미는 작업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김진균 교수는 "이번 사업은 그 동안 캠퍼스 곳곳에 온갖 건물들이 어지럽게 세워졌으나 정작 환경과 인간에 대한 고려는 부족했다는 반성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 와중에도 1980년대 대학가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었던 서울대 아크로폴리스는 옛 모습을 유지하게 됐다.
당초 현상공모에서 당선된 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의 설계안에는 아크로폴리스 계단에 깔린 회색 시멘트 포장을 걷어내는 대신 흙블록과 화강석을 새로 깔고 옆에 느티나무 숲, 스탠드, 디딤돌 포장 등을 조성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학교측은 논의 끝에 역사적, 시대적 상징성이 있는 아크로폴리스는 원형 그대로 두자는데 의견을 모은 것.
김 교수는 "당초 아크로폴리스도 사업 계획과 설계 초안에 포함돼 있었으나 '역사적, 시대적 상징성이 있는 장소이니 섣불리 건드리지 말고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일단 그대로 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25억원을 추가로 들여 올 12월부터 내년 6월까지 중앙도서관에서 공대폭포에 이르는 0.8㎞ 구간에 대해 '걷고 싶은 거리' 2단계 공사를 벌일 예정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