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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어려워도 '순수학문' 외면하지 않아요"
외대, 라틴어.희랍어.산스크리트어 강좌 인기
취업난 속에 면접 특강과 리더십 강연 등의 과목이 캠퍼스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한국외대가 개설한 순수 언어강의가 매학기 학생들 사이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어 화제다.

이 대학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 1학기에도 교양과목으로 '라틴어'와 '희랍어', '산스크리트어와 인도문화' 등의 이색 강의를 개설했다.

이들 강의는 언뜻 보기에 취업 준비에 급급한 학생들이 '과연 들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실제 상황은 이와는 정반대다.

2002년 개설된 '라틴어' 강의는 올 1학기 수강 정원 45명을 모두 채워 강의를 시작했다. 과목이 난해한 까닭에 그나마 대학 측에서 2학년생 이상을 대상으로 수강신청을 받았지만, 참여를 희망했던 몇몇 학생은 정원에 밀려 발길을 돌려야했다.

이 강의는 라틴어 문법을 시작으로 시저의 '갈리아 전쟁'이나 성경의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 등의 고전을 읽으며 고대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순수 강의지만,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몰리는 이유에 담당 강사도 '의문'이라고 답할 뿐이다.

강의를 맡고 있는 박경숙 강사는 "실용어가 대접받는 시대에 죽은 언어인 라틴어를 배우려고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하지만 학생들이 전공언어와의 연계성이나 신학적 호기심에서 매학기마다 수강 신청을 빠뜨리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라틴어와 함께 개설된 '희랍어' 강의도 학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올 1학기에 희랍어 수강을 희망하는 학생은 정원보다 1명 모자라는 39명에 달했다. 수많은 교양과목이 20명 미만의 수강신청자 때문에 '폐강'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어느 교양과목 못지 않게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셈이다.

여러 학기동안 희랍어를 가르친 유재원 교수는 "실용적인 목적에서 수업을 듣기보다는 '진리 탐구'라는 측면에서 진지하게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이 많다"며 "최근에는 그리스신화에 관심을 갖고 오는 학생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개설된 '에스페란토어와 국제문화'는 인터넷 수강신청시 정규 수강인원보다 2배에 가까운 학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수강을 희망했던 학생들의 마음을 애타게 했던 강의다.

에스페란토어가 국제공용어기는 하나 아직 걸음마단계에 불과한 신생어라는 점에 비춰볼 때 1백여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취업 열풍 속에서도 강의를 찾는 이유를 선뜻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강의를 맡은 이영구 교수는 "올해 처음 개설된 강의라 잘 알려지지 않았음에도 많은 학생들이 수업에 몰려 놀랐다"며 "현실에 도움이 되는 수업만을 챙기기보다는 새로운 배울거리를 찾아 나서는 의욕적인 학생이 많다"고 전했다.

이 강의를 듣는 한 학생은 "학생 모두가 열의를 가지고 수업에 참가한다"며 "중국어가 전공이라 중국 친구들이 많은 데 함께 에스페란토어를 배워 대화를 해보고 싶기도 하다. 여러 언어로 대화하면 재밌지 않겠느냐"고 수강 이유를 밝혔다.

이밖에 이 대학에 수년 전 개설된 '산스크리트어와 인도문화'는 매학기 정규 수강인원보다 많은 학생들이 몰리며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순수강의 중의 하나다.

이와 관련, 외대 강덕수 교무처장은 "학생들이 아무리 취업난에 시달린다 해도 학문에 대한 '지적 호기심'마저 버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대학도 취업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학문 연구라는 본연의 임무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연합)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5-03-11 오전 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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