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홈 > 뉴스 > 칼럼/이슈 홈

목록
프린트 스크랩
한준상 칼럼
한준상 칼럼
연세대 교육학과 교수
[한준상 칼럼] 연세대 교육학과 교수
[대학논단]CEO의 경쟁력
새 학기 강의가 시작되었다. 4학년 학생들과 졸업생들이 찾아왔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그들이었다. 꿈은 있었지만 욕심은 사라진 그들이었다. 그들은 나라를 향해 볼 멘 소리도 거침없이 해댔다. 저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하지 못하는 정부를 무능하다고도 했다.

그런 그들에게 배부른 소리를 해줬다. 성현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라고 했다. 성현이 이르기를, 강물을 역행하는 배처럼 꾸준히 공부를 해야 배움이 후퇴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했다. 그 어디에 있든 자기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게으르지 말아야 사람의 모습을 되찾을 있다는 말씀이었다.

한술 더 떠 그들에게 이야기 했다. 아무리 월급이 좋다고 하더라도 대기업은 재고하라고 했다. 설령 들어 간다하더라도 임원이 되는 일은 피하라고도 했다. 오히려 대기업의 임원들을 삶의 반면교사로 삼으로라고도 일렀다.

요즘 대기업의 임원들이 번다하게 대학 이곳저곳으로 나들이를 한다. 문제도 제기하고 나름대로 해결책들도 내놓는다. 대개 결론은 대학에게 경쟁력을 가지라는 것으로 끝난다. 귀 기울여야 될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그들의 말에 열중하다보면 또 다른 결론에 도달한다. CEO도 경쟁력을 가져야한다는 것이다. CEO의 경쟁력이 갖추어져야 우리 아이들도 살고 나라도 제대로 숨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들의 이야기를 곱씹어 들으면 그들의 지력, 어쩌면 지적소양(Intellectual literacy)보다는 속도경영이 더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마음의 여유를 늘리고 정서의 여백을 넓히라는 주문은 사치일 뿐일까.

덩치 큰 회사에서 임원이 되려면 정신건강은 해칠 각오를 해야한다. 그런데 대기업에 입사를 하지 못해 안달을 한다. 제대로 살려면 그런 곳을 피하라고 하니까 이상할 뿐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대기업의 임원이 되는 것은 엄청난 월급을 받게 되는데 그것을 피하라니 더욱더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아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눈치들을 보였다. 그들이 옳았을 것이다. 나에게 이유를 물었다. 나는 대답했다. 무지해 지기로 작정했다면, 정신없이 살려고 했다면 그렇게 하라고 넌지시 말했다.

대기업의 임원들에게는 ‘정말로’ 시간도 없고, 여백도 없는 것 같다. 전문기술과 지식을 배울 시간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지적인 소양을 넓힐 짬이 없는 것 같았다. 지적 소양을 넓히는 주문이 이미 그들에게는 부질없는 것이었다. 그들의 삶이 그렇게 짜여져 있는데 도리가 없을 것이었다.

대기업에서 임원이 된다는 말은 높아진다는 것이 아니라 추락한다는 것 바로 그것과 엇비슷해 지는 것이었다. 그들 스스로 그들의 삶을 쳇바퀴 속에 갇혀있는 다람쥐처럼 만들어 간다는 것이었다. 한 예로 어느 대기업 임원의 하루일과를 보면, 아 저런 삶도 있구나 하는 비명이 나올 법 했다.

눈을 뜨면 그의 삶은 이렇게 시작 발 수 밖에 없었다. 5시30분에 일어나서 11시 30분정도에 잠자리를 청할 그때까지 그들의 생각은 오로지 업무 이외의 것은 생각해 볼 수가 없다. 그런 일정과 그런 삶이 365일 반복된다. 그들의 삶에 있어서 지적소양을 넓히는 배움이란 끝내 지루하다.

그들을 매일같이 반기는 것은 결재서류, 회의서류, 업무보고서들이다. 그들의 배움은 오만가지 정보로 가득 찬 신문의 몇 쪽 속에 갇혀버리기 일쑤이다.

용기를 낸다고 해도 서너 쪽의 교양서에 주말을 저당 잡힐 뿐이다. 이것이 바로 그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소양이라면 모두가 큰일 날 일이다. 토플러는 그런 임원들을 일컬어 기업경영의‘문맹’들이라고 불렀다.

지위가 무엇이든 권력이 어떻든 간에 그들은 학맹(學盲)이며, 학치(學癡)들로 분류된다. 배움을 거부하며 자기실현에도 역행하기에 기업문화의 경쟁력은 끝내 추락한다.

그들에게 학위가 없어서 하는 말이 아니며, 저들에게 경영술이 없어서 그러는 것도 아니다. 그들에게 전문지식이 없어서 학치라고 말하는 것은 더욱더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일 뿐이다. 학위와 자격증, 경력에 기댄 채, 새로 배우기를 기만하기 때문에 그렇게 불리는 것이다.

오래전에 배웠던 것을 잊어먹지 않고 되뇌고만 있어서 학치가 된다. 잊어 먹은 것을 다시 배우지 않아서 그들은 학맹이 된다. 대학에서 그래도 사람답게 살라고 배웠던 아이들이 저들처럼 학맹이나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들에게 또다시 훈계를 하고 말았다.

한준상 칼럼 | 입력 : 05-03-14 오후 12:55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목록
프린트 스크랩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1 해피맨 교수님의 글은 언제나 젊은이들이게 교훈과 깨우침을 주는거 같아서 넘 좋아요. 군시절, 국방일보 칼럼에서도 저에게 많은 용기와 깨우침을 주셨는데.. 건강하세요. 교수님^^ 2005-03-20
1 

최신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