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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등불이여 나를 딛고 올라다오”
수능시험을 마친 당신에게 보내는 기성세대의 반성과 당부
한때, 금적색 양장본으로 꾸며진 조그마한 책 한 권이 젊은이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한 적이 있다. ‘체 게바라 평전’. 누구는‘체 게바라’가 인기몰이 한 게 아니라,“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갖자!”는 구호가 젊은가슴을 들뜨게 만든 것이라고 애써 평가절하 하기도 했다.

그러나‘리얼리스트가 되자’는 구호는 80년대 당시 젊은이들의 가슴을 움찔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소리 내서 읽거나 반복하다보면, 절로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이내 빽빽 내지르는 고함이 되고 만다. 입 안에서 맑고 시원한 바람이 이는 것도 같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현재 대학은 가슴이 두근반 세근 반이다. 이제 막 수능시험을 끝낸 그대들, ‘젊은 피’로 대학이 채워질 것이기에.

이 새로운 일군의 무리들로 인해 대학 캠퍼스는 다시금 기지개를 켜고, 활력으로 넘쳐날 것이다. 기대하는 바람이 크기에, 그대들에게 거는 욕심 또한 크다.

중국의 대표적인 사상가이자 작가인 루쉰 역시 타고난 문필가답게 멋진 구호를 후세들에게 선사한 바 있지 않는가. “청년들아, 나를 딛고 오르거라”. 이 모두가, 우리는 둔하고 산만하고 성글기만 했노라, 자책하는 기성세대가 젊디 젊은 신세대에게 보내는 바람이자 간절한 구호요청이다.

넓은 가슴으로 부디 외면만은 말아다오,

◆내 머리로 생각하기, 책읽기

이 순간, 우리 모두의 구호는‘휴(休)’가 아니다. ‘활(活)’이다. 넘치는 활력이다. 밀림을 만나면 밀림을 개척하고, 광야를 만나면 광야를 개간하라. 사막을 만나면 사막에 우물을 파라. 이미‘수능’이라는 큰 관문 하나는 넘지 않았는가.

이제 그 다음을‘개척’할 때다. 논술과 면접이란 관문이 남아 있다. 대학이 그대들을 시험에 들게 하는 것은, 문제 출제자의 마음을 미뤄 짐작해 달디 단 미사여구로 답지를 마냥 채워 달

라는 것이 아니다.

그대들의 생각을 내보여 달라는 뜻이다. ‘내 머리로 생각한 것’을 갖고 상대를 설득해 달라는 것이다. 요는 몇몇 주의, 주장을 암기하거나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입장이 어떠한지, 그리고 어떻게 그 골격을 세우고 살을 붙여 나가는지, 그리고 상대의 논리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설득하는지에 대해 주목하고

자 함이다.

우리 기성세대 또한 이러한 시험은 피해갈 수 없는 관문일 테지만, 우리에게는 변명거리가 있다. 반성을 하고 있기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책’은 우리 기성세대의 반성문이다. 비록, 그 반성이란 것이 더디고 세심하지 않고 더듬거리기만 하는 것일지라도, 우리는 그것을 통로로‘구원’을 바란다.

우리 대학은 그대들이 작성한‘답지’를 찬찬히 들여다 보겠다. 그러니 그대들 또한 대학이 내놓은‘사유’에 눈길을 주고, 귀 또한 열어달라. 까다롭게 읽어 달라.

◆기술 익히기, 스스로 단련하기

1980년대라는 연대기는 우리 모두에게‘뜨거운 기억’이다. 마치 활활 타오르는 불과 같이. 그리고 당시 대학을 다녔던 이들이 지금은 우리 사회의 주축이 됐다.

그럼 이쯤에서 물어봐야겠다. 그 뜨거움이 도도한 물결을 이뤘던 1980년대, 그뒤에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인가.

기성세대는 답한다. 얻은 것은 이른바 자기를 발견하는 자각이었고 잃은 것은 자기 자신을 단련하는 힘이다. 시인 누군가는 이를 가리켜, ‘수공예의 정교함을 잃어버린 세대, 누구도 자기를 단련시키려고 하지 않는 세대’라고 썼다.

인간의 힘에 대한 믿음, 자부심. 그리고 그것을 부단히 드높이는 자기 단련. 기성세대가 젊은 그대들에게 바라는 바다.

'단련의 힘이 뒤따르지 않는 자부심’, 그것은 무참하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야구시합을 보다 보면, 간혹 통쾌한 장면을 목도하는 경우가 있다. 프로야구 삼성팀 3번 타자 양준혁 선수가 그렇다.그‘거구’가 힘겹게 뛰어 도루를 성공시키는, 바로 그때.

물론 그가 홈런을 치는 경우도 통쾌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가 양준혁에게 바라는 것은 애초부터 홈런이었지도루는 아니었다. 그가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줄곧‘홈런’을 연호한다. 하지만 그가 1루에 나갔다고 해서 매번‘도루’를 바라지는 않는다.

우리가 청량감을 만끽하는 것은, 우리가 전혀 생각지 않았던 것을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들은 그대들에게도 바란다. 우리가 전혀 생각지 못한 그 어떤 것으로 우

리 모두를 놀라게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기성세대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우리와 같이 놀아 달라는 것이다. 너무 재미나게 놀아서 우리 같은‘늙다리’까지도 끼워 줬으면 싶게, 그렇게 놀아 줬으면하는 바람이다. 아예, 날렵한 솜씨로 세상을 통째로 훔쳐 달라.

그리될 수 있도록, 그대들부터 시작해 달라. 잘 놀아 달라. 주변머리 없는 우리 기성세대가 그 뒤를 따르겠다. 그렇다고 기성세대가‘젊음’이라는 기관차에 무임승차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 나름의 방식으로 두고두고‘요금’을지불할 생각이다.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대학의 안팎을쓸고 닦겠다. 한없이 맑고 깨끗한 마음이 편히 머물 수 있도록 애쓰겠다. 그러니 우리 기성세대의 우둔과 경박을 그대들의 숨결로 온전히 메워 준다면 비를 들고 문밖까지 나아가 그대들을 맞이하련다.

이승호 기자 news@unn.net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4-12-01 오전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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