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교육개발원(부연구위원, 연구팀장)
- 미국 피츠버그대 국제교육연구소 초빙연구원(풀브라이트 재단)
- 서울대학교 대학원 교육학과 박사과정(교육행정 전공)
만약 정부의 방안대로라면 수렁에 빠져있는 우리 대학의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고 나라의 앞날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신문과 방송들은 대체적으로 환영 일색이고 당사자인 대학들에서도 당연한 방향이 아니겠느냐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심으로는 또 한번의 화려한 말잔치로 끝나지 않을까 반신반의하기도 하고 이러다가 우리 대학만 문닫는 것 아닌가 하는 막연한 불안으로 일단 저항하고보자는 심리에 빠져들기도 한다. 발표된 대학구조개혁안이 목표한 바대로 성공을 거두려면 짚어보아야 할 정책요점들이 많을 것이나, 두 가지만 짚어보자.
첫째로 대학들은 왜 정원감축을 두려워하는가를 이해해야 한다. 누구나 알듯이 학생등록금 재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대학들로서는 정원감축이 곧바로 재정위축과 학과와 학교 폐쇄로 이어지고 교수들로서는 직장을 잃는 신분불안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정책방안은 분명하다. 즉 정원감축이 교육여건의 악화와 학교재정난을 유발하지 않도록 대안적 재원확보를 하는 길이다. 사람들은 금방 등록금의 인상을 생각하겠지만 우리의 소득수준에 비추어보면 그것은 이미 한계에 달했다.
결국 정부와 사회가 나서서 공공재원을 마련하여 보상해주어야 한다. 정부는 이번 방안에 그 대책을 포함하고 있다고 하겠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애매모호할 뿐이다. 문서에 따르면 정원감축결과를 각종 재정지원사업에 일정비율 반영한다고 한다. 그런데 재정지원사업이라는 것들이 그동안 어떤 식으로 운영되어 왔는가를 알고 있는 대학들로서는 또다시 교육부 눈치보기를 하라는 말로 받아들일 뿐이다. 학생1인당 얼마의 보상액이 법적 제도적으로 지원될 것인가에 대한 투명한 정책이 집행되기 이전에는 대학들로서는 서로 눈치만 보고 미적거릴 것이 뻔하다. 그리고는 두껍고 화려한 계획서를 만들고 로비에 나설 계획을 세울 것이다.
둘째로 대학의 정보공시는 왜 제대로 안되는가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이미 대학교육협의회가 수년동안 대학평가를 해오고 결과를 발표해왔으나 모든 대학이 최우수대학이라고 광고판과 현수막을 어지럽게 붙여대는 것을 보면 도깨비 장난같아 보일 뿐이다. 스위스 IMD보고서와 미국 뉴스앤월드리포트의 대학평가결과와 국내 모 일간지의 대학평가결과가 더 나은 신뢰를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고등교육평가원을 새로 설치하겠다는 생각은 썩 바람직해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민간기구들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평가하고 평가기관들끼리도 상호 신뢰성 경쟁을 하는 체제가 보다 나을 것이다. 다만 정부는 대학정보를 교육통계센터를 통해 체계적으로 조사정리하고 집적한 후 모든 사람에게 공개함으로써 다양한 형태의 분석과 평가가 개인연구자는 물론 기관수준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무튼 이번만은 말잔치로 끝나지 말았으면 한다. 생각있는 사람들은 모두 교육입국으로 이만한 성장을 이루었는데 이제 교육망국으로 가는 것 아니냐고 걱정을 한다. 교육망국의 주범 중 하나는 분명히 난립된 대학들이다. 그런데 이같은 난립을 부추긴 것은 우왕좌왕 갈짓자 걸음을 걸은 정부정책 때문이었다. 보다 투명한 정책으로 그리고 법과 제도에 기반한 정책을 수립함으로써 이번만은 실패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