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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미국 대학의 총장 평가 시스템
박애리(연세대 교육연구소)
오늘날 모든 대학들의 공통적인 관심거리이자 고민거리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우수한 경쟁력 확보’일 것이다. 보다 질 높은 대학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대학 내 모든 행정행위들은 결국 이를 통한 ‘대학의 경쟁력’ 을 강화하기 위한 자구적인 노력에 해당된다. 특히 최근 ‘고등교육의 세계화(globalization of higher education)'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 대학들이 재배치되고 있으며 따라서 경쟁의 범위 역시 무한(without boundary) 경쟁체제로 확장되었고, 이에 각 대학들은 그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뛰어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러한 대학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있어 그 무엇보다 중요한 변수는 바로 한 대학의 행정수장인 대학총장의 역할수행 능력일 것이다. 총장은 대학의 미래를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대학의 발전을 위한 학내 모든 자원을 운영 및 관리하며, 대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학내 협동과 단결을 이끌어 내야 하는 등 폭넓고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으며, 따라서 이러한 기능들을 효율적으로 달성해 내기 위한 총장의 뛰어난 역할수행 능력 및 비전 그리고 지도성이야 말로 한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결정적인 요소 중의 하나인 것이다.

따라서 대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각 대학의 상황적 요구에 보다 적합하고 뛰어난 행정 지도자를 선별해 내는 것이 그 어떤 일보다 선행되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총장 선별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 대학의 총장으로 영입된 새로운 인사가 그 대학의 제한된 조건하에서 그의 능력과 지도력을 지속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대학 내 합의된 지원과 도움을 제공해 주는 일일 것이며, 이것이 이글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총장평가 시스템’의 역할이자 목적이다. 이에 총장평가 시스템이 발달되어 있는 미국대학의 총장평가 시스템을 중심으로 총장평가의 목적 및 방법, 결과활용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 왜 대학총장을 평가하는가?

위에서 언급한 데로, 각 대학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대학 총장직의 효과성을 강화시키는 일이 핵심적이다. 따라서 대학차원에서는 선발된 대학총장이 대학의 요구에 적합한 능력과 지도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는지에 대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대학은 총장의 업무수행 능력을 정기적으로 평가, 분석하여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적합한 인센티브를 제공함은 물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대학차원에서의 추가적 지원과 환류를 제공해야 하며, 이것이 총장평가를 실시하는 지원적이자 건설적인 목적에 해당한다.

▲ 총장평가를 최초로 실시한 예일대

이와 같이 총장직 강화에 그 기본목적을 두고 있는 총장평가는 미국 예일대학의 총장이었던 킹스만 브루스터(Kingman Brewster)에 의해 처음으로 실시되었다(Hubert, 1986). 예일대학의 정치노조위원회(Yale Political Union)를 대상으로 한 연설 중 자신이 평가의 첫 대상이 될 것을 제안하였으며, 결국 예일대학 이사회(Yale Corporation)는 1971년 첫 총장평가를 실시하였다. 그 이후, 당시 고등교육기관의 책무성에 대한 높은 사회적 관심에 의해 다른 대학들 역시 연이어 총장평가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었으며, 1995년에 이르러서는 전체 통계조사에 참여한 2천1백12개 대학 중 85%의 대학이 총장을 평가하는 등 총장평가 실시가 대학 내 일반화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미국 대학 총장평가의 전반적인 실시확대는 총장의 역할이 대학발전에 미치는 영향과 총장평가가 총장직 발전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이를 필요로 하는 대학 책무성에 대한 인식변화에 기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즉, 미국 대학은 대외적으로는 총장의 역할수행 능력과 대학행정의 신뢰성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하여, 대내적으로는 총장의 부족한 부분에 대해 추가적인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총장직을 향상시키기 위한 지원적인 도구’라는 데에 폭넓은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 대학총장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미국 총장평가 시스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가 바로 방법상의 다양성 및 이질성이다. 각 대학의 규모와 특성, 대학문화와 풍토, 대학 구성원들 간의 갈등상태 및 정치적 구조, 각 대학에서 강조하고 있는 총장의 특정 역할, 평가실시 목적 및 재정적 여유 등 다양한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평가방법을 설계하게 되며 따라서 학교별로 선호되는 효과적인 평가방법은 무척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평가방법을 선정하는 과정상 고려해야 하는 사항은 오히려 정형화되어 있는 편이며,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크게 여섯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1) 공식, 비공식 평가방법(평가목적에 따라 설문지 등과 같은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평가방법을 선택할 것인지 또는 총장과 이사회의 인터뷰나 총장 자신의 평가보고서를 위주로 한 비공식적인 평가방법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사항), (2) 평가 시기 및 횟수(총장의 임기 중간 또는 임기완료 직전에 실시할 것인지, 또는 정기적/비정기적으로 실시할 것인지, 평가주기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대한 사항) (3) 정책수립: 성문화(총장평가에 관한 사항을 정책으로 수립할 것인지, 성문화하는 과정에서 어떤 내용을 포함하고 누구에게 공개되어질 것인지에 관한 사항), (4) 평가 주관집단 및 평가 참여집단(평가를 주관하는 집단 또는 집단의 구성 및 평가과정에 참여하는 집단을 어떻게 선정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 (5) 총장평가 준거(평가준거를 어떻게 구성할 것이며 평가준거는 누가 선정할 것인지에 관한 사항), (6) 평가결과의 기밀성 보장문제(평가과정과 평가결과의 내용을 어떤 집단에게 어느 정도 공개할 것인지에 관한 사항).

이 사항들은 각종 연구기관들과 학자들, 대학들에 의해 각 평가방법의 장단점 및 각 상황에 보다 적합한 평가방법들이 비교, 추천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큰 특징이라 함은 평가시스템 설계의 전문성이라 할 수 있다. 다양화 되어있는 만큼 각 대학 총장평가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외부 전문 평가단을 영입하거나 자체적으로 구성하여 각 대학에 보다 적합한 방법을 개발, 수정, 발전시키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미국 대학총장평가의 방법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본 저자의 논문을 참고하기 바람).

■ 평가결과는 어떻게 활용되는가?

미국 총장평가의 또 다른 특징 중의 하나가 총장을 평가한 결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평가의 목적과 방법이 각 대학의 상황에 적합토록 다양한 형태를 띠고 정해지므로 평가결과의 활용도 역시 이에 맞게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총장의 재임용, 총장의 보수책정, 상여금 지급, 총장교육을 위한 세미나와 학회 참석, 안식년 또는 휴가 등 총장에 대한 인사정책 결정에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렇듯 미국 대학의 총장평가 결과가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되고 있는 것은 총장평가의 효과성 개념과도 관련이 있는 내용으로, 일련의 형식적인 통과의례 절차가 아닌, 평가결과를 직접적으로 총장 관련 주요 정책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시킴으로써 평가에 투입되는 노력과 시간, 재정적 투자에 대한 효과적이고 실용적인 결과활용을 이끌어 냄을 뜻한다. 물론 이와 같은 실용성과 효과성은 위에 언급된 평가의 전문성이 확보되어 평가결과의 신뢰성과 객관성이 확실히 확보되어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 총장평가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미국 대학 총장평가의 특징 중 마지막으로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이 총장평가 관련 총제적인 개념에 해당하는 그것의 유익성이다.

미국 대학 총장 평가 관련 정보를 접하다 보면 자주 강조되고 있는 개념이 바로 ‘유익적(beneficial)’이라는 표현인 것처럼, 총장평가는 총장에게는 자신의 부족한 면에 대해 인식하고 더불어 대학이사회와 다른 대학구성원들의 요구와 필요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동시에 다양한 대학구성원들에게는 총장의 역할 및 업무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대학 차원에서는 대학이 그의 책무성에 얼마나 충실하고 있는가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이며, 대학이사회와 총장 모두에게는 그들의 관계를 보다 돈독히 하여 대학이 지향하는 가치를 재확인, 재정립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이러한 모든 요소를 만족시켰을 때 그 총장평가의 효과성은 극대화되었다 할 수 있으며, 비로소 대학발전과 경쟁력 향상에 유익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시사점

미국대학 총장평가의 기본명제는 아마도 ‘총장평가는 대학과 총장의 발전을 위하는 지원적 시스템’이어야 한다는 것일 것이다. 대학에서 실시되는 모든 정책이 궁극적으로는 대학발전이라는 최종목적을 향하는 것과 같이, 총장평가 역시 총장을 위하고 발전시켜 궁극적으로는 대학의 발전을 이룩하기 위한 한 수단으로써 활용되어지는 것이 그것에 주어진 소명인 것이다.

이를 위하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가시스템을 제대로 설계하는 일이다. 제대로 된 평가도구가 아니면 차라리 실시하지 아느니만 못하다는 카우프만(Kauffman J., ‘총장에 대한 지지와 평가‘의 저자)의 말처럼, 평가시스템을 제대로 설계하는 일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며, 마치 복잡한 퍼즐을 정교히 맞추어 나가는 세심한 과정과도 흡사하다 하겠다.

각 대학의 각종 변수들을 정확히 분석, 판단,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대학의 큰 목적과 부합토록 평가목적과 과정, 내용을 정확히 조합해 내야만이 효과적이고 유익적인 총장평가를 완성시킬 수 있는 것이다. 대학발전을 이루기 위해 이 퍼즐을 도구시하려는 대학이라면 이 과정에서 반드시 건설적이고 긍정적이며, 전문적, 실용적, 그리고 유익한 총장평가의 성격을 확보하는데 깊은 고민과 정성된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미래 실시될 한국대학 총장평가에 제공하는 이 글의 기본적인 제안점이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5-10-08 오후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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