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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논단]관청과 대학, 교수와 공무원
강위석 시인·시사평론가 / 본지 논설위원
길을 다니다 보면 관청 차들은 많이들 ‘공무 수행 중’이라는 표지를 달고 다닌다. 한 번은 아침 시간에 어떤 국립대 버스가 출근하는 교수와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태우고 가다가 신호 때문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역시 ‘공무 수행 중’이라는 표시가 큼직하게 쓰여 있었다.

승객 가운데는 자고 있는 사람이 여럿 있는 것이 차창 안으로 눈에 띄었다. 장난삼아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국립대는 일종의 관청이기도 할 것이다. 거기 교수들 중에는 자신의 공무원 신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출근차를 타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잠시 고단해서 눈을 붙이고 있는 것도 공무 수행일 수 있을 것이다.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것도 공무수행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가 본 국립대 가운데 다행히도 강의실에 ‘공무 수행 중’이라는 팻말을 걸어 둔 데는 보지 못 했다. 왜 버스에는 붙이고 다니면서 정작 강의실에는 없을까. 이런 우문에 대한 현답은 우스개 소리 기초 교과서에 나올 법하다. “강의실은 교통 위반에 걸릴 일이 없으니까” 또는 “강의실에는 바퀴가 없으니까” 등이 거기서는 정답일 터다.

내 생각에도 관청 차들이 달고 다니는 ‘공무 수행 중’ 표시는 순전히 교통경찰에게 건네는 “같은 공무원이고 게다가 공무수행중이니까 좀 봐 주시오”라는 통사정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내가 다니던 신문사의 어떤 동료에게서 들은 얘기가 생각난다.

어느 날 그가 출입하던 경찰서 경찰관이 꼭 대포를 한 잔 사고 싶다고 졸랐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술자리에서 그 경찰관이 내 동료에게 말했다는 것이다. “여보, 기자양반, 신문사는 언론기관이고 경찰서는 수사기관 아니겠소? 그렇다면 당신이나 우리나 같은 기관원끼린데 제발 기사 쓸 때 좀 잘 봐 주시구려.”

국립대와 그 교수, 직원, 학생이 국립대이기 때문에 누리는 이점이, 버스에다 ‘공무 수행 중’이란 표지를 달고 다님으로써 주정차 위반, 신호 위반을 했을 때 교통 경찰관이 같은 공무원끼리니까 봐 줄지도 모른다는 것 말고도 어떤 것이 몇 가지나 더 있는지 나는 모른다. 그런데 국립대를 관청 지위에서 법인 지위로 바꾸고, 그 교수와 직원이 가지고 있는 공무원 지위를 폐지하겠다는 안에 대해서 해당자들이 반대하는 강도가 낡은 집을 고치려 할 때라도 느끼는 손 때, 숨기운이 묻은 옛 것을 허는 섭섭함과는 다른 것 같아서 의아스럽다.

관청이나 공무원은 공법적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그 일이다. 대학 교육은 공법적 권력을 행사하는 것과는 너무도 먼 데 있다. 나는 서울대를 없애자는 주장에 대해서 반대하는 글을 몇 차례 썼다. 모든 국립대를 사립화해야 한다는 생각에 대해서도 나는 반대한다.

특히, 지원자가 적은 분야의 학문을 장기적 안목에서 살려 북돋우고, 지방대에 대한 교수와 학생의 편견을 누르기 위하여 국립대, 특히 지방 국립대는 그 필요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본다.

국립대 교수에게서 공무원 지위는 없애더라도 그들에게 지금까지 주어 오던 다른 혜택이 있다면, 사실상 그런 것이 있는지 여부는 모르거니와, 모두 종전처럼 유지해 주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렇게 조치했는데도 불구하고 국립대의 법인화에 반대하는 교수들은 권력이나 관존민비 사상에게 스스로를 인질로 내 준 사람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국립대 교수들이 교육부 공무원에게 “당신네들은 행정기관이고 우리는 교육기관인데, 같은 기관원끼리 한 쪽이 다른 쪽의 공무원 타이틀을 빼앗는 일은 없어야지요”라고 통사정하는 일만은 없기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5-10-08 오전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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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숲을 봐라 헛 똑똑아 반대하는 이유가 공무원신분을 잃는다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의 난맥상을 먼저 이해하기 바랍니다. 2005-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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