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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자주 외교와 맥아더 동상
장세진 인하대 교수 / 본지 전문위원
외교에서 각국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 한미동맹도 이 기본적인 법칙을 벗어나지 않는다. 미국은 미국의 이익을 따라 움직인다. 한국은 한국의 이익을 따라 움직인다. 역사적으로 축적된 신뢰는 기회주의적 행동을 줄임으로써 상호이익인 거래를 쉽게 합의하도록 하여주는 범위에서만 유효할 뿐이다.

당연한 사실을 새삼 되뇌는 이유는 한미동맹에 관한 논쟁이 맥아더 동상 철거론으로까지 옮아 붙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사실은 북한의 남침에 의한 내전에서 4백만명이 희생되었다는 것, 남한이 북한의 식량과 인권을 염려할 수준으로 발전하였다는 것이다.

맥아더가 없었더라면, 전쟁이 1만명의 희생으로 끝났을 터이고, 따라서 맥아더가 3백99만명을 죽인 원수라는 모교수의 논리는 굳이 반론하기도 겸연쩍다. 침략과 응전처럼 쌍방의 원인이 결합하여 어떤 결과를 산출하였을 때, 어느 한 쪽이 없었으면 그 결과도 없었다는 주장은 옳다. 그렇지만 그 원인을 어느 한 쪽에만 부과하는 것은 마치 부모가 결합하여 아이를 낳았을 때 그 아이가 어느 쪽의 아이냐고 따지는 것과 같다. 굳이 말하면, 법과 정의는 침략한 쪽에 책임을 묻는다. 미군정 당시 표본조사에서 사회주의 지지율이 77%였으니 당시 사회주의를 선택했어야 옳았다는 주장에 대해서, 당시 김일성 등의 지지율이 각각 몇 %였나는 묻지 않더라도, 왜 현재 남한 국민 대다수의 생각이나 탈북자의 증언은 어리석은 판단으로만 간주하는지를 되묻고 싶을 뿐이다.

군사정권 시절 남북한의 군사비를 GDP에 대한 비율로 비교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것은 왜곡이다. 그렇지만, 현재 남한의 군사비 2백억 달러가 북한 군사비의 10배가 넘으므로, 남한의 군사력이 우월하다는 그의 주장도 위험하다. 군사력은 군사비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북한의 특훈 군사력이 세계 1위에 속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일류 엘리트들이 군대에 자원하며, 특훈에 최적인 체제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러시아, 북한의 군사비 지출 합계액이 일본, 한국의 합계액과 비슷하므로, 한·미·일 군사동맹에서 미국을 빼야 동북아 균형이 지켜진다는 주장도 위험하다. 먼 나라의 힘을 빌려 가까운 나라를 견제하는 것은 통일신라 이래의 외교적 지혜이다.

맥아더가 영웅이 아니라는 주장은 맞다. 해제된 정보문서를 바탕으로 미국에서 출판된 1천 페이지 가까운 ‘한국전쟁’이라는 책에 의하면, 그는 대통령과 연합사령부의 지휘를 거부하고 한국전쟁에 신속히 전면 개입하는 독선적인 행동을 보였다. 결국 그는 해임되어 귀국하였고, 박해받던 전쟁 영웅을 맞아 치솟던 미국 국민의 열기는 급속히 식어갔다. 원래 영웅은 신화 속에서만 존재한다!

그래도 한국의 입장은 다르다. 신속한 전면개입은 ‘북한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을 막았다. 맥아더 동상은 자신으로서가 아니라, UN 결의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16개국 연합군의 상징으로, 침략 전쟁에 대한 엄중한 경고로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한국전쟁에서 대통령의 아들까지 전사하였던 미국의 의회에 이어 다수의 전사자를 낸 영국이 이 문제에 대해 우려를 보임으로써 맥아더 동상은 이제 국제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는 각국이 자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는 현실을 인정하여야 한다. 우리는 우리 이익을 따라 움직이지만, 너희는 우리를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주장은 통하지 않는다. 이를 위세로 강압하면 패권주의고, 강압 대신 동정과 연민으로 요청하면 사대주의다. 자주외교는 강압하거나 구걸하지 않고, 이익을 주고받으며 당당하게 설득하고 협상하는 것이다.

혹자는 맥아더 동상 철거의 이유로 만국공원의 복원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구한말 인천이 분할 점령되던 시절 만들어진 만국공원이 자주외교의 상징이 되기는 어렵다. 의견의 다양성은 좋지만, 표현 방법이 폭력이어서는 안 된다. 자주외교와 아울러 침묵하는 다수의 인천시민의 의견도 존중되어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5-10-08 오전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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