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은 여가시간이 주어지면 자연스럽게 발길을 영화관으로 돌린다고 답했다. 응답자 20.9%가 여가 생활 1순위로 영화 관람을 꼽았다. 2002년 이후 4년 연속 같은 대답이다. “영화는 내 운명”.
하지만 ‘추격자’들의 움직임이 만만치 않다. 2위는 응답자 19.3%가 지목한 인터넷 웹서핑. 예년과 달리 1위와 2위 간 격차가 1.6%포인트에 불과했다. 게다가 컴퓨터 게임이 14.5%를 득표하며 3위에 랭크됐다.
마우스와 키보드만을 갖고도 즐겁게 여가시간을 보낸다는 응답이 도합 33.8%나 차지한 셈이다. ‘모니터’가 ‘스크린’을 순식간에 제압해버린 형국이다.
실제 응답 가운데 문화 체험 또는 땀을 흘리거나 심신을 동시에 사용하는 취미생활은 그 세가 실로 미약했다. 연극 관람을 포함해 운동, 등산, 볼링 등에 표를 던진 응답자는 모두 합쳐봐야 9.6%에 지나지 않았다. 여기에 1위를 차지한 영화 관람까지 보태야 그나마 30.5%를 기록하게 된다.
반면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것이 편하다는 의견은 거의 압도적이다. TV 시청, 음악 감상, 독서, 바둑 등을 꼽은 응답자만 도합 34.1%. 여기에 컴퓨터를 앞에 두고 시간을 보내는 축까지 더하면 무려 67.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러한 수치는 최근 대학생들의 여가활동이 동적인 활동보다는 정적이고 감각적인 것에 일방적으로 편향돼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또 하나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독서가 선두권에서 밀려났다는 사실이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독서는 득표율 10.8%를 내보이며 3위로 선전했다. 2003년의 경우 16.7%로 2위에 랭크됐었다.
독서의 선두권 탈락은 곧바로 영상?첨단문화의 득세와 활자문화의 몰락을 뜻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쟁 속에서 오프라인의 패배를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1998년까지만 하더라도 독서는 ‘4천만 공통 취미 사항’. 그런 까닭에 대학가에서도 18.7%를 득표하며 1위에 올랐다. 1994년 역시 영화나 연극 관람, 음악 감상 등을 뒤에 거느리고 당당히 정상 자리를 밟았던 터. 권불십년(權不十年)이 멀리 있는 말이 아니었다.
한편 지난 10년 간 선두권 순위를 채웠던 갖가지 취미 사항 가운데 단연 눈의 띄는 것이 노름. 2002년 14.9%를 얻어 3위에 올랐다. 역대 설문 결과 가운데 노름이 선두권에 등장하기는 이 때가 유일하다.
또 2001년 31.3%를 획득하며 1위 자리를 차지한 것이 PC통신·인터넷이다. 방점 찍을 곳은 인터넷이 아니라 PC통신이다. 기억조차 희미한 이 단어를 막상 맞닥뜨려놓고 보니 현재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에게 어찌 설명해야할지 막막해서 더 눈길이 간다. 불과 4년 전 일이다.
■ 한달 평균 독서량?
한 달에 책 한두 권. 올해 역시 이러한 대답이 가장 많았다. 응답자 가운데 56.3%가 한 달 평균 독서량(전공도서 및 잡지 제외)으로 ‘1~2권’에 체크 표시를 했다.
3~5권의 책을 읽는다는 학생은 응답자 가운데 24.8%를 차지했다. 6~10권을 꼽은 응답은 6.8%였으며 매달 10권 이상 읽는다는 대답은 3.1%로 나타났다. 9%의 응답은 아예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것.
지난해 역시 대체로 비슷했다. 1~2권 읽는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응답자 가운데 52.9%가 그렇게 답했다. 3~5권을 말한 응답자는 30%로 나타났으며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반응은 8.5%.
막상 이렇게 설문 결과를 펼쳐놓으니 대학생들이 책을 많이 읽고 있는 것인지 적게 읽고 있는 것인지 분간이 가질 않는다. 2003년 유엔 조사 결과 한국 사람의 한 달 독서량이 0.8권임에 비춰본다면 대학생들이 우리 국민의 평균치 이상의 책을 읽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냥 ‘1~2권 읽는 학생들이 가장 많았다’는 것만으로 대학가의 평균 독서량이 어찌 변모해오고 있는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기준을 정해놓고 보는 수밖에 없다. 가령 응답 가운데 주당 1권 가량 읽는 꼴인 ‘평균 독서량 3~5권’을 기준으로 놓고 본다면 지난 몇 년간 비교가 가능해진다.
올해 결과는 24.8%. 지난해는 30%. 그렇다면 올해 독서량이 지난해 보다 5.2%포인트 떨어진 셈이다. 최근 3년간 역시 마찬가지다. 2003년의 경우 독서량 3~5권이란 응답은 33.3%였다. 지난해 결과는 여기서 3.3%포인트 더 내려간 것이다. 결국 매년 곤두박질 치고 있다는 소리다.
지난 6월 여론조사기관 NOP월드 발표에 따르면 세계 30개국을 대상으로 독서 시간을 조사한 결과 한국 사람의 독서시간이 일주일에 3.1시간으로 조사대상 30개국 중 최하위였다. 대학가 역시 여가시간 책을 들기보다는 마우스를 잡고 모니터를 쳐다보는 학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임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결과가 그리 수긍하기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러한 사태를 손놓고 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영상매체의 득세가 시대 추세라고는 하지만 독서의 당위성과는 맞바꿀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사고력과 상상력, 깊이 있는 분석력과 통찰력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활자매체를 통한 독서가 훨씬 더 유용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한 때 대학생 독서량의 급격한 감소가 대학 사회는 물론 사회적 이슈로까지 비화된 적이 있었다. 바로 1998년의 일이다. 그럼에도 당시 독서량 3~5권이란 응답은 43.9%를 기록했었다. 올해 결과는 여기에 비하면 거의 절반 수준. 대학가 독서문화는 이미 충분히 절망적이다.
■ 동거 혹은 성관계?
대학가는 성담론이 가장 왕성하게 논의됐던 곳 가운데 하나다. 그런 탓인지 성의식 관련 설문의 결과는 대부분이 개방적인 쪽. 게다가 응답자 과반수를 훨씬 웃도는 ‘몰표’가 쏟아졌다.
이는 한두 해만의 결과가 아니다. 지난 10여 년간 이러한 추세는 한치의 흔들림조차 없었다. 그런 탓에 가부 여부 보다 오히려 그 득표율 추이에 매년 관심이 쏠렸다.
올해 역시 설문 결과는 개방적인 축이 대세를 이뤘다. 하지만 득표율 수치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과반수를 넘어서지 못했다.
혼전 동거 및 성관계 가능 여부에 대해 가능하다는 응답이 우세를 나타냈다. 응답자 가운데 40.9%가 ‘대체로 그렇다’에 표를 던졌다. 응답자 6.9% 역시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가능 쪽으로 기운 표가 도합 47.8%에 달한 셈이다.
반면 반대 입장은 밝힌 응답자는 26.1%. 반대 의견인 ‘거의 그렇지 않다’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각각 14%, 12.1%로 집계됐다. 또 ‘그저 그렇다’라며 가부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 대학생은 26.2%를 차지했다.
<대학생 의식조사>에 혼전 성관계 가능 여부를 묻는 문항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95년. 당시 대학가에 일기 시작한 성담론에 대한 반향을 알아보겠다는 의도에서 새로이 더해진 항목. 하지만 사안 자체가 당시로서는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었다.
결과치는 전혀 예상 밖이었다. 응답자 가운데 75%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후의 반응 역시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1999년에도 가능하다는 반응이 64.1%를 기록했다. 설문 문항에 ‘동거’라는 용어가 추가된 2002년의 결과 또한 마찬가지. 응답자 73.3%가 가능하다는 쪽에 손을 들어줬다. 10명 가운데 6~7명이 표를 던지는 우세가 거의 10년간 지속된 셈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득표율 수치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2003년이 그 시작. ‘개방파’의 득표율이 57.1%를 기록, 처음으로 50%대로 떨어졌다. 지난해는 더 떨어졌다. 46.1% 득표에 그쳐 그 하락세가 마침내 ‘절반 이하’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반면 ‘불가’ 입장은 1995년과 1999년 각각 15%, 15.4%에 불과했지만 2003년과 지난해의 경우 각각 17.7%, 25.3%를 기록했다. 득표율이 상대적으로 그리 높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가’ 입장이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만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편 혼전 동거 및 성관계가 가능한 이유와 관련해서는 ‘사랑한다면 가능하다’는 응답이 61.7%로 가장 많았다. ‘결혼이 전제되면 가능하다’는 의견이 23.6%를 득표하며 그 뒤를 이었다. ‘특별한 조건 없이도 가능하다’는 응답은 10.6%로 집계됐다.
이승호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