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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구 칼럼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재무예산실장
[최연구 칼럼] 최연구
올림픽, 순수한 스포츠 제전 아니라도 좋다
최연구 / 본지 전문위원, 한국과학문화재단 전문위원
8월 13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개막된 제28회 하계올림픽은 29일까지 계속된다. 오대양 육대주의 선수들은 총28개 종목에서 3백1개 금메달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어느 나라가 어느 종목에서 메달을 딸 것인지, 종합순위는 어떻게 될 것인지에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

흔히 스포츠는 정신과 육체의 조화를 추구하는 건전한 경쟁이라고 한다. 정정당당히 겨루고,지더라도 깨끗이 승복하는 스포츠맨십을 통해 세계 모든 국가간의 친선과 평화를 도모하고자 만들어진 것이 바로 근대올림픽이다. 주지하다시피 올림픽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 제전 경기의 하나인 올림피아제이다. 희랍체육에 매료되었던 프랑스의 쿠베르탱 남작의 제창으로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제1회 올림픽 대회가 개최되었던 것이 1896년이니, 근대올림픽도 이제 1세기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인생에 있어 성공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라 단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과 같이, 올림픽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것이다. 즉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잘 싸우면 되는 것이다.” 올림픽 개막식때 전광판에 나타나는 올림픽 강령의 한 귀절이다. 올림픽의 이상은 스포츠에 의한 인간의 완성과 경기를 통한 국제평화의 증진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올림픽의 표어도 “보다 빠르게(Citius), 보다 높게(Altius),보다 강하게(Fortius)”라고 되어 있다. 말로는 이렇게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다고들 하지만 선수들의 눈물이나 메달을 건 사투, 민족의 승리를 위해 열광하는 국민들을 보면 스포츠가 그렇게 순수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또한 순수한 체육행사이니만큼 올림픽 경기는 순수한 목적을 추구해야 하고 정치성을 탈피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늘상 하는 원론에 불과하다.

그간 올림픽의 역사를 돌이켜보더라도 대부분의 올림픽이 사실은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선전도구로 악용되어 왔거나 아니면 적어도 정치논리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했다.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으로 올림픽대회는 3번이나 중단되었고, 최근 들어서는 올림픽이 국가 간의 국력 과시의 전시장, 그리고 과학기술 경연장으로 변해 프로선수에다 첨단과학기술까지 동원해 과열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제4회 런던대회(1908년)는 보어 전쟁에서 패배한 영국이 국가권위의 회복과 외교적 고립의 탈피를 노리면서 의도적으로 유치한 것이며, 제11회 베를린대회(1936년)는 나치즘 선전의 이데올로기적 도구로 이용되었다. 2차대전 종전 후 처음 개최된 1948년의 제14회 런던대회에서는 IOC가 전범국가 독일·일본에 대한 정치적 제재를 가해 이들 국가의 참가를 불허했다. 냉전시절에는 소련 진영과 미국 진영이 번갈아가며 보이콧해 늘 반쪽만의 올림픽이 됐었다.

한편 여전히 냉전의 굴레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우리 한민족에게 올림픽은 민족화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기회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때는 남북선수단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동시입장해 민족화해 분위기를 고양시켰고 이번 아테네에서도 선수단동시입장으로 남북간의 민족애를 재확인했다.

또한 개막식 입장때 이라크전쟁을 주도한 미국의 선수단은 냉대를 받았고 대신 이라크와 팔레스타인 선수단은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이것만 봐도 스포츠는 비정치적이지도 순수하지도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정치적인 것이 나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정치야말로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는 것이며, 사회변혁과 국리민복의 궁극적인 수단이다. 스포츠를 통해 남북간의 우애를 돈독히 할 수 있다면, 올림픽을 통해 평화를 옹호하고 전쟁에 대한 비판여론을 만들 수 있다면 올림픽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올림픽이 순수해야 한다는 것은 오히려 위선이고 허구다.

모든 것이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것이 21세기의 현대사회이고 보면, 스포츠와 정치, 스포츠와 과학기술을 굳이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올림픽은 정치적인 의미도 갖는 국제행사이고 민족간의 경쟁장이며 또한 국력과 첨단과학기술의 각축장임을 받아들이면 되는 것 아닌가.

최연구 칼럼 | 입력 : 04-08-23 오후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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