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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학원 교육, 무엇이 문제인가? (II)
이정규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객원교수 / 본지 전문위원
교육은 미시적 관점에선 개인의 지식과 기술을 신장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며, 거시적 관점에선 국가의 인적자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고의 투자임은 널리 공감하고 있는 지론이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고도의 지식과 기술이 요구되는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전문지식과 고도의 과학기술을 학습하고 창출할 수 있는 고등교육기관에서의 교육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식기반사회 구축의 성공 여부가 세계화의 흐름에 편승하여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가를 결정함은 물론 국가경쟁력의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느냐를 가늠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의 대학원 교육이 고도의 전문지식과 과학기술을 습득하기에 적합한 제도와 구조 및 교육과정을 갖추고 있는지의 여부를 엄정히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일반대학원과 특수대학원으로 이분화 되어 있는 현행 대학원 교육제도는 미국이나 캐나다의 대학원 제도와 같은 일반대학원과 전문대학원 시스템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대학원의 일반화 및 전문화와 더불어 대학원 강사의 전원 전임교수화가 추진되어야 하고, 이와 함께 전공분야에 따른 교육과정을 심화하고 석?박사학위 취득에 필요한 최소 학점 단위를 최소한 미국의 중위권 이상의 주립대학 대학원 수준으로 높여야 함은 물론 학위인증제를 도입하여 학위에 대한 질적 가치를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원, 특히 특수대학원은 지식자산화 및 국가인적자원 개발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기관이 아니라 최소의 용역과 시설로 최대의 재화를 벌어들이는 ‘고등학위 판매처’ 내지 ‘고등학위 양산소(量産所)’가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적당한 사람’이 대강 가르치고 ‘적당한 학생’이 대강 배우고도 학위를 받는 곳 쯤으로 알고 있다. 일부 대학원에 해당되는 일이긴 하지만, ‘적당한 사람’이라는 말은 전공분야의 전임교수보다는 학연이나 인맥에 의해서 발탁된 전공분야의 전문성이 결여된 교수나 각종 그럴듯한 명칭이 딸린 외부강사에 의해서 전공 강의를 하는 사람을 일컫고, ‘적당한 학생’이라는 표현은 아까운 시간과 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비전문인 강사에게서 전공과목을 대충 배우면서도 불평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정해진 학사 일정을 끝내고 학위증을 받고자 하는 학생을 말한다.

대학원에 전공분야 전임교수가 없는 대학교가 대부분인 현실에서 학생들이 전문가로부터 전문지식을 배운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대학원 교육은 학력주의사회화에 힘입어 나날이 급속히 팽창하면서 고등학위 양산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는 대학원 교육의 전문성 진작은 고사하고 지식강국 건설은 구호에 그칠 것이 뻔하다. 아무리 국고를 열어 ‘두뇌 한국 21’과 같은 연구활성화 사업에 거금을 쏟아 부어도 애초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를 바로 잡지 않고는 국가경쟁력을 고양할 대학원 교육의 수월성은 공염불에 불과할는지 모른다. 각종 국제학술지에 논문이 몇 편 게재되었다는 둥, “세계경쟁력연감”에서 나타난 대학의 국제경쟁력이 세계에서 몇 위라는 둥의 겉치레적인 숫자 놀음에만 집착하지 말고 진정으로 대학원의 수월성을 진작시키고 인적자원강국으로의 도약을 바란다면 사시(斜視)가 된 현행 대학원 제도와 구조 및 교육과정을 과감히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대학원 교육이 내실화를 기하지 못하고 형식화 내지 부실화를 심화시킨다면 사상누각(沙上樓閣)이나 오아시스의 신기루처럼 기반이 없어 곧 폐교되거나 착시를 유발하여 가까이 가면 실체를 잡을 수도 없는 간판만이 등걸한 대학원만이 난무할는지 모른다. 하루 빨리 대학원 교육 내실화를 위한 근본적인 제도 혁신과 문제점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4-07-10 오전 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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