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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일 칼럼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
[김용일 칼럼] 한국해양대 교수
[시론]정녕 풀어야 할 거라면 풀어라
김용일 본지 전문위원 / 한국해양대 교수
세상을 살다보면 풀어야 할 게 있고 또 그렇지 않은 게 있다. 친구 간에 우애를 해칠 정도의 감정은 풀어 마땅하다. 어디 이뿐이랴. 국가간의 정당한 상거래는 가급적 풀어 제치는 게 서로에게 득이 된다. 하지만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의 사례처럼 사정이 전혀 다른 경우도 많다. 이래도 허허 저래도 허허하다간 우리 자신은 물론 망상을 일삼는 당사자들에게도 불행한 결과가 초래될 뿐이다. 선린우호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도발이기 때문이다.

요즈음 ‘잘 나간다’는 사람들이 기를 쓰고 풀자고 하는 사안이 하나 있다. 경제특구 내의 외국인 학교 정책이 그것이다. 내국인 입학도 가급적 전면 허용하고, 학교 운영에서 발생한 ‘잉여금’의 본국 송환도 허락하자고 한다. 아전인수 격으로 싱가포르나 중국의 예를 들어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한다. 내친김에 그런 정책의 비(반)교육적인 결과를 우려하는 사람들을 ‘쇄국주의자’라고 몰아붙이기까지 한다.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먼저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얘기부터 들어보기로 하자. 외자유치를 위해서는 경제특구 등과 같은 개방정책이 필요하다. 이미 관련 법률이 제정ㆍ공포된 마당에 이는 더 이상 시비 거리가 될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 지역에 들어와 일하게 될 외국인들의 자녀교육이다. 특구 내에 들어서게 될 외국인 학교의 여건이 좋아 투자자들이 전혀 거리낌이 없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듣는 이들 모두가 그렇겠지만, 이 정도라면 이해 못할 구석이 전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돌연 경제특구에 설립될 외국인학교에 내국인을 입학시켜야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그런데 현행법은 입학 등에 있어 ‘규제’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에 5년 이상 거주하는 등의 내국인 입학 요건을 없애는 한편, 입학 여부를 전적으로 외국인 학교장의 재량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안을 ‘규제완화’ 차원에서 접근하면서 내국인 입학 제한 규정이 외자유치에 큰 걸림돌이라도 되는 양 볼멘소리를 낸다.

사정은 이렇다. 외국인 학교가 들어서더라도 거기에 다니게 될 학생들이 생각만큼 많지 않다. 때문에 학교 운영에 있어 손익분기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 학교를 설립ㆍ운영하려는 개인이나 법인 측으로서는 여간 부담이 되는 게 아니다. 경험상 2천만 원 안팎의 수업료를 지불해야 하는 외국인 학부형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해법은 간단하다. 내국인 입학을 일정 비율 허락하거나 ‘자유화’하여 그들이 내는 돈으로 벌충하면 만사형통이다.

여기에 그치는 게 아니다. 과실 송금을 금지하고 있는 ‘규제’도 과감하게 풀자고 한다. 우리 사립학교법의 취지에 반하는 특혜를 주어가면서까지 ‘학교장사’를 할 수 있게 길을 터주자는 것이다. 학교운영에서 발생한 ‘수익’을 회수ㆍ사용할 수 있게 해야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나서지 않겠느냐는 논법이다. 과연 경제전문가들답다. 그러나 이들은 외국인 학교 문제가 경제의 문제이기에 앞서 교육의 문제라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또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사태를 고의적으로 왜곡하는 행태도 서슴지 않는다. 그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던 외국의 ‘개방 사례’ 역시 국회 교육위원들의 싱가포르와 중국 방문보고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말았다. 이쯤 되면 국민에게 정보를 왜곡하면서까지 관철시키려는 정책의 목표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분명히 말하건대, 풀어야 할 거라면 거침없이 풀어라. 그러나 비(반)교육적인 결과가 뻔히 예견되는 정책을 강행하기 위해 어설픈 경제논리를 동원하고 정보를 왜곡하는 일만은 이제 그만두었으면 한다. 온 국민의 지혜를 모아 21세기 우리 교육의 앞날을 설계하는데 ‘독’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

김용일 칼럼 | 입력 : 05-04-16 오후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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