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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교육부의 위험한 실험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 / 본지 전문위원
요즈음 대학가의 화두는 단연 구조개혁이다. 국립대 통·폐합 실적이 발표되고, 구조개혁을 선도하게 될 15개 국·사립대가 선정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런 대학들에게는 ‘변화 노력’에 상응하는 재정 지원이 약속되어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일찍이 국립대학을 법인화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천명되고 이를 둘러싼 논란이 치열하다.

‘대학 구조개혁’으로 표현되는 정부의 구상은 크게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른바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려는 것이 그 하나이고, 국립대를 구조조정 하겠다는 것이 다른 하나다. 이 두 가지 목표는 밀접히 연계되어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상이한 문맥과 논리를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자의 정책 목표는 다른 무엇보다 학생자원 감소에서 비롯된 것이다. 수요는 줄어들고 공급은 넘쳐나는 상황에서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손놓고 있다가는 수많은 대학들이 줄 도산할 게 뻔하다. 이런 마당에 통·폐합과 정원 감축만큼 효과적인 방책이 또 어디 있겠는가. 조만간 현실화될 대학 전반의 위기상황을 연착륙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이 배어있다.

법인화로 대표되는 국립대 구조조정은 근본적으로 아주 다른 문맥에서 나온 것이다. 민영화를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시장만능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도달해야 할 최고의 형태가 국립대 민영화인 것은 말할 나위 없다. 법인화를 앞세워 한껏 몰아붙이되 대학별로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아 실익을 챙기겠다는 계산이다. 과거와는 달리 “하고 싶으면 하고 싫으면 말라”는 식의 ‘너그러운’ 태도는 이런 전략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정책을 ‘대학 구조개혁’이란 꾸러미에 한데 뒤섞어놓은 이유는 무얼까? 먼저 실패한 정책에 대해 책임을 모면하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얼마 전 대학설립준칙주의가 폐기되었다. 고등교육 ‘시장’에 대한 ‘진입규제’를 철폐하고 대학간의 경쟁조건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도입한 정책이었다. 그런데 이 정책이 작금의 ‘공급과잉’과 부실 사학 양산에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시장만능론에 경도되어 강행한 정책이 ‘공급과잉’의 주범 가운데 하나라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실패한 과거를 떠올리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국립대 법인화라는 위험한 실험을 고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 당국이 여전히 시장만능론적 가설에 단단히 붙들려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구차하게 일본의 사례를 들어 자신의 구상을 정당화하려 들기도 한다. 일본의 경우 국립대를 법인화 했을 뿐 그 ‘교육적 공과’를 확인할 수 있는 단계가 전혀 아니다.

이쯤 되면 정책 당국의 태도를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자신들의 정책 실패와 무관치 않은 ‘공급과잉’을 빌미로 민영화 방향의 정책을 강행하는 식의 접근방법은 떳떳하지 못하다. 어쩐지 사술(詐術)의 냄새가 짙게 풍긴다. 정책의 타당성과 현실적합성이 있다면, 법인화나 완전한 민영화나 못할 게 무엇이란 말인가. 당당함과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정책이 ‘성공’하는 경우도 여러 번 보았다. 그러나 그게 우리 대학의 의미 있는 변화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5-10-10 오전 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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