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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국내파 연구자의 양성
김선일 본지 전문위원 / 한국과학재단 기초과학단장
십수 년 전, 필자가 해외 유학을 마치고 귀국할 때 주위 사람들이 외제 가전제품을 사가라고 권유했던 기억이 난다. 첨단 하이테크 제품도 아닌 우리나라 기업에서도 잘 만드는 제품인데 왜 사가라고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에 돌아와 국내 매장의 외국 제품을 보니 외국 현지 가격의 3~4배 가격으로 팔리고 있었고, 더욱 놀란 것은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이 외국 가전제품을 수입해서 자사 제품과 같이 팔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우리나라 기업 스스로 자신의 제품은 떨어진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었다.

'황우석 연구팀'도 순수 국내파

우리나라의 대학 교수들도 비슷한 논리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대학에서 신임 교수를 채용할 때 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유수한 기관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친 사람만을 우수한 경력자로 인정하여 선발하려 하고, 심지어는 발령 후의 처우에도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자신이 길러낸 연구자의 능력이 떨어지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일부 대학은 교수진들의 외국 경력을 자랑이라도 하듯 일간지의 광고란을 통해 알리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은 많은 우수한 학부 학생들이 유학을 떠나게 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물론 외국의 선진 기관에서 학문을 익히고, 외국 생활을 경험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 대학의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외국 대학에서 학위를 따야 된다는 편견을 버려야할 때가 온 듯 하다.

우연히도, 필자가 재직하는 학과에서 나머지 3명의 교수는 순수한 국내파 출신이다. 물론 이들의 외국어 능력이나 외국 문화 경험이 다소 떨어지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대학 내에서 가장 연구 결과가 우수한 연구자이고 학생들에게도 우수한 평가를 받는 교육자들이다. 또한 이들과 같이 연구하기를 원하는 외국의 선진 연구 기관으로부터 공동연구 제의를 받고 많은 공동연구를 시행하고 있기도 하다. 요즘 대학 및 연구가에서 화두가 되는 황우석 교수의 연구팀도 대부분의 연구자가 국내에서 교육을 받은 순수한 국내파 연구자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많은 국내파 연구자들이 우수한 연구를 시행하고 있음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우수 국내인력 정책지원 필요

지금은 우리나라의 디지털 전자제품이 해외에서 외국 제품보다 비싸게 팔리는 것을 보고 많이 변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이제 우리 대학에서도 우리나라 전자제품과 같은 경쟁력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하고, 또한 이들의 능력을 인정하고 우대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이들 연구자의 세계화를 위해서 학위 기간 중 많은 외국의 연구자와 교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줘야 할 것이다. 연구지원기관에서도 우수한 국내 연구 인력이 국내 대학 및 연구기관에서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보다 활발한 정책적 지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국내 우수 연구 인력의 해외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국내 연구팀을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우리 대학사회도 언젠가는 세계적인 연구기관들이 모셔가고 싶어 하는 연구자들을 스스로 길러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5-09-12 오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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