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최고 심의ㆍ의결기구인 평의원회가 의장성명을 통해 정부의 대학정책 기조에 대해 '자율성 강조'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을 뿐 정치권에 대한 직접적 비난을 자제했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는 평의원회 임원들이 본회의를 소집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의장성명 형식으로나마 이번 사태에 대해 발언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 당초 다음주로 예정됐던 임원회의를 앞당기면서 이뤄졌다.
평의원회 부의장 자격으로 성명 초안을 작성한 김광웅 교수(행정대학원)는 "교수협의회처럼 즉자적이고 강력하게 대응하기보다는 차분하게 대학의 성격과 입장을 밝히고 정부의 논리적 모순을 지적하는 선에서 멈추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8일 서울대 교수협의회가 발표한 성명에 정치권 인사들을 겨냥한 감정섞인 표현과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총체적 비판이 포함돼 있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것이다.
이처럼 평의원회가 '온건한' 입장을 표명한 것은 국고 지원을 받는 국립대의 최고 심의ㆍ의결기구까지 나서 서울대-당정 사이의 갈등을 고조시킬 경우 '여론 역풍'을 맞는 등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평의원회 학사위원장인 김안중 교수(사범대)는 "서울대와 정부여당 사이에 무슨 큰 일이 있는 것처럼 자꾸 보도가 돼 이를 진정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입시정책과 관련해서는 크고 작은 충돌이 항상 있어 왔으나 그 때마다 최선을 다해 조율해 해결해왔으며 이번도 마찬가지"라고 말해 이런 분석을 뒷받침했다.
그는 일부 당정 인사가 조금 심한 표현을 써 가면서 입시방향에 대해 과장ㆍ확대한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면서 "파급효과가 크니 정부여당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해하지만 올바른 일은 아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에 비판적인 일부 언론이 갈등을 자꾸 부각시킨 면도 있다고 지적하며 "여권 정치인 일부가 '전면전' 운운하는 발언을 했다고 해서 서울대가 정부와 전투를 벌일 입장도 아니다. 국가 예산을 받아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갈등을 부추기는 보도가) 곤혹스러우며 정부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욱현 평의원회 의장(전기컴퓨터공학부)은 "국립대는 정부의 방침에 기여하고 따라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미래 지식사회를 책임져 나가는 막중한 임무도 맡고 있어 정부가 4년만에 할 수 없는 일도 100년을 내다 보며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미래에 가야 하는 방향과 현재 방향이 다를 경우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한계는 있겠지만 현대 사회 분위기에서는 각자 자유롭게 의견을 발표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하며 '의견 개진'은 계속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평의원회는 2008학년도 입시안 논란의 정확한 배경을 파악하기 위해 다음달 25일 열리는 본회의(총회)에 앞서 이달 28일 운영회의에 이종섭 입학관리본부장을 불러 이번 문제에 대한 대학본부측의 입장을 듣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