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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논단]인사 부조리와 한 여교수
손광식 상지컨설팅 회장/본지 논설위원
전두환 대통령 시절 미국의 저명한 정치 학자 한 사람을 청와대가 초빙한 적이 있다. 집권 이후 신권력의 행태에 대한 평가와 비판을 받아보자는 뜻이었다. 이 학자는 이런 저런 평가를 내리는 가운데 한 가지 경고를 남겼다고 한다.

집권 2년 차에 들어서면서 지배권력이 안정감을 유지하게 되자 부패의 징후가 보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추종세력이 많아지고 사회가 안정감을 찾으면 정치를 더 힘있고 잘 해야 할 터인데 권력의 내부는 그 반대 현상을 나타내니 참 묘한 일이다. 그 이전의 정치권력들에서도 이 점은 예외가 아니었고 그 이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집권 2년에 접어든 '참여정부'도 예외가 아닐 듯 싶다. 그래도 개혁의 깃발을 높이 들고 나왔으니 부패 부조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걸어 본 것은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 초기는 그런 기대치를 높여 줄만 큼 권력 내부의 긴장이 팽팽하게 감도는 듯 했다.

반대당과 기득권 세력의 대통령 탄핵은 집권당의 추종 세력의 반발을 불러일으켰지만 감시와 균형이라는 측면에서는 권력에게는 '축복'이었다. 부정과 부조리를 저지르고 싶은 유혹을 멀리하게 하고 그 가까이로 접근하려는 사람들을 밀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 일인가. 집권 2년 차가 되니 권력의 주변에서 냄새나는 사건이 안개처럼 피어오르고 인사부조리의 소문이 번져나가고 있다. 이젠 정치적 반대자들의 공세도 끝나고 요소요소 중요한 직책에 추종세력들을 앉혀 놓았으니 그 안정감을 '무리수'를 엮어내는 동력으로 바꾸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렇게 말하면 권력이 능동적으로 부패 부조리를 조성하는 것 같지만 실은 한 건 올리거나 한 자리 잡아보겠다는 '권력 기회주의자들'이 문제라는 생각이다. '말 갈아타기'에 성공한 사람들이나 권력 시장에 새로 진입한 면면을 우리는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가 있다.

아마 그 누구도 새 이권이나 감투의 유혹을 물리치기 어려울 것이다. 아니 그것을 얻기 위해 온갖 연줄을 다 대고 있는 게 권력 주변의 풍경화다. 이들은 여론 재판의 진짜 피고임에도 항시 뒤 쪽에 숨어있다.

실험용 원숭이 떼죽음 사건이후 각 기초과학 연구소 책임자들의 물갈이가 진행되고 있다. 그래도 학자급들이라 후임인사 운동이 극성맞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아 다행이다. 헌데 좀 해괴한 풍문이 돌고 있다. 청와대 권력이 개입하여 이른바 '개혁 코드'가 맞는 인물들을 낙점하여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최근 청와대는 한 기초과학 연구소의 장 자리에 한 여교수를 밀었다. 과학 위원회의인사권을 무시한 월권적 행위이고 낙하산 인사의 한 표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스토리는 이 대목에서 반전을 일으킨다. 당사자인 여교수가 연구의 전문성과 조직 운영에 자신이 적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극구 거절하여 낙하산 인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부패와 부조리를 사라지게 하는 희망은 정치권력의 선전이 아니라 이런 사람들에게 걸어볼만한 일이다.

청와대가 인재를 발굴하고 중요한 직책을 맡기는 것을 비비꼬아서 말할 생각은 없다. 낙하산 인사의 행위가 문제가 아니라 그 책임자들 이루어지는 지배구조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업지배 구조가 아니라 이제는 한국의 지배구조를 연구해 볼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부패와 부조리의 본질을 탐색해 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5-06-04 오후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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