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교수는 현대화의 물결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정진해 온 작가로 오랫동안 수묵담채로 우리의 자연실경을 화폭에 담아내면서 우아하고 그윽함을 간직한 한국화의 높은 경지를 일궈왔다.
붓과 먹의 호탕한 필치 대신 치밀한 사실묘사력을 기초로 한 세필의 잔잔한 붓터치가 특징인 그의 한국화는 수묵화이지만 다양한 색채를 유감없이 발휘함으로써 붓 터치와 화려한 색감의 절묘한 조화가 신선함을 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주로 자연풍경을 대상으로 작업해 온 것과는 달리 최근 2년에 걸쳐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이나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새로운 생활환경과 새 시대를 열게 된 서울의 어제와 오늘의 모습을 담아낸 작품들을 선보인다.
출품작은 5백호의 대형작품 '서울-인왕산'을 비롯해 약 45점.
'서울-인왕산'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판연히 다른 분위기로 인왕산을 담아낸 작품. 바위산의 괴량감을 표현하기 위해 수묵을 사용하고 중경의 주택가는 엷은 채색으로 그리고, 근경의 경복궁 마당은 여백과 함께 먹색을 강조했다.밝은 수채화처럼 신선미를 동반하면서도 수묵의 중후한 맛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서울시청'은 시청건물을 의도적으로 멋있게 표현하려고 한 고심한 결과물이다. 시청건물이 잘 보이는 덕수궁안에서 대상을 바라보며 화면의 앞에 나뭇가지를 늘어뜨리고 선묘와 엷은 채색, 그리고 먹으로 주제의식을 제고함으로써 서양의 유화로는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를 살렸다.
'청와대가 보이는 풍경', '인사동 사거리', '승동교회가 보이는 인사동', '코리아나 호텔', '명동입구', '청계 고가도로', '한국은행', '북아현동' 등의 작품들은 서울 사람이면 누구나 익숙한 장소들의 풍경을 수묵담채로 형상화했다.
지금은 철거돼 사라진 청계 입구 고가 밑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 상점 간판들이 즐비하고 영화관의 네온사인이 화려한 명동의 풍경을 담은 작품들에서는 도시인들의 숨결이 느껴진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