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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논단]교육공급자의 대파국
강위석 본지 논설위원/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사람의 능력을 기르는 것을 교육이라 부른다. 태어나면서 가진 것, 또는 그냥 내버려 두었을 때 자연히 자랄 수 있는 것보다 더 나은 능력을 부모는 자식에게 길러 주고 싶어 한다. 당사자도 어느 때가 되면 더 큰 능력을 가지고 싶어 고생을 무릅쓰고 노력하게 한다.

이런 뜻에서 교육은 경제에서 말하는 투자와 그 뜻이 일치한다. 투자는 현재의 소비가 가져다주는 즐거움을 희생한 보상으로 앞날의 소득을 증가시키는 전략적 행위다. 경제에서 투자는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일이다. 교육은 사람에 대한 투자라고 흔히들 말한다.

교육이 길러주는 사람의 능력에는 도덕적, 지적, 감성적, 기술적, 육체적 능력이 모두 포함된다. 학부모와 학생은 금전, 시간, 노력을 교육에 들인다. 집을 짓는 데는 집주인이 있는 것처럼 교육에도 주인이 있다. 다름 아닌 학부모와 학생이 주인이다.

교육을 전문적으로 공급하는 학교, 학원(學院), 교사(敎師) 등은 건축업자에 해당한다. 이들을 교육공급의 상부구조라고 보면 그 하부구조로는 교육제도, 교육부, 전교조(全敎組) 등이 있다. 교육공급자는 사람을 건설해 주는 일을 하므로 각별한 존경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까지나 삯일군일 뿐이지 결코 교육의 주인은 아니다.

교육공급자가 교육의 주인 자리를 차지하여 지금처럼 교육수요자인 학부모나 학생은 안중에 없게 되도록 까지 독재화하면 교육 망하고, 학생과 학부모 망하고, 뿐만 아니라 결국은 교육공급업자도 망한다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한국에서 교육의 주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교육공급자 가운데서도 상부구조인 학교나 교사가 아니라 하부구조인 교육부와 전교조다. 그냥 주인에 그치는 것도 아니고 독점적 주인이 되어 있다. 교육부와 전교조는 이 독점적 주인 자리를 놓고 다투기도 하고 협조하기도 한다.

그런 사이에 한국의 교육은 지금 대파국(大破局) 속으로 추락하고 있다.

이 추락의 내용은 한 마디로 교육 공급자들이 학생들에게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교육 수요자인 학부모나 학생들은 지금까지 이런 아무 효과 없는 교육에다 헛돈과 헛 노력을 뼈 빠지게 퍼부어 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한국의 교육이 지금껏 해 온 일은 사람의 능력을 신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등급을 확인하고 결정해 주는 일이었다.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은 단지 대학 입시를 위해 전국 모든 대입(大入) 지원자의 입시 성적 서열을 매기기 위한 자료 마련 수단쯤에 지나지 않았다.

이에 짝하여 확고해진 것은 대학과 학과의 서열이다. 어떤 점수면 어느 대학 어느 과, 이렇게 일대일 대응이 매겨졌다. 수능시험은 입학지원자 뿐만 아니라 전국의 대학과 학과들의 서열을 매기는 수단이 된 것이다.

이렇게 결정된 대학과 학과의 서열은 매우 안정적이어서 지금 같아서는 거의 바뀌거나 무너질 수 있는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대학과 학과의 서열이 매겨지면 자연히 졸업생의 서열도 매겨진다. 인재가 필요한 직장에서는 주로 그 서열만 보고 선발하게 된다. 쓴 웃음이 나오는 것은 이 서열은 그들이 태어날 때 가지고 있던 능력의 서열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능지수(IQ)의 서열 말이다. 이 서열을 밝혀내려고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를 16년이나 다닐 필요는 없다.

지원자의 서열을 매기기 위한 수능시험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오직 서열을 분명하게 정할 수 있는 ‘변별력’에만 있게 된다. 이런 판이라 수능시험을 위한 국어 공부를 아무리 완벽하게 하더라도 시를 한 편 제대로 감상하거나 좋은 문장을 쓰게 될 수 없다.

시험의 바른 답을 고르는 방법을 공부할 뿐이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다.

실력의 경쟁이 세계화 되어 가고 있는 환경 속에서 최악 품질의 교육을 공급하는 독점적인 공급자 독재 교육이 마냥 생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학부모, 학생, 직장 등 교육수요자들은 한국의 교육공급자를 다양한 방법으로 벌을 주고, 심지어는 외면하기 시작하였다. 그 강도는 급속히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커질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5-05-14 오후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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