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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순 칼럼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장호순 칼럼]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시론]공직자의 사생활과 민주주의
지난달 한 국회의원을 두고 호텔에서 벌어진 소동이 방송뉴스를 통해 알려지면서, 공직자의 사생활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진 적이 있다. 공직자에게도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공직자의 사생활보다 국민의 알권리가 우선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헌법 제16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선언하면서 기본권으로서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사생활의 비밀이라해서 무조건 보호받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공직자의 경우, 개인적 비밀에 해당하는 사안이라도 국민들에게 공개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 경제부총리의 재산형성과정이 공직자 윤리법에 따라 공개되고,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결국 부총리의 사퇴로 이어졌다. 공직자 윤리법은 공직자 자신뿐만 아니라 배우자와 직계 존속까지 재산소유현황을 공개토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재산이나 소득은 민감한 사생활 영역이다. 우리는 각자 부자가 되려고 노력하고, 남들은 얼마나 버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당신 얼마 버느냐, 얼마나 갖고 있느냐를 묻지는 않는다. 그런데 공직자에게는 그렇지 않다. 공직자 재산에 관한 사항은 개인의 사생활 영역이니 국민이 알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특히 고위 공직자에게는 사생활의 영역이 더욱 축소된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과 같은 선출공직자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장관 등 고위공직자는 임명되기 전 청문회를 통해 사생활에 대해 집중적인 검증을 받는다. 그래서 대통령 후보자 자녀의 병역문제나 장인의 좌익 경력 등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공직자의 사생활은 침범해도 되는가? 가장 흔한 대답은 사회지도층으로서 공직자는 사생활이 깨끗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반국민들과 공직자들은 지켜야할 윤리적 기준이 다르다는 전제하에, 공직자에겐 보다 청빈하고 도덕적인 사생활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윤리적 접근은 군주와 관리들에게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요구하던 유교적 봉건주의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공직자의 사생활을 들춰보는 것이 윤리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더 중요한 이유는 유능한 공직자를 선출하고 감시하는데 불가피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민을 대신해서 국정을 책임지는 공직자의 자질과 능력을 국민들이 검증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공적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사적이익을 추구하지는 않는지 끊임없이 감시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선진국의 경우, 공직자의 사생활은 법적으로 거의 보호되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 유능한 인사들이 공직 진출을 포기하기도 한다. 언론의 집요한 사생활 들춰내기를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역사가 짧고 권언유착의 고리가 강고한 한국사회에서는 언론이 적극적으로 공직자들의 사생활을

파헤치는 사례가 아직은 많지 않다. 법적으로 문제가 된 경우도 드물었다. 그 결과 언론이 합법적으로 보도할 수 있는 공인의 사생활과 보도할 수 없는 사생활의 구분이 아직은 불확실한 상태이다. 다행히 법원은 지나치게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강조할 경우 언론자유가 위축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특히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공인이라면 사생활의 공개를 감수해야 한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해왔다.

한국사회의 민주주의가 정착되면 될 수록, 공직자에 대한 검증은 더욱 철저해질 것이다. 공직자의 사생활에 대한 언론보도가 뜨거운 쟁점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사회의 민주주의가 진보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장호순 칼럼 | 입력 : 05-03-21 오후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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