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학 문과대학원 일어일문학과 김희정씨는 최근 발표한 박사학위 논문 '한ㆍ일 양국 유행가 어휘의 비교연구'에서 양국의 유행가를 해방 전후로 나눠 한국인과 일본인의 정서 변화를 색다르게 접근해 눈길을 끌고 있다.
김희정씨는 1920년대∼1960년까지 대중의 사랑을 받은 한국 유행가 6백69곡(전438곡,후231곡)과 일본 유행가 6백30곡(전397곡,후293곡)을 1945년을 기준으로 전ㆍ후기로 나눠 가사를 일일이 분석해 양국 대중의 정서변화를 분석했다.
△해방전후 많이 쓰인 가사 = 전기(1945년 이전) 한국의 유행가에서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나-가다-울다-아아(감탄사)-오다-못(부정)-눈물-님-밤-사랑'순인 것으로 조사됐다.
후기(1945년 이후)에 들어서면서 '나-가다-울다-그(관형사)-사랑-그대-오다-님-없다-아아(감탄사)'로 빈도의 순서가 약간 바뀌었다.
이밖에 '고향-가슴-마음-청춘' 등도 빈번하게 유행가에서 쓰였는데 '눈물, 고향, 못, 아아, 밤' 등은 징병과 징집으로 이별을 해야하는 현실의 비참함과 원망,슬픔,자포자기의 심정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어휘라고 이 논문은 분석했다.
김희정씨는 논문에서 "한국 유행가에서 많이 쓰인 어휘 25개중 전ㆍ후기 공통인 것이 18개나 됐고 새 단어가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며 "이는 국권을 빼앗긴 일제 강점의 서러움이 동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의 슬픔으로 대체된 것을 뜻한다"고 밝혔다.
식민지 치하에서 궁핍이 피난민의 굶주림과 전후 복구속에서 빈곤과 굶주림으로 '옷'만 갈아입은 채 한국인의 '한의 정서'는 면면히 이어졌다는 시각이다.
반면 일본 유행가는 한국과는 달리 1945년 이후 새로운 어휘가 상당수 등장해 대조를 이뤘다.
전기 일본 유행가에서는 '꽃-울다-나-꿈-저(저기)-가다-보다-마음-태양-하늘' 등 단어가 빈도가 높았고 후기엔 '꽃-저(저기)-오다-있다-가다-아아(감탄사)-사랑- 울다'로 조사됐다.
전기에서 상위에 오른 태양(日)은 그들의 조국인 일본을 상징하며 '하늘-달-바람'은 전쟁 때문에 파병나온 군인의 고향과 조국에 대한 그리움의 상징으로 많이 등장했다.
후기에선 전기 유행가에서 보이지 않던 '돌아가다-기다리다-언제-만나다'가 자주 쓰였는데 이는 2차대전에서 패하고 난 뒤 귀향하고 싶은 일본인의 정서가 반영된 것이라고 이 논문은 풀이했다.
특히 후기 유행가에서 일본 수도인 '도쿄'도 22번째로 많이 쓰였는데 1956년부터 시작된 일본 대도시의 재근대화와 고도 경제성장에 따른 대도시에 대한 동경과 안락함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은 해방 5년뒤 찾아온 한국전쟁으로 여전히 슬픔과 한의 정서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일본은 2차대전 패망 뒤 시름에 잠겼지만 다시 희망을 찾아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유행가 주제도 변화 = 전ㆍ후기 유행가에 쓰인 어휘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주제도 변화했다.
한국 전기 유행가의 주제는 '슬픔ㆍ그리움>자조>원망>찬미>즐거움>괴로움>희망>사랑>염원>외로움' 순으로 나타났는데 슬픔과 그리움이 가장 많은 것은 국권상실의 비극적 상황으로 초래된 시대적 통탄이 한국인의 공감된 정서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후기에는 '그리움>슬픔>자조>원망>희망ㆍ사랑>괴로움ㆍ찬미>염원>외로움' 순으로 변화했는데 이는 외세에 의한 분단과 이산의 슬픔이 '그리움'으로 표출된 것이다.
해방은 됐지만 일제 강점의 슬픔과 고통이 해소되기는 커녕 곧바로 이어진 한국전쟁과 분단으로 슬픔의 정서가 누적돼 전기보다 명랑한 분위기의 유행가가 오히려 감소했다고 이 논문은 설명했다.
일본 전기 유행가는 '그리움>사랑>슬픔>찬미>희망>즐거움ㆍ자조>선동>기쁨' 순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조국과 천황, 부모형제, 연인을 '사랑과 그리움'의 대상으로 삼았고 특히 조국과 천황에 대한 사랑이 많았다.
일본이 동아시아 진출을 위한 전쟁을 합리화하기 위한 국민적인 지지를 얻기 위해 유행가를 동원, 국민을 조국애로 무장시킨 셈이다.
이러던 경향이 패망 뒤 후기에는 '슬픔>그리움>괴로움>선동>희망ㆍ염원ㆍ자조>사랑>외로움' 순으로 변화하는데 이는 패전으로 슬품의 요소가 사회 전반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양국의 유행가는 중일전쟁(1931년)을 전후한 시기에 일본에서는 국가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는 '조국애, 선동, 염원, 의지'를 주제로 한 유행가가 '히트'를 쳤지만 한국은 이런 정치적인 목적의 유행가는 철저히 배제돼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