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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백헌의 어원산책]감투 쓰다
송백헌 충남대 명예교수 / 본지 전문위원
높은 벼슬자리에 앉는 일을 우리는 흔히 감투를 쓴다고 한다.

‘감투’의 의미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머리에 쓰는 의관(衣冠)의 하나로 쳇불처럼 겉은 말총이나 혹은 가죽, 헝겊 등으로 탕건 비슷하게 턱이 없이 민듯하게 만든 것’이라 되어 있다. 이 ‘감투’는 원래 말총 따위로 만들어 머리에 쓰던 옛 의관의 하나인 만주어 ‘Kamtu(캄투)’에서 그 유래를 찾고 있다. 즉 만주어로 쓰이는 ‘Kamtu(캄투)’는 직물(織物)에 털과 가죽을 이용하여 만든 모자의 일종을 지칭하는 것으로서 당시에는 주로 군대와 관청에서 사용하였던 것이다.

이 ‘감투’가 처음 우리나라 문헌에 나타난 것은 동문류해(同文類解 상:55)와 한청문감(漢淸文鑑 11:1)에서였다. 여기에서는 만주어 그대로 ‘Kamtu(캄투)’로 표기되었던 것이 뒤에 번역박통사(飜譯朴通事 상:52)나 훈몽자회(訓蒙字會) 중간본(11)에서는 ‘감토’로 표기되었는데 이것이 차츰 변하여 오늘날처럼 ‘감투’로 고착되었다.

그 변천과정을 도시(圖示)하면 다음과 같다.

Kamtu(만주어)>캄투> 감토>감투

그러나 이러한 ‘감투’ 명칭의 변천과는 무관하게 ‘감투’는 이미 중국의 고대부터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즉 고대의 변(卞)나라에서는 ‘사모(紗帽)’의 변형인 ‘감투’를 벼슬아치들이 썼다고 하는데 ‘사모’가 조복(朝服)의 의식용(儀式用)으로 씌어진 반면에 이 ‘감투’는 그들의 일상(日常)에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와는 달리 ‘감투’를 양자 방언(楊子方言)에서는 ‘상자류(箱子類)’라 하였고, 중국 자전(字典)인 광운(廣韻)에서는 ‘머리에 덮는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이렇게 볼 때 결국 ‘감투’란 머리에 쓰는 모자의 일종인 것만은 틀림이 없는데 다만 그 명칭이 달랐을 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문쇄만록(文瑣漫錄)’에 보면 임진왜란 이후 사족(士族)이 갓을 썼다고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이때부터 ‘감투’를 쓰기 시작한 것으로 짐작된다. 우리나라에서 쓰는 ‘감투’란 갓의 밑에 쓰는 탕건 비슷한 모자의 일종을 말하고 있는데 그것이 벼슬자리의 의미로 사용된 것은 이러한 ‘감투’가 벼슬아치만 쓸 수 있었고 평민들은 결코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유추에 의한 의미의 확대로 벼슬자리를 상징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처음 명칭에서 대유법(代喩法)으로 씌어진 ‘감투’가 세태의 변화에 따라 차츰 변하여 요즈음은 벼슬자리를 ‘감투’ 대신에 ‘의자’로 대체하여 ‘의자에 앉다’로 쓰기도 한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5-10-10 오전 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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