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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대학입시제도에 걸려 있는 마법
천세영 충남대 교수 / 본지 전문위원
어김없이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치루고 난 후의 후폭풍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는 엉뚱하게도 과도한 부정행위 방지법 때문에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유난히 어려웠던 수능이었기에 아마 휴대폰 소지 문제가 아니었으면 틀림없이 난이도 조정 실패가 도마에 올랐을지도 모른다. 이래저래 수능은 해마다 치루는 한국사회의 진통이다.

그러나 진짜 전쟁은 앞으로 두어 달 동안 진행될 대학별 입시이다. 수능과 또 다른 진통이 기다리고 있다. 대학은 대학들대로,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캄캄한 입시의 터널을 어떻게 하면 손쉽게 빠져나갈까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아무리 부처님 말씀대로 삶이 고난의 길이라지만 한국판 대학입시제도는 분명 악마의 마법에 걸려있음이 분명하다. 올해도 마법에 걸린 채로 어둠을 헤쳐 나가야 하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마법이 무얼까 하고 몇 가지 헤아려 본다.

첫번째 마법은 단판승부로 끝나는 시험방식일 것이다. 수능을 몇 번 더 본다면 난이도 문제도 해결되고 하루아침의 실수로 인생을 망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비용이 더 들고 오히려 고통만 더해질 것이라고 한다. 정말 잘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비용 때문에 그 엄청난 고통을 강요해야만 하며, 과연 한두 번 더 치르는 고통이 단판승부의 고통보다 더 클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두번째 마법은 사교육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시험을 쉽게 내는 일이다. 본고사를 못 보게 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그런데 본고사를 안보고 시험이 해마다 쉬어져도 사교육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도대체 모르겠다. 자고로 시험은 어려워야 한다. 그래야 진짜 열심히 공부하고 또 공부할 능력이 있는 학생이 덕을 본다. 시험이 어렵지 않으면 결국 학생들의 실력은 결국 떨어지게 되어 있다.

세번째 마법은 대학 간 서열화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복수지원을 제한하는 일이다. 최근은 가나다 군으로 나누어 최소 세 번은 기회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왜 굳이 세 번으로 제한하는지 모르겠다. 원하는 모든 대학에 원서를 내서 희망하는 순서에 따라 공부한 성과에 따라 가는 것이 자연법칙인데도 말이다. 물론 대학들은 다른 대학에 우수 학생을 뺏기지 않기 위해 지금보다 훨씬 더 노력하고 장학 혜택 등을 고안해내야겠지만 그것은 당연한 일이지 않는가. 오히려 지금처럼 기회를 제한함으로써 대학의 노력은 그만큼 줄어들고 현재의 대학서열이 깨지는 시기만 늦춰질 것이다.

네번째 마법은 학생들의 다양한 적성과 능력 개발에 도움을 준다는 명목으로 셀 수도 없이 복잡해진 대학별 전형방식이다. 2002년 입시제도 이후 이른바 한 과목만 잘 해도 대학 갈 수 있다는 취지의 일환으로 한국의 4백여개 고등교육기관들은 정말이지 다양한 입시 제도를 고안해왔다. 그런데 정작 지원자들에게는 골치만 더 아프게 되었고 그렇다고 하여 한 과목만 해도 될 만큼 입시준비가 쉬어진 것도 전혀 아니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그렇게 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믿기지 않는 일이다.

차라리 옛날처럼 한 방법으로 준비하고 노력한 만큼의 성적에 맞추어 대학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훨씬 속 편한 방법이다. 그렇다고 하여 공부를 안 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괜히 요즘 방식으로 하다 보니 자연계 학생들은 한국의 역사도 모르고, 인문계 학생들은 기초적 과학상식도 모르는 무식쟁이들이 되어가는 기분이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걸려 있는 마법은 이외에도 더 있을 것이다. 더구나 그것이 악마가 걸어 놓은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걸어놓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 그렇다면 정말 풀기 어려운 마법이 아닌가. 답답할 따름이다. 교육학자들은 다 어디에 가 있는가?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5-11-30 오전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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